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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일 기자의 ‘K-뷰티 히어로’(5) | 이병훈 노드메이슨 대표] 사하라에서 찾은 원료로 ‘女心’ 잡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희귀한 천연 선인장 추출물로 승부수 … ‘헉슬리’ 브랜드 국내 인기 발판 삼아 해외 시장 진출

▎헉슬리의 ‘토너 익스트랙트 잇’은 천연 선인장 추출물로 만들어 피부를 촉촉하고 생기 있게 유지시켜 준다. / 사진. 헉슬리 제공
수많은 제품이 넘쳐나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탁월한 제품력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뽐내는 브랜드가 있다.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헉슬리(Huxley)’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노드메이슨 본사에서 헉슬리를 만든 이병훈(46)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IT업계 출신 사업가다. 휴대전화 이후 한국을 먹여 살릴 분야가 화장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을 쓴 영국의 작가이자 미래학자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라며 “소설의 내용처럼 ‘가장 좋은 제품을 진실한 마음으로 알리고 싶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위대한 것은 모두 위험한 것으로부터’

“[멋진 신세계]는 1932년 출간된 책인데 2000년대 후반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래에는 정보가 넘쳐 진실의 가치가 가려지고 희미해질 것’이라고 예견했죠. 그가 말했던 미래가 어느덧 현실이 됐어요. 화장품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과도하게 넘쳐나는 브랜드로 인해 레드오션이 된지 이미 오래죠. 그 속에서 저마다 자기 제품이 가장 훌륭하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형국이에요. 진정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진 이 시대에 우리만이라도 진실이 담긴 제품으로 우뚝 서보자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름을 지었습니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이 대표의 노력은 원료를 차별화하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헉슬리의 모든 제품에는 모로코 왕실의 피부 미용법으로 알려진 천연 선인장 추출물이 들어간다. 주원료인 선인장 오일의 경우, 1L를 추출하기 위해 무려 100만 개의 씨앗을 모아야만 할 정도로 귀한 재료다. 이 오일에는 피부 노화 예방에 효과적인 리놀렌산이 61% 함유돼 있으며, 비타민 E(토코페롤) 성분도 올리브오일보다 4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브랜드 모토가 ‘위대한 것은 모두 위험한 것으로부터’인데요, 대담한 시도와 도전 없이는 시장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극한 지역에서 화장품의 재료를 찾아보기로 했죠. 그리고 결국 사하라 사막에서 생존하는 선인장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선인장 오일은 보습력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최상의 원료에요. 미국이나 유럽에선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던 재료이기도 하죠.”

이 대표는 브랜드를 처음 선보일 당시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제품 용기와 라벨, 패키지에는 북유럽의 감성을 담아 최대한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희귀한 원료로 만든 제품을 플라스틱 통에 넣고 싶지 않아 유리나 알루미늄 소재의 용기만을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는 요즘도 가끔 소비자들로부터 헉슬리가 어느 나라에서 수입된 화장품인지 물어오는 전화를 받는다. 헉슬리가 여느 국산 화장품과는 다르게 인식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독특한 콘셉트에 걸맞게 헉슬리는 판매되는 제품 수도 적은 편이다. 크게 토너·오일 에센스·크림 세 가지 제품군을 만들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은 15개 정도다. 많은 제품을 내놓기보다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에서다. 개발팀에서 올라왔다 최종 합격하지 못한 시제품만 40종이 넘는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시장 조사나 품평 기간도 긴 편이다. 시장과 적당히 타협한 85점짜리 제품을 내지 않는 이유는 그 제품으론 결코 1등을 할 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제품으로 시장에서 히트치길 바라는 것은 공부 하나도 안 하고 100점 맞길 바라는 초등학생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디자인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제품력만큼은 1등 할 자신이 있는 것만 내놓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지난해 패션 매거진 [얼루어]가 주최한 ‘베스트 뷰티 어워드’에서 우리 제품이 2개나 뽑혔습니다. 일반인·파워블로거·기자들을 상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였죠. 오일 부문에선 겔랑과 공동 1등을 했고, 토너 부문에선 시세이도와 함께 수상을 했습니다. 우리보다 역사도 수십 년 앞서 있고, 가격도 두세 배 비싼 유명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시장에서 1등 할 자신 있는 제품만 내놔

헉슬리의 제품은 현재 자사 홈페이지를 비롯해 헬스 앤 뷰티 전문숍 벨포트와 롭스 전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대구점, 현대백화점 대구점·판교점, 롯데백화점 인천점·부산광복점·부산센텀점, 대구 영플라자점과 롯데면세점 소공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 등에서 만날 수 있다. 해외 진출도 순항 중이다. 최근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 홍콩 레인 크로포드 백화점, 말레이시아 이세탄 백화점과 소고 백화점에 입점했고, 5월 말에는 미국 뉴욕 52번가의 삭스 백화점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매출이 100억원 정도인데 그중 60~70%가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올해는 전년 대비 3~4배 정도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매출 비중은 국내 30%, 중국과 동남아 30%, 미국과 유럽 30% 정도로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유럽은 인증 문제로 시간이 좀 걸릴 듯하지만 반드시 갈 계획입니다. 화장품의 본토에서 꼭 한번 겨뤄보고 싶습니다.”

이병훈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여성들이 헉슬리만의 절제와 느림의 미학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보의 과잉과 홍수 속에서 트렌드를 쫓기보다 편안하고 힐링을 주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창업 초기부터 저는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를 잘 가꾸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브랜드는 하나의 유기체입니다. 돈만 있다고 해서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건 결코 아니에요. 자식처럼 온갖 정성을 들여야만 성공할 수 있지요. 감각적이고 합리적인 헉슬리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세계 여성들과 함께 롱런하고 싶습니다.”

1384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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