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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마지막 블루오션, 인도에 쏠린 눈] 모디노믹스와 맨 파워 ‘G3 시대’ 넘본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유일무이한 ‘포스트 차이나’로 급부상... 글로벌 기업들 새 투자처로 주목

“2040년 미국·중국과 함께 인도가 주요 3개국을 형성하는 G3(Group of 3) 시대가 열릴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 나오는 내용이다. 미래학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인도 경제가 향후 세계 질서를 다자지배 구조로 재편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마저 위협하리라는 예측이다. 먼 얘기가 아니다. 2017년 현재, 인도가 이미 신흥시장(emerging market) 수준을 넘어 파워 마켓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알리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도 경제 ‘인디코노미(India+Economy)’가 주목받는 이유를 짚어봤다.


▎인도 경제의 중심지 뭄바이 야경. 지난해 2조2510억 달러로 세계 7위 규모였던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2028년 6조5600억 달러로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될 전망이다. / 사진제공·alquity.com
‘친디아(Chindia)’. 중국(China)과 인도(India)를 하나로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이 나온 배경은 세계 1·2위의 인구 대국인 두 나라가 향후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쌍두마차라는 공통된 인식에 있었다. 그중 지금껏 세계를 달군 쪽이 중국이었다면, 이젠 인도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올 2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5년 7.2%로 지난 1999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6.9%)을 추월했다. 지난해에도 인도 경제가 7.4% 성장할 동안 중국은 6.7% 성장에 그쳤다. 90년대 중국에 4.2%포인트 뒤졌던 인도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2010년대 들어 중국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첫 번째 이유인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부터 보자. 일단 그간 고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제조업에서 고전 중인 탓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인가 싶던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 4월 50.3으로 50은 넘었지만 전월치인 51.2를 크게 밑돌면서 7개월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분위기부터 몇 년 전과 다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제조업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3.6달러로 2005년(1.2달러)의 3배였다. 브라질(2.7달러)과 멕시코(2.1달러) 같은 중남미 국가들보다도 어느새 고임금이다.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해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막대한 해외 자본을 유치해왔지만, 더는 저임금의 매력을 갖기가 어렵게 됐다. FT는 “중국은 저임금 이점이 사라지면서 일자리의 해외 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을 이전처럼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기지 않고 있다.

인도 GDP 성장률, 2년 연속 중국 제쳐


이뿐 아니다.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해 중국의 수출액이 2조 974억 달러(약 2371조원)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5년(2.9%↓) 이후 2년 연속 하락했다. 2000년 이후 2014년까지 중국의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 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을 연일 견제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미국과의 힘겨루기는 승패를 떠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인도 경제는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처로 급부상 중이다. 과거 인도는 중국에 비할 만한 넓은 땅덩어리와 풍부한 자원, 10억 명이 훌쩍 넘는 인구의 신흥시장으로 주목받았음에도 낙후된 경제·사회가 좀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헐떡거리는 코끼리(gasping elephant)’라는 비웃음을 샀다. 늘 가능성은 보였지만 무능한 정부, 부패한 관료사회, 열악한 인프라(사회간접자본) 등이 발목을 잡았다. 그랬던 인도에 서광이 비친 것은 2014년 5월 나렌드라 모디 당시 인도 구자라트주 수석장관이 15대 인도 총리가 되면서부터다.

인도 인민당 소속 우파 정치인이던 그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그는 총리 취임 직후 대대적인 제조업 육성과 친(親) 시장 정책 추진에 나섰다.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되, 세계 1위가 될 잠재력이 있는 정보기술(IT)·자동차·화학·섬유·철도·전력·항공기·제약·바이오기술(BT) 등 25개 분야를 집중 육성해 제조업 비중을 기존 15%에서 2022년 25%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인도를 매력적인 노동시장으로 가꿀 것도 선언했다. 인도를 세계 제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모디 총리는 기반을 닦기 위한 인프라 투자에도 사활을 걸었다. 또 세계를 돌며, 때론 안방으로 불러들여 각국 정상들과 만나 해외직접투자(FDI) 유치의 영업사원 역할을 자청했다.

그는 제조업 활성화와 FDI 유치를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했다. 철도·군수·보험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지분의 한도 확대, 투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법인세율 인하(기존 30%에서 2015년부터 4년간 25%로 하향 조정) 등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는 “인도의 적극적인 시장 개방은 최근 자국 기업 보호에 전념하면서 해외 기업 진입 차단에 나선 중국과는 상반된 경제 정책”으로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민간 중심의 경제개발계획 추진·달성을 위해 인도개조국가기구(NITI)라는 조직도 신설했다. ‘모디노믹스’라 불리는 그의 이 같은 경제 정책은 잠자던 인도 경제의 잠재력을 일깨웠다. 인도의 2015년 제조업 부문 성장률은 9.3%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에 대한 FDI 금액은 2014년 9월부터 1년간 32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모디 총리의 제조·IT 경쟁력 강화 승부수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팀 쿡 애플 CEO(상단 사진 가운데). / 사진제공·BBC
가뜩이나 중국 시장 전망에 회의적이던 글로벌 기업들이 차제에 중국 대신 인도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다.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인도를 7~10년 전 중국처럼 보고 있다. 인도에서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올 들어 “인도에서 소매 유통망 구축을 협상 중이다. 상당히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인도 내 아이폰 제조에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업체 중 한 곳인 대만 위스트론의 공장을 통해 인도 남부에서 올 6월 중 아이폰을 생산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중국에 있는 아이폰 공장이 점진적으로 인도로 옮겨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는 곧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애플이 생산에 드는 비용 절감과 블루오션 개척,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인도를 조준했다는 얘기다.

페이스북도 마크 저커버그 CEO가 올 초 인도를 방문해 “인도를 통하지 않고는 우리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하는 등 인도 정부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은 500곳 이상의 현지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런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1년간 2000곳이 넘는 인도 내 신생 스타트업들과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IT 공룡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인도를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최대 규모’의 블루오션으로 보는 글로벌 산업계 분위기를 반영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인도는 인터넷 이용자가 이미 약 4억 명이지만, 전체 인구가 13억 명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인구의 3분의 2는 여전히 인터넷을 쓰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시장성과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모두 갖춘 매력적인 곳”으로 분석했다. 삼성은 인도 인구 90% 이상을 대상으로 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올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행사 때 밝혔다.


▎애플처럼 인도에서 제품 생산에 나서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위 사진은 인도 남부 첸나이에 있는 현대차의 생산 라인. / 사진제공·현대차
2019년까지 180억 달러를 투입해 인도 전역을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일명 ‘디지털 인디아’’ 정책이 모디노믹스에 포함된 것이 이들 글로벌 기업을 유인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모디 총리는 IT 인프라 확충이 IT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도시·농촌 간 격차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모디 총리의 이런 과감한 드라이브가 인도 경제 ‘인디코노미’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인도가 이대로 성장한다면 4년 내에 GDP가 일본과 독일을 합친 규모보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인디코노미가 올해 7.2%, 내년 7.7%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인도의 G3(Group of 3) 등극이 머지않았다. 실제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2028년 인도가 세계 제3의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은 2040년 인도가 ‘G3 시대’를 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 확장판이다. 인도는 그 기대에 걸맞게 우주개발 같은 최첨단 산업과 BT 같은 미래지향적인 산업 등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도 통하는 인도 ‘맨 파워’ 중국과 대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과감성을 동반한 경제 정책 ‘모디노믹스’로 인도를 이끌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 사진제공·AP=뉴시스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인도의 ‘맨 파워’는 인디코노미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교육 인프라 정비와 인재 육성에 대한 노력이 맨 파워 형성의 디딤돌이었다. 인도공과대학(IIT)은 미국에서 “IIT 입시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가는 곳이 매사추세츠공과대(MIT)”라는 말이 나올 만큼 IT 인재 집합소로 유명하다. 이재원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과장은 “인도는 고등교육 인구만 약 1억 명이며, 매년 40만 명 이상의 IT 전문 인력이 배출되면서 국내외 산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카우프만재단에 따르면 2006∼12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이민자 가운데 인도인이 32%로 가장 많았다. 공동 2위를 차지한 중국인과 영국인의 비율은 각각 5.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인재들은 혁신적으로 사고할 줄 알고, 유창한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에 능해 글로벌 기업들의 선호 1순위”라고 입을 모은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같은 인도 출신 글로벌 리더들이 이 과정에서 쏟아져 나왔다.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음에도 내수 시장 이외의 곳에서는 맨 파워가 그 위상만 못한 중국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FT는 한 분석 기사에서 미국 서던뉴햄프셔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 인도 출신 인재들의 겸허하면서도 묵묵한 리더십과 이타심을 강점으로 꼽았다. “인도 임원들은 요란스럽지 않으면서 묵묵히 성과를 내고 조직을 탄탄하게 만든다.” 그만큼 소통을 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호평받는 모디노믹스의 이면에선 화폐 개혁 실패론도 언급된다. 지난해 11월 모디 총리가 탈세 기업인을 잡기 위한 방책으로 2종의 고액권 화폐 사용을 제한하면서 단행한 화폐 개혁은 “급작스럽다”는 평가와 함께 인도 중산층의 반발을 샀다. 신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자 소비가 위축됐다. 인도 중앙은행은 화폐 개혁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올해 인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그럼에도 인디코노미가 세계 경제에 큰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에도 기회다. 한국은행은 올 2월 보고서에서 “인도 경제는 상당 기간 중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계속해서 기록할 것”이라며 “인도의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한국이 실익을 얻으려면 정부 및 기업 간 협력 관계를 한층 긴밀히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1386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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