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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를 가다] ‘창업가를 위해 모인 그들’ 20번의 강연, 3번의 난상 토론 

 

제주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정부 기관, 엑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 등 참석 … 올해 주제는 ‘규제’와 ‘오픈 이노베이션’

▎이번 컨퍼런스를 주최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업데이트’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최영진
6월 22일 오후 12시 30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이도2동에 있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10층 대강당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대강당에 온 이들은 서로 잘 알고 있어서인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대강당은 140여 명의 참석자로 열기가 가득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이 제주도에 모인 이유는 22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고 네이버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후원하는 ‘2017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였다. 2015년부터 매년 한 번씩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가 세 번째다. 스타트업 창업가가 아닌 창업가들의 성장을 뒤에서 도와주고 있는 이들이 주인공인 행사다. 이번에는 중소기업청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정부기관 관계자,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을 책임지고 있는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 등 105개 기관·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매년 열리는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는 벤처 생태계의 유명 인사들이 모두 모이는 행사”라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자세하게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을 섭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


▎6월 22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2017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는 20번의 주제 발표와 3번의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은 첫날 마지막 세션으로 진행된 패널토론이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왼쪽)의 사회로 열렸다.
이 행사의 올해 주제는 ‘규제’와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행사 대부분은 강연으로 이뤄져 있다. 이틀 동안 6개의 주제 트랙에 20번의 강연과 3번의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행사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진지했다. 첫째 날 첫 발표자는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였다. 그는 ‘세 가지 경험, 세 가지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권 대표의 경험을 통해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의 역할에 대해 공유했다. 그는 10년 동안 몸 담았던 회사를 나와 1997년 보안 회사 ‘이니텍’을 창업한 이후 1998년 국내 최초의 전자결제 시스템 ‘이니시스’를 설립했다. 그리고 10년 만인 2008년 3300억원에 두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엑시트(자본회수)를 기록한 창업가로 유명하다. 권 대표는 “이니텍을 창업했을 때 한 엔젤투자자가 전자지불 부문 회사를 만들면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했고, 그게 이니시스 창업으로 이어졌다”면서 “당시 투자자는 20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투자했고, 나보다 미래를 보는 눈이 있었다”고 했다. 3000억원이 넘는 엑시트가 있었던 것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 엔젤투자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그가 프라이머를 설립해 후배 창업가를 돕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 대표는 “스타트업 초기 투자자는 무에서 유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후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업데이트’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계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했다. 임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뜨거운 분야인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든 한국의 스타트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홍주일 글로벌 브레인 한국 대표가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 소개’라는 제목의 발표가 첫 번째 트랙의 마지막 세션이었다.

스타트업 창업 지원하는 대기업 관계자들 발표 눈길 끌어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두 번째 트랙은 ‘구성원이 바라본 생태계’였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강광욱 교수는 ‘창업교육센터장이 보는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강 교수는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2009년 설립된 역사가 짧은 대학이지만,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창업 생태계 관계자들에게 수도권 외 지역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후 홍병철 레드헤링 한국 대표, 윤건수 DSC 인베스트먼트 대표, 이덕준 디쓰리쥬빌리 대표,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국장이 나서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첫째 날 마지막 세션이었던 패널 토론의 패널로 참석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했다. 패널 토론의 사회자로는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이 나섰다. 첫째 날 오후 한 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오후 여섯 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이들은 네트워킹 디너에 참석해 명함을 주고받았다.

둘째 날 행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됐다. 세 번째 트랙인 ‘창업 친화적 정책’ 부문에서는 정부기관이 실시하고 있는 창업 지원 정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서울산업진흥원 주형철 대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가 사회자로 나선 패널토론에도 참석해 창업 친화적 정책이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이어나갔다.

네 번째 트랙은 이번 행사의 주제이기도 한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 트랙에는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대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나서 주목을 받았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대기업을 위한 변명’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고, 김태형 아모레퍼시픽 팀장은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 1’을, 조일해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스퀘어 센터장은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 2’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방안과 사례를 이야기했다. 패널 토론에는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대기업과 한국 스타트업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다섯 번째 트랙은 ‘난상토론’이었다. 허진호 세마트랜스링크 대표, 박영훈 GS홈쇼핑 전무 등이 참석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와 해결책에 대해서 뜨거운 토론을 이어나갔다. 마지막 트랙은 ‘새로운 시도들’이라는 주제였고,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를 마지막으로 오후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 된 후에야 끝이 났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이번 행사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는지, 창업가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관계자들이 고민하고 나누는 시간이었다”면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를 공유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390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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