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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재발견' 저자 바버라 브레들리 해거티] “위기의 중년은 허구… 진짜 행복이 시작되는 때”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실존적 위기 겪는 사람은 10%뿐...중년은 인생의 변화를 모색하는 시기

▎바버라 해거티는 중년에 접어들면 가족과 지인, 어린 시절 소망에서 진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사진:스몰빅인사이트
흔히 ‘위기의 중년’이라고들 한다. 베스트셀러작가 게일 쉬히가 1970년대 [길](원제: Passages) 등의 책에서 ‘황량한 40대’와 ‘체념한 50대’를 그리면서 이런 표현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런 메시지는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확대, 재생산됐다. 중년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질병, 좌절이 몰려드는 시기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중년은 왜 불행한 걸까. 막연한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람은 불행과 불안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나.

이런 여러 가지 의문에 미국 공영라디오방송국(NPR)의 탐사전문기자 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가 신간 [인생의 재발견]에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그는 “중년의 위기는 허구”라고 주장한다. 실직과 이혼, 자녀의 독립, 주변인의 질환이나 죽음 등 중년 때 맞는 환경 변화가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불안과 고뇌에 시달리며 위기를 겪는 중년은 실제로는 거의 없다고도 했다. 400여 명의 일반인과 유전학·심리학·사회학 분야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는 삶의 적극적인 태도와 주변에 감사하는 태도가 인생 후반전을 행복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해거티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해거티는 “중년은 인생의 의미를 찾는 한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그러려면 “위기라는 생각의 굴레부터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생에서 40세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40세 이전에는 대개 창업이나 프로야구 선수 같은 거창한 목표를 세운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 젊은 날의 꿈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그 순간 사람들은 더욱 행복해진다. 주변 사람들이나 삶에 의미를 더해줄 수 있는 목적 같은 더 오래 지속되고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중년에 위기가 찾아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중년의 위기가 필연적이라거나 만연했다는 주장은 허구다. 중년에 실존적 위기를 겪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80개 국의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행복감은 대체로 20대에 절정에 올랐다가 40대에 가장 떨어진다. 그러다가 50대에 반등해 70대까지 오르는 U자 곡선을 그린다. 관절염에 시달리는 75세 노인이 건강한 45세 직장인보다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이유는 성취감보다는 인간관계 등이 더 중요하다고 깨닫고 거기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뇌와 육체 능력이 떨어지는데 즐거울 수 있나.

“원래 책의 제목을 [되는대로 살면 죽음뿐](Autopilot is death)으로 지으려고 했다. 의식적으로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 가족·직업·건강과 재능·열정을 쏟을 만한 일을 찾아라. 심장 건강을 위해 조깅하고 책을 읽고 기타를 쳐라. 멋진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도 올리자. 이런 일들은 특별히 돈이 들거나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다. 왕성한 삶을 사는 비용은 생각보다 싸다.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결혼 생활이 중년의 행복에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대개 배우자와 멀어진 경우는 일과 육아, 부모를 봉양하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대개 15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는 서로에 대해 지루해지거나 좌절하기가 쉽다. 그렇지만 자녀가 독립한 이후에 다시 애정을 회복하는 경우도 많다. 더 나은 누군가를 만나게 될 가능성도 크지는 않다. 사랑에 빠지면 단기적으로 생성되는 화학물질이 만족감을 주는데, 그보다 장기적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는 뇌과학 연구도 있다. 서로의 관계가 불편하더라도 중년의 혼돈이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려라.”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감이 경제적 부담 등 인생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나.

“꿈을 좇기 위해 무작정 직장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귀농이나 배우가 되고 싶다고 직업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인생의 방향을 약간 수정하고 돌아가는 길을 택하라. 사랑하는 일에 시간을 더 쏟고, 싫어하는 일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가능하다. NPR의 한 편집기자는 경영진으로 승진했지만 일이 성격에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신진 기자 교육과 양성에 매진했다. 이런 작은 변화만으로도 엄청난 만족감을 되찾았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처럼 자신의 행복 추구가 주변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지 않나.

“젊은 시절처럼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다가는 불행에 빠지기 쉽다. 현재의 가정 생활에서 장점을 살리고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을 살펴보자. 환상을 좇는 대신 부부 간에 대화나 활동을 늘려서 정서적 괴리를 극복할 수 있다. 그렇게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카데미상을 받기는 어려웠겠지만. 자신이 한때 몰두했던 사랑과 관심을 재발견하는 편이 훨씬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비결이다.”

일이나 종교, 자녀의 성공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종교가 일보다 점점 더 중요해진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종교를 통해 ‘인생의 의미’ ‘최종적인 운명’ ‘지금의 삶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방송 중에 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50대에 암에 걸려 죽어가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자신의 아내와 자녀, 친구, 맑은 봄날과 푸른 풀밭, 교회에서 열린 콘서트 같은 작은 기억들을 하나하나에 감사해 했다. 그리고 남들보다 삶이 조금 빨리 끝난다고 비통해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서두르고 불안해하며 산다. 모두가 잠시 멈춰서 인생 매 순간에 감사하며 살았으면 한다는 바람이 들었다.”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행복도 유전적인 측면일 수도 있지 않나.

“유전에 의한 필연적인 행복보다 스스로 의식적으로 살아갈 때 행복감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행복은 눈동자의 색이 아니라 알코올 중독과 닮았다. 타고난 성향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과체중이거나, 이혼했거나, 학대했더라도 부모와 마찬가지 삶을 살리란 보장은 없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

중년의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매우 뛰어난 플루트 연주자였으나 가정을 이루고 직장에 다니며 연주를 그만둔 여성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50세에 다시 플루트를 배워 삶의 참된 기쁨으로 삼았다. 60세가 돼서야 처음으로 스페인어를 배운 사람도 있었다. 10~25세였던 시절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간절히 바라고 사랑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꿈을 평생 소망함으로써 행복을 찾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박스기사] 해거티가 꼽은 ‘나는 중년인가’ check list

●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
-자녀의 성장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

●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부양과 피부양의 관계 역전을 의미

● 과도한 책임감이 느껴질 때
-직장에서의 책임감과 가족 부양을 위한 재정적 부담

● 사람들이 내게 조언·지혜를 구할 때
-젊고 열정적인 나이나 지위에서 벗어나 관리자가 됐음을 의미

● 밤샘이나 주말 근무가 싫어질 때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체력적 부담

●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신체의 이상 신호와 건강에 대한 염려는 중년을 알리는 공통 신호

● 파티보다는 가족·친구와 식사를 선호할 때

● 인생이 소중하고,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느낄 때

1390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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