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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등급에도 거품?] 마케팅 전략으로 너도나도 ‘6성급’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차별화 강조하기 위해 ‘없는 등급’ 만들어... 무궁화 등급에서 5성급으로 변하는 과도기

▎신라스테이 마포 스탠다드룸 전경.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는 구등급을 기준으로 하면 특2급 호텔이지만 부대시설 미비로 신등급에선 3성급을 받았다. / 사진:신라스테이
지난 4월 인천 영종도에 개장한 국내 최초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의 호텔은 6성급 호텔을 표방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갖췄고, 객실 수는 711실에 달한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1조3000억원을 들여 호텔 내 쇼핑센터와 고급 레스토랑, 풀빌라 등을 구축했다. 내년에는 컨벤션과 실내형 테마파크, 스파 등이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앞서 호텔롯데는 최상급 호텔 브랜드 ‘시그니엘’을 선보이면서 가장 비싼 로열스위트의 가격을 2000만원대로 책정했다. 세금·봉사료 등을 포함하면 2400만원에 이른다. SK네트웍스도 최근 쉐라톤워커힐호텔을 워커힐비스타호텔로 이름을 바꿔 재개장하면서 6성급 호텔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호텔업계가 6성급을 강조하는 이유는 호텔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호텔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6월 현재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관광호텔 수는 870여개에 이른다. 이 중 절반 가량인 400여개가 서울시내에 몰려있다. 2014년 230여개에 비해 2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이를 수용하기 위한 비즈니스 호텔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수도권 호텔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호텔에서 최상급의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6성급임을 내세워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곳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6성급 호텔을 자처하는 곳이 늘었지만 실제로 별 6개짜리 호텔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호텔등급 심사제도에 따르면 5성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별 하나가 더 붙은 6성급은 호텔이 마케팅을 위해 상향한 ‘자체 등급’인 셈이다. 나아가 6성급을 내세운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 수준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브스 트래블가이드가 2월 발표한 호텔평가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호텔 가운데 5성급 평가를 받은 곳은 단 한곳도 없다. 포브스 트래블가이드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자매매체로 전 세계 호텔과 레스토랑·스파 등을 평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전문지다. 서울시내에서 4성급 평가를 받은 곳은 포시즌스서울·파크하얏트·호텔신라 등 3곳에 그쳤다. 이와 달리 일본 도쿄의 호텔 3곳은 포브스가 선정한 5성급 호텔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 트래블가이드 “서울에 5성급 호텔도 없어”

호텔등급 체계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최고급 호텔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무궁화 개수로 표시하던 구등급과 별 개수를 따지는 신등급을 모두 사용하는 현 시점에서 호텔 등급의 정확한 기준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예컨대 1등급 호텔과 3성급 호텔은 실제로 비슷한 수준의 호텔이지만 그 차이가 와닿지 않는다. 무궁화 등급(구등급)은 ‘특1등급(황금색 무궁화 5개)-특2등급(녹색바탕 무궁화 5개)-1등급(무궁화 4개)-2등급(무궁화 3개)-3등급(무궁화 2개)’ 순으로 구분한다. 별 등급(신등급)은 5성급-4성급-3성급-2성급-1성급으로 나뉜다. 신·구등급 모두 5가지로 구분돼 결론적으로 1등급과 3성급 호텔은 수준이 비슷한 호텔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이후 40여년 간 호텔 등급을 무궁화 개수로 표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수가 증가하면서 2014년 9월 관광진흥법 개정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별 등급(Star Rating) 체계로 바꿨다. 무궁화 등급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별이나 다이아몬드 등급제와 기준이 다르고, 특1급과 특2급이 모두 무궁화 다섯 개를 달기 때문에 관광객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존 등급 결정 업무를 담당하던 민간 협회가 회원사 확보를 위해 등급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평가 주체를 일원화해 등급 결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국관광공사가 등급 평가를 위탁 수행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일선 호텔을 대상으로 2015년 말까지 호텔 등급 결정 신청을 받았다. 이때 호텔은 신·구등급 중 선택이 가능했는데, 구등급의 평가 기준이 높은 등급을 받기 유리하다고 판단한 호텔이 적지 않았다. 신청에서 접수-평가-결정-부여-통보까지 걸리는 시간은 3~4개월로, 한국관광공사는 2016년 4월을 마지막으로 무궁화 등급 발급 업무를 중단했다. 한번 결정된 등급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2019년 4월까지는 무궁화 등급과 별 등급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국내 호텔등급 심사제도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해도 이용객 입장에서 느끼는 동일 등급 간 간극도 존재한다. 등급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낡고 허름한 호텔이 최신 시설의 호텔보다 높은 등급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롯데시티호텔 명동·울산과 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 신라스테이 구로는 구등급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특2급 호텔이었다. 그러나 앞서 두 호텔이 신등급 기준 4성급을 부여받은 반면 신라스테이는 3성급 호텔이 됐다. 객실 수는 충분했지만 호텔 내 식음 매장이 하나인 점이 등급 하향의 원인이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평가 항목서에 따르면 4성급이 되려면 2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과 연회장·국제회의장을 갖추고 12시간 이상 룸서비스가 가능하며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비즈니스 호텔은 등급 산정에서 불리

비즈니스 호텔 개념인 신라스테이는 레스토랑을 비롯해 기타 부대시설이 기준에 못 미쳤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유·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을 규모나 시설 유무만으로 평가하긴 어렵다”면서도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 서비스보다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수익성을 따지기 때문에 레스토랑이나 수영장 같은 시설을 최소화해 등급 산정에는 불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5성급 호텔의 기준은 이보다 더 까다롭다. 객실이 200개 이상이어야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객실 종류는 싱글룸·더블룸·트윈룸·트리플룸·딜럭스룸·스위트룸·한실 등 크기 또는 구조가 다른 유형의 객실이 8종류 이상, 객실 면적은 기준 면적(19㎡)의 130% 이상일 때 최고점을 받는다. 웨스틴 조선호텔은 구등급 기준 최고 등급인 특1등급 호텔이지만 5성급을 받기 위해 최근 별관에 식음장을 추가했다. 5성급 심사에서 식음료장이 3개 미만이면 등급 심사 자체에서 제외되고 5개 이상 확보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관계자는 “특1급 호텔 가운데 오래된 호텔이 많아 식음장을 추가로 만들 공간이 부족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등급 도입으로 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은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대시설 수와 같은 정량적 요소 역시 중요해 반드시 등급이 높다고 더 훌륭한 서비스를 하는 호텔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현재 신등급 평가를 받은 호텔은 300개, 구등급 유지 중인 호텔은 176개로 총 476개다. 한국관광공사가 유럽 15개국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이탈리아·폴란드·포르투갈·아일랜드 등 7개국이 호텔에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호텔이 등급을 허위로 표시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순 있지만 등급 부착 의무는 없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호텔 예약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인증한 등급과 로고를 명시한 업체가 늘고 있다”며 “국내외 관광객이 등급에 대한 신뢰를 갖고, 호텔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등급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텔 별 하나에 숨은 의미

5성급: 최상급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고객에게 최고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 호텔 로비는 품격 있고, 객실에는 품위 있는 가구와 뛰어난 품질의 침구와 편의용품이 완비됨. 비즈니스 센터, 고급 메뉴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3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 대형 연회장, 국제회의장을 갖추고, 24시간 룸서비스가 가능하며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춤.

4성급: 고급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 호텔 로비는 품격 있고 객실에는 품위 있는 가구와 우수한 품질의 침구와 편의용품이 완비됨. 비즈니스 센터, 고급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2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과 연회장·국제 회의장을 갖추고 12시간 이상 룸서비스가 가능하며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춤.

3성급: 청결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고객이 수면과 청결 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고 다양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1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로비·라운지 및 고객이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대시설을 갖추어 고객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호텔.

2성급: 고객이 수면과 청결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며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 F&B 부대시설을 운영하는 안전한 호텔.

1성급: 고객이 수면과 청결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고 조식이 가능한 안전한 호텔.

자료: 한국관광공사

1392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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