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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오비츠 대표] 45가지 안질환 5초 안에 파악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소외계층 돕다 초소형 검안기 개발 … 검안 빅데이터 활용해 안과 질환 새 치료법 개발 목표

▎사진:우상조 기자
김종윤 오비츠 대표는 지난해 베트남·방글라데시의 시골 마을을 찾아 다녔다. 그가 개발한 검안기로 소외계층의 시력을 검사해주기 위해서다. 그는 특히 어린 아이들의 시력 검사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한번 나빠진 시력은 회복이 어려워서다. 조금이라도 일찍 검사해서 치료해야 한다. 그래야 예방이 가능하고 건강한 눈을 가질 수 있다. 그는 측정한 정보를 병원에 보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돕고 있다.

안과 질환은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손쓰지 못하고 있는 질병이다. 제 3세계 인구 45억 명 가운데 3억 명이 치명적인 안과 질환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시력 문제 및 안과 질환의 80%는 간단한 사전 검안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 3세계의 저소득층은 정상적인 시력 검사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조기 검안이 중요한데 마땅한 장비도 부족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선 기존 검안기를 사용하기 어렵다.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여주기 위해선 합리적인 가격에 휴대 가능한 검안기가 절실했다. 김 대표가 직접 검안기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그는 “검사만 제때 받아도 피할 수 있는 질환이 너무 많다”며 “(저소득층이) 불필요한 안과 질환에 시달리지 않도록 돕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비츠가 개발한 검안기 ‘아이프로파일러(EyeProfiler)’는 사용이 단순하고 소형이라 휴대하기 편하다. 초소형 캠코더 정도 크기다. 작지만 병원에서 사용하는 검안기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졌다. 시력을 포함 백내장, 각막 질환 등 45가지 이상의 안질환 관련 정보를 측정할 수 있다. 검사 속도도 빠르다. 일반 검안기의 검사 시간은 3~5분이다. 아이프로파일러로는 5초면 결과가 나온다. 기존 검안기의 가격은 1500만원에 달한다. 오비츠는 기존의 10분의 1 이하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김 대표는 미국 유학생 출신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조기 유학을 떠났다. 사업가가 꿈이라 로체스터 대학에 다니다 한국에 들어와 스타트업을 두 번 설립했다. 2010년 시작한 유학생 커뮤니티 사업과 2012년 뛰어든 전기 스쿠터 대여 사업이다. 하지만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전기 스쿠터 셰어링이란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회원 확보, 스쿠터 품질 관리, 수익성 확보까지 쉬운 일이 없었다. 그는 “열정만으로 덤비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 배웠다”고 말했다.

기존 검안기의 10% 가격으로 공급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간 그는 기본에 충실하자고 결심한다. 그는 로체스터 대학에서 시과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전공 공부에 집중했다. 도서관과 연구소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운 좋게 로체스터 대학의 플라움 시과학연구소(Flaum Eye Institute)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가 연구한 분야는 ‘아시아의 근시’였다. 아시아에서 유독 근시가 많다. 답을 못 찾고 여러 원인을 놓고 분석 중인 상황이다. 더 나은 연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김 대표는 사람을 만나서 꾸준히 시력을 측정하며 눈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정보를 충분히 쌓아 빅데이터를 확보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안과 보건사업에 참여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안경 맞추는 과정이 복잡하다. 먼저 검안사를 찾아가야 한다. 따로 예약한 다음 며칠 기다려서 검안을 받고 또 며칠 기다려야 처방전이 나온다. 검안사마다 가격도 제각각이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선진국이라지만 이곳에도 취약계층이 있다. 안경 맞추기도 어려운 이들이 안과를 찾아 진단을 받기는 더욱 어렵다. 김 대표는 “흑인이나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외곽 지역에 검안 서비스를 나갔는데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도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유통되는 검안기를 분석했다. 지금 기술력을 활용하면 소형화하기에 충분했다. 연구하던 분야를 조금만 응용하면 휴대용 검안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실 교수도 그의 아이디어를 반기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연구소 학생 프로젝트가 오비츠의 모태가 됐다. 마침 열린 ‘로체스터 지역 경쟁’ 대회에 나갔는데 우승했다. 미국은 각 지역사회별로 엔젤투자자들이 대회를 연다.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아이디어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우승 상금은 2만5000달러였다. 2013년 11월 설립한 오비츠의 시드머니다.

한국국제협력단과 손잡고 베트남·방글라데시에서 지원 사업

2014년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연구소 안팎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도와줄 사람들도 모았다. 과학자와 광학엔지니어, 의료기기 전문가들이 회사에 참여했다. 로체스터 대학 연구소와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지도 교수들도 자문을 계속하며 제자를 응원 중이다. 한국 법인은2015년에 설립했다. 미국에서는 하드웨어 기술을 개발, 양산하고, 한국에선 의료 기관과 협력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첫 파트너는 연세대였다. 연세대 안과학교실의 윤상철 교수와 함께 실명 예방 사업인 ‘프로젝트 봄(Project BOM)’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던 중 사업에 변화가 생겼다. 사회적 기업의 성격이 강해진 것이다. 윤 교수는 아프리카의 말라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지에서 여러 공공 안보건 사업을 진행해왔다. 김 대표도 개도국의 어린 학생들이 당한 현실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 그는 “안경은커녕 시력검사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5년 베트남에서 시범 사업을 벌였다. 검안을 받기 어려운 베트남 광찌시에서 초등학생 130명을 검안했고, 98명에게 시력교정 안경을 전달했다. 2016년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업을 시작했다. 한국국제협력단의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Program, 혁신기술기반 창의적가치창출) 프로그램은 개도국 정부와 수혜자 등을 연결해주는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ODA) 플랫폼이다. 한국국제협력단과 오비츠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덕에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에서 지원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오비츠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나 후원을 받아 회사를 운영했다. 여기서 졸업하고 스스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일구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수익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개도국 보건소에 검안기를 판매하는 일이다. 그 다음은 검안 과정에서 쌓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일이다. 안과 질병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는 것이 김 대표의 비전이다. “회사 슬로건이 ‘우리의 비전이 당신의 비전(Our vision is your vision)’입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회사로 키워보겠습니다.”

1393호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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