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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 관건은 혁신 속도에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누가 하느냐보다 누가 빨리 하느냐가 중요...중소기업 혁신기술 보호하는 시스템 시급

▎사진:전민규 기자
“중국 반도체산업 중심지인 우한의 입구엔 의미심장한 슬로건이 붙어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도시’ 입니다. 중국이 혁신을 외치며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듭니다”

10월 23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본사를 찾았다. 중국 출장을 막 다녀온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원자층증착장비(ALD),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에 필요한 제작 기계를 생산해온 기업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며 황 회장의 중국 출장 횟수도 늘고 있다. 그가 다녀온 우한에선 지금 27조2400억원이 들어가는 중국의 ‘국가메모리기지’ 1기 건설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이 주도해온 반도체와 OLED 분야를 노리는 황사 바람이 거칠어지는 있다.

“세계 인구의 0.7%, 면적은 0.07%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살길은 혁신뿐입니다. 기업가정신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이 혁신기술을 활발히 만들어내고 이를 유통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세계 1등 반도체 장비회사를 목표로 1995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반도체 ALD, LCD 장비인 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PE CVD) 등을 국산화하며 자리 잡았다.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했지만 2011년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태양광시장이 침체기를 맞았고 LCD시장도 정체되며 적자폭이 커졌다. 그는 주력 사업을 LCD에서 OLED로 전환하며 다시 회사를 일으켰다. 반도체장비 역시 공·자전 원자층증착장비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나섰다. 그 덕에 매출은 2015년 1756억원에서 2016년 2682억원으로 52.7% 늘었다. 황 회장은 혁신을 부르짖으며 주성엔지니어링을 위기에서 구했다.

거대한 시장과 자본이 있는 나라에 그대로 맞대응하면 승산이 없다. 우리의 장점을 파악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를 키워서 파고 들어야 한다. 그는 한국에 필요한 전략을 세워 국력을 집중해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아무리 힘이 쎈 사람도 수십 명과 맞붙어 싸워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전략을 세워야지요. 밤에 기습을 한다든지, 한 명씩 찾아 다니며 각개 격파를 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개방 사회에선 1등만 살아남는다

그는 21세기를 정보 개방시대로 본다. 모든 정보가 열려 있는 오픈 마켓이라는 것이다. 과거 시장에서 정보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폐쇄적인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1위와 하위 기업이 누구인지, 또 각 제품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는 제조사에게 큰 장점이었다. 일단 제품을 만들고 유통망을 확보하면 시장에 파고들 수 있었다. 열심히 하는 노력만으로 성공에 다가설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정보가 흘러 넘치는 개방 사회다. 개방 시장에서는 품질과 가격 등 정보가 세계인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똑똑한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 인터넷을 먼저 검색한다. 비슷한 제품을 둘러보며 가격과 성능, 그리고 소비자 평까지 읽고 구매 결정을 내린다. 정보가 충분하기에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점점 수요가 1등 기업에만 몰린다. 정보가 열려있는 시장에서는 1등이 힘을 받으며 2등과의 격차를 벌리는 일이 흔하다. 결국 선두주자만 살아 남는 세상으로 변화 중이다. 황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지식과 기술, 정보가 빛의 속도로 세계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인 만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워졌다”며 “이제는 1등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고 혁신하는 기업만이 1등으로 올라서 생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이 효율적

1등이 살아남는 시장에선 속도가 중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먼저 시장에 선보여야 1등할 가능성이 크다. 누가 하느냐보다는 누가 빨리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한국 중견·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먼저 하면 혁신, 나중에 하면 모방이기에 먼저 도전해야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사람도, 생각도, 시장도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대기업이 ‘소품종 대량’ 생산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틈새시장에서 글로벌 1위인 중소·벤처기업이 다수 등장해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과거 폐쇄적인 시장에서 대기업 위주로 성장하며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4만 달러를 향해 가는 데도 여전히 같은 방식을 구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2만 달러를 받쳐준 산업을 접고 다음으로 갈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 정책을 보면 기존 산업을 버리고 새로운 2만 달러 성장동력에 너무 집중하고 있습니다. 2만 달러 성장동력을 만들려면 기존 산업의 장점을 살리며 이와 연계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

황 회장은 4차 산업 혁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누가 시작했고 혁명의 주체는 누구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며 시작됐다.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며 제조방식에 혁명적인 변화가 생겼다. 2차 산업혁명의 주체는 전기다. 미국의 에디슨과 테슬라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전기가 풍부해지자 산업 전반에 거대한 변화가 생겼다. 3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이어졌다. 3차와 4차 산업혁명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작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 둘 다 정보 통신기술(ICT)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황 회장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서버 등 지금 가장 앞선 기술을 융합하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묶어 4차 산업혁명이라 한다”며 “3차 산업보다 상위 기술이 모여 융합을 이루는 과정인데, 밑바닥엔 인간을 어떻게 더 편하게 해주느냐에 대한 접근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 혁신이 필요하지요. 더 새로운 것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혁신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입니다. 다만 혁신은 매우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실패할 위험도 큽니다. 기업인들이 이를 무릅쓰고 도전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목표가 돼야 합니다. 1등을 이길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혁신이며 더 새로운 것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게 혁신의 가치입니다.”

1408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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