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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일 기자의 ‘K-뷰티 히어로’(9) 김태곤 파이온텍 대표]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 

 

청주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나노바이오 접목한 독자적 피부 침투 기술로 주목... 해마다 매출 15% 이상 R&D에 투자

▎지난 6월 27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의 파이온텍 본사에서 만난 김태곤 대표가 자사의 히트 상품인 ‘볼륨 톡스 오리지널 펩타이드 에센스’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성태 기자
세계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은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다. 검증된 효능을 지닌 의약 성분을 화장품에 접목시킨 제품을 뜻한다. 기존 화장품이 ‘피부 관리’의 개념이라면 코스메슈티컬 제품은 ‘피부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사나 약사 같은 의료 전문가가 연구·개발(R&D)에 참여한 제품도 이 범주에 속한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2012년 320억 달러(약 36조7900억원)에서 올해 470억 달러(약 53조3900억원)로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로 안티에이징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소득이 높아지면서 미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안팎이다. 아직 전체 화장품 시장의 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마다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여기에 제약사와 병원들이 도전장을 낸 구도다.

버블 에센스 제품군 입소문으로 120만개 팔려


▎국제특허를 포함해 130여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파이온텍은 전체 직원 중 40%가 연구원이며, 매출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연구 중심 기업이다. 사진은 파이온텍 기업부설 연구소. / 사진:파이온텍
지난 2001년 설립된 파이온텍은 K-뷰티의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코스메슈티컬 분야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기업이다. 기업명 ‘파이온텍(PION-TECH)’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개척자라는 의미의 ‘파이오니아(pioneer)’,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합쳐 만들었다. 기술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개척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동안 나노바이오 기술을 접목시킨 화장품 개발에 주력해온 이 회사는 2015년 말 출시한 펩타이드 볼륨 톡스와 펩타이드 볼륨 에센스, 볼륨77 등 버블 에센스 제품군이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성공 궤도에 올랐다. 특히 이들 제품에는 파이온텍이 오랜 기간 연구·개발로 얻어낸 독자적인 피부 침투 기술(DDS, Drug Delivery System)이 적용됐다. 화장품 유효성분인 펩타이드(peptide)를 나노 리포좀(nano riposome)으로 바꿔 미세 버블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피부 깊숙이 유효 성분을 흡수시킬 수 있다.

버블 에센스 제품군은 지난해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120만개를 팔면서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10초 만에 피부 볼륨감을 키워준다고 해서 ‘10초 에센스’로 불리는가 하면, 제품 패키지 색깔에 맞춰 ‘은색병’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파이온텍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15년 70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241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6월 27일 충북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의 파이온텍 본사에서 만난 김태곤(46) 대표는 “버블 에센스는 파이온텍의 16년 기술 노하우가 집약된 제품”이라며 “피부에 바르기만 하면 아주 작은 거품이 터지면서 피부 속에 유효 성분을 전달해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이도록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세월을 거꾸로 되돌려주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제품 때문에 ‘리턴에이징(return aging)’이란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니까요. 특히 최근 선보인 ‘볼륨 톡스 오리지널 펩타이드 에센스’는 정말 원가 개념 없이 만든 제품이에요. 광고비나 홍보비로 써야 할 돈까지 모두 쏟아 부었으니까요. 펩타이드를 12만ppm이나 넣은 제품은 지금까지 없었어요. 고가의 원료를 아낌없이 사용했더니 시장이 정확하게 반응하더군요. 제품력이 좋으니 소비자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더라고요. 홍보비나 마케팅비를 마구 때려 부으면 한번쯤은 쓰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다시 쓰는 건 소비자들의 몫이죠. 재구매율을 높이려면 결국 제품력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좋은 제품이 잘나가는 제품


1998년 충북대학교 대학원 공업화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김 대표는 실리콘 전문기업 한국다우코닝에서 경력을 쌓은 연구원 출신 기업가다. 창업 이후부터 지금까지 ‘잘나가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 아니라 좋은 제품이 잘나가는 제품’이라는 믿음으로 마케팅과 영업 대신 신제품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 직원 95명 중 40%를 개발 부서 인원으로 채웠으며, 해마다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덕분에 파이온텍은 나노 이중 캡슐화, 미세 버블링, 스피큘(spicule, 해면체를 말려서 추출한 분말)을 이용한 차세대 DDS 등 독창적인 기술은 물론 130여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06년 대한민국 벤처대상(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시작으로 2009년 우수 중소기업인상, 2010년 무역의날 지식경제부 장관상, 2011년 중소기업 기술부문 대상, 2012년 벤처창업대전 중소기업청장상, 2014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의 시선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를 겨냥하고 있다. 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대만·몽골 등 아시아 전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라며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 200만 달러에서 5배로 늘어난 10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해외 진출 전략은 한마디로 ‘메이드 인 코리아, 보틀링 인 오버시즈(made in korea, bottling in overseas)’입니다. 내용물은 한국에서 만들지만 패키징은 현지에서 하겠다는 거죠. 트렌드에 민감한 기능성 화장품을 바로 공급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그런 채널을 확보해 적용 중이에요. 앞으로 K-뷰티가 나갈 곳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이나 중남미라고 생각해요. 조만간 독일이나 스위스에도 현지 공장을 설립해 우리 기술력을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1393호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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