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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열심히 일한 당신, 즐겨라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긴장·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재충전 필수... 고착된 생각의 속박은 화 불러

▎사진:ⓒgetty images bank
대학병원 의사들의 72시간을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 3일]을 봤다. 대학병원 의사들이 그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다. 의사들은 고생을 하더라도, 환자가 회복되고 나면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중 한 사람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저는 환자들이 고맙다고 해도 즐겁지 않습니다. 환자가 회복되어 속으론 기쁘지만 겉으론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느 순간 다시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모든 순간에 책임을 지려고 하는 의사의 자세가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일 불행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늘 행복을 즐길 수 없다는 아이러니로 들리기도 했다.

올림픽대로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 끼어들었다. 급정거를 했다. 차가 심하게 쏠렸다. 자칫하면 뒤차와 부딪칠 뻔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왜 운전을 저따위로 하는 거야!’ 한참 동안 화를 내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가 말했다. “그 차는 벌써 가고 없는데, 너만 아직도 그 차에 붙잡혀 있네!” 머리가 띵했다. 친구의 말에 화가 났지만 맞는 말이다. 그 차는 벌써 지나가고 없는데, 혼자서만 그 차에 붙잡혀 있었다.

내일 불행할지 몰라 오늘 행복 못 즐겨?

경허스님의 일화가 생각났다. 경허스님이 제자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개울을 건너려고 하는데 어떤 처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장마철이라 물이 넘쳐서 개울을 건너기 어려웠다. 경허스님이 처자에게 물었다. “제가 업어서 개울을 건너드릴까요?” 처자는 수줍어하다가 스님 등에 업혀서 개울을 건넜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제자가 경허스님에게 따졌다. “스님, 출가수행자의 몸으로 여색을 멀리해야 하거늘, 어찌 아녀자를 업고 개울을 건넌단 말입니까?” 경허스님이 호통 쳤다. “이놈아, 나는 벌써 그 처자를 내려놓았거늘, 너는 아직도 그 처자를 업고 있느냐?”

생각을 꽉 붙잡고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상사가 나를 괴롭히는 것 같고, 동료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으면 그 생각은 더욱 강화된다. 그러면 실제로 그런 관계가 되어버린다. 자기 생각이 자신에겐 현실이 된다. 한 번 떠오른 생각은 절대 변하지 않는가? 그 생각은 언제나 진실인가? 무심코 떠오른 생각이라도 한 번 떠올랐다면, 변하지 않는가? 상대방에게 섭섭한 마음, 기분 나쁜 감정이 생겼다면, 그건 언제나 진실인가?

그렇지 않다. 자기 생각을 너무 믿지 말자. 생각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오죽하면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말이 있겠는가? 지금 떠오른 생각은 오만가지 중에 한 가지다. 이렇듯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생각을 꽉 잡고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스가 생겨서 몸과 마음이 망가지기도 한다. 마치 흐르는 물을 억지로 가두어 놓으면 썩는 것과 같다.

직장생활은 자기 생각을 강화하는 훈련장이다. 하루 종일 자기가 보고 들은 걸 믿는다. 하루 10시간, 주 5일, 한 달, 1년, 10년 이상 차곡차곡 쌓는다. 혼자 경험하고 혼자 결정하고 그렇게 고집불통이 되어 간다. 매일 이렇게 쌓기만 하다간 큰일 난다. 매일 쌓인 먼지는 매일 털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 10시간 쌓았다면 적어도 하루 1시간 이상은 털어내야 한다.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자기 생각을 강화시켰다면 유연하게 풀어줘야 한다. 생각의 먼지를 털어내고 기분의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오래 전 광고 카피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매일 열심히 일한 당신, 매일 놀아라. 매일 즐겨라!’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난 후에 하루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털어내는가? 언제 재충전하는가?

재충전은 거창한 게 아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털어내는 게 재충전이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들으면서 재충전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저, 나쁜 놈! 저 고약한 놈!’에 묶여있는 생각을 털어낸다. 어떤 사람은 걸으면서 재충전한다. 걸으면서 자기 생각에 갇혀 있던 마음을 풀어준다. 터벅터벅 걸으면 뇌가 자극되어 머리가 시원해지고 건강도 좋아진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사우나를 해도 좋다. 책을 읽어도 좋고 수다를 떨어도 좋다. 어떤 방법이던지 몸을 자극하고 생각을 자극해서, 긴장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바로 재충전이다.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리고, 달리고, 사우나를 하고, 연극 관람을 하는, 이 모든 게 재충전 방법이다. 재충전은 미루면 안 된다. 매일 해야 한다. 오늘 재충전하지 못하면 내일도 재충전하기 어렵다. 재충전은 매일 습관처럼 해야 한다. 매일 열심히 일했으면 매일 놀아야 한다. 노는 것을 내일로 미루면 안 된다.

한동안 월요일 아침마다 설사를 했다. 월요병이었다. 매주 시작하는 월요일이 부담이 됐다. 부담은 설사로 이어졌다. 몸과 마음이 피폐할 즈음에 단전호흡을 배웠다. ‘의식을 단전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깊게 들이쉰다. 천천히 내쉰다. 깊게 내쉰다. 온 정신을 단전에 집중한다.’ 단전호흡을 하니까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건강해졌다. 단전호흡을 하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내가 뭘 두려워하는지, 왜 두려워하는지도 알게 됐다. 나의 두려움은 더 잘하고 싶은 욕구의 다른 표현이었다. 뭔가를 잘하고 싶을 때, 제일 먼저 두려움이 느껴졌다. 잘하고 싶은 욕구가 크면 클수록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반대로, 잘하고 싶은 욕구가 없을 땐 그게 아무리 큰일이라고 해도 두려움이 느껴지질 않았다. 매일 단전호흡을 하니까 설사도 없어지고 몸이 건강해졌다. 마음도 편안해졌다. 나에겐 단전호흡이 재충전 방법이었다.

매일 어떻게 재충전하고 있는가

코칭을 받고 난 사람들이 말한다. “코치님의 질문에 대답하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불안하다고 말할 때 묻는다. “그렇게 불안을 느끼는 이유가 뭡니까?” 거의 대답은 똑같다. 잘못될까 두렵다는 거다. 뒤집으면 잘되고 싶다는 거다. 그러니까 두려움을 느낀다는 건 더 잘하고 싶다는 거다.

무엇이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가? 무엇이 그렇게 힘들게 하는가? 모든 건 자기 생각의 속박 때문이다. 자기 생각 때문에 불안하고, 자기 생각 때문에 힘들다. 그러므로 자기 생각을 유연하고 부드럽고 포용력 있게 만들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몸과 마음의 병이 동시에 생길 수 있다. 생각의 고착은 언젠간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어떤 형태로든 매일 쌓아놓은 자기 생각의 속박을 털어내야 한다. 그 방법이 재충전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몸의 재충전, 마음의 재충전,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생각이 건전하기 어렵고, 생각이 나약하면 몸도 나약해진다. 어떤가? 당신은 어떤 재충전 방법을 가지고 있는가? 매일 어떻게 재충전하고 있는가?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96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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