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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강온 양면 전략-성동격서 전법 효과적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북한 핵개발로 난처해진 한국의 타개책 … 중·러 움직여 북한 개방 이끌어내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복잡하고 어렵게 전개되고 있다. 북핵 문제가 국방과 외교를 넘어 경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에서 사드보복 여파로 피해를 본 우리 기업이 많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여행업 등 중국인 대상의 비즈니스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또 다시 중국이 제재를 한다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바둑에서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는 난국에 비유할 수 있다. 바둑의 전략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해법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작금의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대응이 주요 특징이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 일본이 모종의 역학관계를 갖고 있어 복잡미묘한 형국을 만들고 있다. 한편 당사자인 우리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혹스런 입장에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북한의 핵미사일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여러 가지 난제가 쉽게 풀린다. 북한도 국제적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핵을 보유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사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북한 핵개발 후폭풍 사드배치 논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은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면 한국과 일본도 핵무장을 하려고 할 것이니 이러한 핵 도미노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선의 해결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래 북한이 미사일을 쏴 대는 동안 한국에서는 그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사드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것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을 막기 위한 당연한 자위조치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며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문제의 원인 제공자는 북한인데 한국이 경제제재를 받고 있으니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사드가 갖는 레이더 감시 기능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미국이 자신들을 레이더로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사드가 나타나며 중국과 한·미가 대립하는 양상이 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한 여파로 한국은 사드라는 또 다른 난제를 안게 된 셈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에 빠졌다. 이런 점에서 북핵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사드 배치 외에 전술 핵무기 배치와 같은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사드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 국론도 분열시켰다. 보수층에서는 국가 안보를 위해 당연히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드가 핵미사일 방비에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한 현재의 긴박한 정세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북핵에 대한 전략으로는 크게 강경책과 온건책의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강경책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에는 보통 초강수가 동원된다. 최강으로 상대를 압박해 굴복을 받아내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핵개발을 포기하게 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과 같은 경제제재는 물론 군사적인 수단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바둑에서는 흔히 전투력이 뛰어난 상수가 이런 강수전략을 써서 성공을 거둔다. 힘으로 앞서 있을 때 그 힘을 활용해 승리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전투력과 경제력에서 앞선 미국이 이런 강경책을 쓰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러한 강수전략에는 중대한 제약이 있다. 군사적인 수단은 한국의 반대로 쓰기가 어렵고, 경제적인 제재는 중국이 키를 쥐고 있어 용이하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칭찬하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초강수를 쓰고 싶으나 이런 제약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찌 됐든 미국은 계속 강경한 전략을 고수할 것이다. 하지만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둑에서 강수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하나 보기로 하자.

[1도]는 일본의 공식기전에서 후지사와 9단과 이와모토 9단이 둔 바둑이다. 후지사와는 상대를 사형에 처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강경한 작전을 선호하는 기사다. 중반 장면에서 후지사와는 백1로 들여다보아 흑을 위협하고 나왔다. 흑A로 이으면 무난하나 백B로 뚫어 흑의 손해가 크다. [2도]에서 그렇게 굴복할 수는 없다고 본 이와모토는 흑2쪽을 이었다. 그러자 백3으로 뚫어 순식간에 국면이 험악해졌다. 백13으로 끊겨 오른쪽 흑대마가 위험해졌다. 일단 이 모양은 백의 강수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전은 대부분 리스크가 수반된다. [3도]에서 흑1로부터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백이 선수를 잡아 백16으로 두자 흑△의 돌들이 백의 수중에 떨어졌다. 백의 큰 성공이다. 이것은 백이 폭격을 강행해 적군을 궤멸시킨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백이 이 흑을 거저 잡은 것은 아니다. 다음 흑23으로 끼워서 끊자 이번에는 백◎의 대마가 잡히고 말았다. 강수로 흑대마를 잡는 동안 백의 대마도 약화된 것이다. 결국은 거대한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 강경한 전략은 이와 같이 자기편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강경책과는 반대되는 전략이 있다. 바로 온건책 또는 유화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압박과 함께 대화를 주장하는 것이 바로 유화책의 일환이다. 싸움보다는 평화로운 해법을 찾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바둑에서 고수들은 치열한 싸움을 하다가도 타협을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쓴다. 이판사판으로 끝장을 보려고 하다가는 어느 한 쪽이 크게 다치기 때문이다. 또한 이긴 쪽도 상당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고수들은 막장에 타협을 한다. 가능하다면 북한 핵 문제 해결은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타협책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길은 있을 것이다.

강경 일변도 전략은 이긴 쪽도 피해 클 우려

이 전략은 당사자인 북한보다는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인다. 두 강대국을 설득해 북한을 개방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일종의 ‘성동격서 전법’이다. 즉 반대편을 공략해 다른 쪽으로 공격의 효과를 파급시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전략을 적극 펼쳐 그 힘을 북한 문제로 파급시켜가는 전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사드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에 전술 핵무기 배치와 같은 카드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한국도 안보를 위해 사드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396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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