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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의 ‘카톡(Car Talk)’] PHEV가 전기차의 대안될까? 

 

김태진 모빌리티솔루션즈코리아 CEO 겸 자율주행연구소장 tj.kim@globalmsk.com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 결합...전기차 대비 보조금 적어 역차별 논란

요즘 전기차(EV)를 구입하려고 망설이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딱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기차 구매자는 친환경을 가장하고 싶은 정치인 또는 연예인 취급을 받았다. ‘수조원대 투자비’라는 장벽을 치고, 좀처럼 지각 변동이 없던 자동차 산업이 요동을 친다. 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자율주행자 시험 모델이 2017년 현재 세계 주요 도심을 누빈다. 2021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완전 자율주행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130년 내연기관 시대의 종언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차를 내다볼 칼럼을 연재한다.


▎PHEV의 대중화를 이끌 모델로 평가받는 기아자동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 PHEV(왼쪽)와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 사진:기아자동차, 도요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는 전기차에 가솔린 내연기관을 장착한 차량이다.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해서 수십㎞를 달리다가, 배터리가 떨어지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전기차는 거리에서 배터리가 방전되면 견인 이외에 대책이 없다. 최대 단점이다. PHEV는 가솔린 엔진이 달려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포지션이 애매모호하다. 전기차도 아닌 건 확실하다. 그렇다고 전기차 기능을 살짝 달아 놓고 가격은 동급 가솔린차보다는 50∼80% 비싸다. 아직까지 PHEV의 인기가 시들한 배경이다.

동급 가솔린차보다 50∼80% 비싸


▎국내 출시된 전기차 가운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가장 긴 한국GM의 볼트EV도 383㎞ 밖에 못 간다. 이동 가능거리가 45㎞ 남았음을 표시하는 계기판.
요즘 전기차(EV)를 구입하려고 망설이는 사람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딱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기차를 사는 계층은 연구용, 친환경을 가장(?)하고 싶은 정치인 또는 연예인으로 취급 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전기차를 자가용으로 구입해 타고 싶다는 사람을 꽤 볼 수 있다. 기자에게 상담한 경우도 서너건이나 됐다. 아직까지 평범한 소비자는 아니다. 서울 같은 대도심권의 일반적인 거주 환경은 아파트다. 지금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아파트 생활이 아닌 주택 소유자, 또는 회사 건물을 소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차를 구매할 때 전기차를 장바구니에 넣는 시대가 됐지만 아직도 충전소는 요원하다. 당장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려면 ‘님비 현상’을 돌파해야 한다. 안 그래도 아파트 주차장이 비좁은데 ‘나만을 위한 주차장(전기충전소)’을 동의해 달라고 주민의 협조를 기대하는 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기차의 대안으로 절반의 전기차 역할을 하는 PHEV가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EV 이전에 PHEV가 대세다. 한국의 현실은 좀 다르다. 전기차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100% 가솔린차도 아닌 것이 가격만 비싸다는 비아냥을 듣는다. 연비만 고려하면 동급 PHEV보다 20∼30% 저렴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고르면 된다. 물론 PHEV가 하이브리드보다 연비가 더 좋다.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지만 PHEV는 매력 덩어리다. 우선 웬만한 출퇴근 거리(통상 40㎞ 정도)는 기름 한 방울 안 쓰고 순수 전기차 모드로 매일 사용할 수 있다. 퇴근할 때 집에서 서너 시간 충전하거나 사무실에서 마찬가지로 충전하면 ‘Everyday EV’가 된다. 더구나 별도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고 일반 220V 가정용 전기로 충전해도 대여섯 시간이면 충분하다. 술 한잔 하고 충전을 깜빡 했을 때는 가솔린 엔진을 이용해 출근했다가 다시 충전하면 된다. 서울~부산 450㎞ 장거리 여행도 문제 없다. 처음 50㎞는 전기차로 가고 나머지는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하면 된다.

이런 장점 많은 PHEV가 왜 한국 시장에서는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조목조목 따져보면 전기차보다 더 구입할 만한 PHEV가 여럿이다. 당장 손 안에 넣을 만한 합리적 가격의 모델도 꽤 있다. PHEV의 대중화를 이끌 모델이 지난 4월 나왔다. 기아자동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 PHEV,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PHEV)이 대표 주자다. 이로써 4000만원 전후에 구입할 수 있는 보급형 PHEV는 현대 쏘나타·아이오닉, 기아 K5, 쉐보레 V볼트를 포함해 6개나 된다. 여기에 1억원 넘는 수입차 PHEV는 여러 종류다. BMW i8, 벤츠 S클래스, 볼보 XC90 T8, 포르쉐 파나메라·카이엔이 대표적이다. 이들 차량은 1년 내내 길거리에서 한 번도 보기 힘들 정도로 판매가 부진하다.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이다. 물론 전기차 기능도 뒤진다. 당장 올해 4월 판매대 수만 따져보다. 전기차는 862대에 달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EV가 607대로 선두다. 이어 쉐보레 볼트 EV(121대), 르노삼성 SM3 Z.E(85대), 기아차 쏘울 EV(49대) 순이다. 전기차가 호성적을 거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PHEV는 초라하다. 지난 2월 출시한 현대차의 PHEV 아이오닉 플러그인이 37대로 1위였지만 전기차 꼴찌인 쏘울 EV보다 적은 수치다. 이른바 ‘신차 효과’ 조차 누리지 못했다. 이어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17대), 쏘나타 PHEV(9대), BMW i8(2대)다.

대도심 생활에 적합한 친환경차


이처럼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유력 수입차 업체들이 줄줄이 PHEV 신 모델을 출시한다. BMW는 3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PHEV 모델인 330e와 중형 SUV의 PHEV 모델 X5 40e를 하반기 내놓는다. 추가로 5시리즈·7시리즈 PHEV 모델 투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입차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4분기에 PHEV 모델 2종(C350e·GLF 350e)을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에도 추가로 PHEV 모델을 내놓는다.

PHEV가 미래 자동차를 선도할 중핵으로 떠올랐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비싼 가격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공통 의견이다. 다음으로 정체성을 꼽는다. 전기차와 가솔린차 중간에는 하이브리드카가 자리를 잡고 있다. PHEV는 하이브리드카의 전기차 기능을 조금 더 확대한 것인데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처럼 대도심 생활권에 인구의 80% 이상이 모여 있는 환경에서 PHEV는 최적의 친환경차라는 점이다. 출퇴근뿐 아니라 동네 장보기, 아이들 학원 등교 같은 이동 수단은 전기차 기능으로 충분하다. 충전도 전기차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여기에 전기차로는 아직까지 꿈도 꿀 수 없는 장거리 여행을 척척 소화해낼 수 있다. 수백㎞ 장거리 여행에서 휘발유만 넣어주면 하이브리드차로 변신한다. 연비도 뛰어나다. 프리우스 프라임의 복합 연비는 가솔린 주행시 21.4㎞/L, 전기차 주행시 6.4㎞/㎾h다. 모터를 완전 충전하고 기름도 가득 채우면 한 번에 960㎞까지 달린다. 아이오닉 플러그인(가솔린 주행시 20.5㎞/L, 전기차 주행시 5.5㎞/㎾h)도 항속거리(900㎞)가 서울~부산을 왕복(약 810㎞)하기에 충분하다. 충전소가 부족한 전기차와 비교해보면 훨씬 실용적이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 가운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가장 긴 볼트EV는 383㎞ 밖에 못 간다.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참여했던 장은석 자율주행연구소 부소장(화학박사)은 “PHEV는 현재 도심 생활에 가장 적합한 친환경차”라며 “전기차가 대중화할 10년 이내에 공존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이후에도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근거로 세계적으로 도심 생활권이 확대되는 추세를 꼽는다. 단점인 비싼 가격도 배터리 성능 향상에 따라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에서 PHEV 판매량이 부진한 결정적인 이유로 들쑥날쑥한 보조금 체계를 꼽는다. PHEV에 대한 보조금 차별이 손에 쥘 수 없는 ‘비싼 차’로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PHEV는 하이브리드카·전기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 1400만원에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더해 최대 2600만원 할인을 받는다. 통상 대도시의 경우 모두 합쳐 2200만원대 보조금을 지원한다. PHEV는 보조금(500만원)과 세제 혜택 등을 포함해 최대 지원금이 840만원이다.

보조금을 가정해 PHEV 가격을 계산해 보자.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4060만원, 아이오닉 플러그인 N트림 2730만원, Q트림 2910만원이다. 문제는 동급 순수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으면 PHEV보다 최대 1000만원 더 저렴하다. 쏘울 EV 1680만~2880만원, 닛산 리프 1990만원~2580만원, 아이오닉 EV 2150만원, 볼트EV 2179만원이 그렇다.

각 브랜드 한국에 PHEV 신차 투입 저울질


▎삼성SDI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출품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용 배터리 셀. 한 번 충전하면 최대 600㎞까지 주행 가능하다. / 사진:삼성SDI
동급 하이브리드카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에서 확 밀린다. K5 하이브리드(2865만원~3270만원)보다 K5 PHEV(3960만원)는 최대 1095만원 비싸다. 쏘나타 PHEV(3893만~4250만원) 역시 쏘나타 하이브리드 (2886만~333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지갑을 열어야 한다. 원칙 없이 PHEV만 홀대하는 정부의 보조금에 소비자들이 춤을 추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PHEV의 무덤 탈출은 보조금에 달려있다. 전기차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PHEV 판매는 대박날 게 분명하다 70∼80% 수준만 돼도 현재 전기차 판매량은 가볍게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을 만지작거리는 현 정부에서 역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거나, PHEV가 전기차 대우를 받을 만큼 보조금이 올라간다면 판매는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친환경 디젤’이라는 거짓 탈을 쓰고 승승장구했던 디젤 승용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면서 세계적으로 퇴출 대상이 됐다. 그런 점에서 하이브리드카보다 전기차에 더 가까운 PHEV 보조금을 재고해봐야 할 확실한 명분이다.

국산차 메이커뿐 아니라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에 PHEV 신차 투입을 저울질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PHEV는 점점 우리 생활을 파고들게 분명하다. 보조금 제도만 개선된다면 PHEV는 ‘다음번 구입할 신차 장바구니’ 넣기에 충분하다. 전기차가 기반이 될 자율주행차로 가기 전에 꼭 한 번 타봐야 할 차로 PHEV는 손색이 없다.

※ 김태진 - 모빌리티솔루션즈코리아 CEO 겸 자율주행연구소장(tj.kim@globalmsk.com)이다. 중앙일보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이다

1397호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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