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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택배시장은 지금] 시장 커지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상반기 물동량 전년 대비 13% 늘어 ... 간편식·도서·의류 등 특화 서비스 봇물

올 상반기 국내 택배 물동량은 11억1127만개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3.67% 늘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급증한 결과다. 택배 업계는 늘어난 물동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운송·분류 작업의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류 시스템 개선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작업을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택배 터미널의 풍경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첨단 기계가 손이 많이 가던 물건 분류를 도맡고 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를 접목한 기술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택배의 진화 현장을 두루 살펴봤다.


▎사진:전민규 기자
지난 2월 KG로지스는 로젠택배의 KGB택배 지분 100%를 취득했다. KG로지스 측은 KGB택배와 통합 작업이 완료되면 매출액은 4300억원으로 증가하고, 시장점유율도 7.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KG로지스의 지난해 매출은 2230억원, 시장점유율은 4.2%를 기록했다. KG로지스 측은 이번 통합으로 두 회사가 보유한 물류 인프라를 공유해 물류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KG로지스 측은 “KGB택배 인수로 이천·군포·옥천·세종·원주·대구·광주 등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물류 터미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1일 처리 택배물량 역시 기존 50만개에서 100만 개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통합 6개월이 지난 현재 효과보다는 잡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G로지스가 KGB택배를 인수한 후 대리점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주들의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M&A로 ‘몸집 키우기’ 시도 이어져

M&A 이후 부작용에도 택배 업계의 ‘몸집 키우기’ 시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송망이 확대되고, 물류 시스템이 효율적일수록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매출 1위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택배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초기 시설에 투자 여력이 충분한 업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린 때문이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올해 상반기 매출(9462억원)과 영업 이익(35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31%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44%를 넘어섰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택배산업의 시장 규모는 약 2조4861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2조2522억원보다 10%가량 증가한 수치다. 당초 쿠팡을 비롯한 일부 유통 업체가 자체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오히려 규모가 커진 것이다

올 상반기 택배 물동량은 11억1127만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상반기에 기록한 9억7890만개보다 13.67% 늘어난 규모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된 결과다. 특히 CJ대한통운·한진 등을 비롯한 상위 5개사의 상반기 물동량이 9억4623만개를 기록해 지난해 8억 1707만개보다 약 15.81% 증가했다. 상위 업체 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2위 쟁탈전을 벌이는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 들어 나란히 매출이 늘었다. 두 업체의 올해 2분기 매출액(택배부문)은 각각 2872억원, 2871억원을 기록했다. 두 업체간 매출 격차가 1억원에 불과하다. 한진과의 매출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한 롯데글로벌로지스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상반기 7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진 역시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2.9% 감소했다. 택배 물동량은 증가한 반면 택배 단가는 오히려 떨어진 탓이 크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택배 업체들의 평균 택배 단가는 2235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상반기 택배의 평균 단가는 2302원. 1년 새 67원 줄었다.

택배 단가가 22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업계는 시장점유율을 높여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다. 선두 업체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한편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당하면서 시설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가 최저임금을 15.7% 인상하면서 택배 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택배산업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새 정부의 근로자 처우개선 의지에 비춰볼 때 중장기적으로 도급인력의 내재화와 인건비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1인 가구 증가, 모바일 쇼핑 활성화로 물동량 증가


▎사진:전민규 기자
업계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지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도 있다. 국내 시장 1위인 CJ대한통운은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물류시장을 벗어나 아시아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인도와 중동의 물류 업체 두 곳을 동시에 인수했다. 이번에 인수한 인도 물류 업체인 ‘다슬로지스틱스’는 인도 내 210개의 거점을 두고, 1만5000대의 차량·장비를 운용하는 업체다. 인도 수송 분야 1위, 종합 물류 분야 3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32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같은 날 인수를 밝힌 두바이의 ‘이브라콤’은 세계 15개국에 21개 법인을 둔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이다.

특히 중동·중앙아시아 지역 중량물(부피가 크고 무거운 화물) 물류 분야에서 선두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택배산업이 연간 10% 이상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CJ대한통운은 이미 국내에선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한 만큼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J대한통운은 앞서 2013년 중국 물류업체 ‘스마트 카고’를 인수해 중국에 진출한 바 있다. 이어 2015년 중국 냉동·냉장 물류기업 ‘룽칭물류(현 CJ로킨)’를 인수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종합 가전업체 TCL과 물류 합작법인 ‘CJ스피덱스’를 설립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에 이르는 물류 벨트를 구축했다.

국내 1위는 해외 진출, 글로벌 3위는 국내 진출


한편 미국의 특송물류기업 UPS는 역으로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UPS는 지난 5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로부터 국내 5위 택배기업 로젠택배의 지분 100%를 2700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UPS는 DHL·페덱스와 함께 세계 시장을 이끄는 글로벌 특송물류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609억 달러(약 68조원)에 달한다. 로젠택배 인수가 마무리되면 지난 2008년 대한통운과 합작해 세운 UPS-대한통운을 청산한 지 10년 만에 다시 국내에 진출하게 된다. 로젠택배가 UPS의 자체 국제특송서비스(EMS)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점유율 2위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로젠택배 시장점유율이 10% 미만인데다, 택배시장 상위 업체들과 로젠택배의 주력 영업 분야가 달라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택배시장 상위 업체들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로젠은 C2C(소비자 간 거래)가 주력이다.

‘택배 공룡’의 한국 진출이 예고된 가운데 농협이 택배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농협의 농산물 운송업무 자회사인 ‘농협물류’는 지난 6월 한진과 업무협약을 했다. 하나로마트 점포에 택배취급점을 설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농협은 2012년 무렵부터 농산물 중심의 택배사업에 진출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기존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시행이 쉽지 않았다. 이에 농협은 우회로를 택했다. M&A 등을 통한 직접 진출이 아닌 기존 택배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한 것이다. 특히 농산물이 일반 상품과 비교해 취급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비싼 택배요금을 지불해야 했던 농가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농협은 한달여 간 시범사업을 거쳐 10월부터 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하반기 택배시장은 상반기보다 더욱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나 업체 간 경쟁도 그만큼 치열할 전망이다. 이에 택배 업체도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놓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가정간편식(HMR) 전문 배송사업에 진출했다. 심야와 새벽시간을 이용해 고객 집의 문 앞에 HMR을 배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HMR O2O(Online To Offline) 업체 30여곳과 계약해 하루 1200~1500건을 처리한다. 택배 시스템을 통해 배송추적이 가능하고, 배송이 완료되면 현장 사진을 찍어 고객이 택배 애플리케이션으로 볼 수 있도록 안심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초 생수 배송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KG로지스는 지난해 온라인서점 ‘예스24’의 택배 파트너로 선정돼 도서택배 시장을 공략했고, 한진은 최근 온라인 쇼핑몰 등과 손잡고 당일 배송 서비스를 펼칠 예정이다.

1401호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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