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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7대 산업은 지금 | 자동차] 현대차·기아차 매출·영업이익증가율 ‘후진’ 

 

함승민 기자 sham@joonagang.co.kr
경쟁사 대비 원가 경쟁력 떨어져 … 전기차 중심의 시장 재편이 위기이자 기회

▎자리가 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자동차 수출선적부두 야적장.
숲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의 생존경쟁은 치열했다. 최근 5년 전체 자동차 시장의 성장성은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자동차산업 글로벌200 기업의 5년 평균 매출증가율은 1.75%다. 2015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2~5%씩 성장하는 모습이다. 5년 평균 영업이익증가율(13.15%)과 순이익증가율(5.77%)도 높은 편이다. 다만,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실적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업체별로 엇갈리는 호재와 악재, 거듭되는 사업개편과 구조조정의 결과다.

일본 자동차 기업은 지난 5년 사이 엔저와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증가를 기반으로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 도요타와 혼다의 5년 평균 매출증가율은 각각 2.75%, 7.59%다.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증가율은 각각 55.54%, 12.24%, 순이익증가율은 각각 56.13%, 4.41%를 기록했다. 글로벌200에 포함된 36개 일본 기업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21%에서 29%로, 순이익 비중은 13%에서 26%로 크게 증가했다. 현금 흐름과 순유동자산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유동성 및 투자 기반이 더욱 탄탄해진 모습이다. 그만큼 전기차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에 유리한 환경에 있다는 얘기다.

일본 자동차 업체 대약진

미국은 GM과 포드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GM은 5년 평균 2.24%의 매출증가율을 나타내면서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5년 순이익증가율도 18.02%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미국 경기 회복과 유가 안정으로 자국 내 픽업트럭 판매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부실 자회사 정리 효과도 있다. 2014년 GM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메리 바라 회장은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의 선택과 집중으로 글로벌 사업을 재편 중이다.

유럽 자동차 기업은 2013년 이후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5년 평균 매출증가율은 -0.78%다. 영업이익증가율도 3.27%로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디젤게이트(2015년 9월 폴크스바겐의 디젤 배기가스 조작 사건)로 인한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영업 손실 여파가 컸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증가율(0%)이 마이너스를 벗어나고, 영업이익증가율이 36.73%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의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부진한 기존 모델 단종과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실적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합작 자국 업체들의 제품 품질이 향상되면서 자국 시장 내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9위 자동차 기업인 상하이자동차그룹은 최근 5년 매출증가율 9.41%, 순이익증가율 8.7%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중국 자동차 업체는 5년 간 순유동자산이 연 평균 4.78%씩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단기 투자여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업계의 투자 호황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한국 자동차 기업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최근 5년 동안 매출은 연 평균 0.02% 성장했지만, 영업이익(-9.9%)과 순이익(-11.1%)은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5년 평균 매출증가율은 각각 -0.45%, -0.29%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하락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두 회사의 연 평균 영업이익증가율은 각각 -14.08%, -11.30%, 순익증가율은 각각 -13.53%, -10.86%다. 노사갈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중국으로의 수출 둔화 영향이다.

디젤게이트 후폭풍 벗어나는 유럽 자동차 업계

일시적 변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글로벌200 내 한국 자동차 기업의 제조원가 경쟁력은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경쟁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5년 간 매출 대비 매출총이익을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은 평균 18.03%, 제조원가 대비 매출총이익인 원가가산율은 22.01%로 글로벌 기준(각각 22.94%, 29.92%)을 밑돌았다. 매출총이익과 원가가 산율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7.63%→5.03%)과 순이익률(8.04%→5.02%)로 감소했다. 낮은 수익성의 원인이 임금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직원 급여·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되는 판관비는 한국 자동차 기업이 오히려 글로벌 기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는 이자보상배율(5년 평균 20.21) 등 유동성지표가 양호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자동차 업계는 유동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진로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대격변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 자동차 판매 30%를 차지하는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이 2040년부터 휘발유·경유 차량 판매를 금지키로 한데 이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 중심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중국 외에도 영국·프랑스·인도·노르웨이 등이 내연기관 금지에 나서기로 했으며, 조만간 ‘자동차의 고향’ 독일에서도 전기차 전환이 확정될 전망이다. 효과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성패를 가를 열쇠다.

1404호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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