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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경영(1) 세아상역] 교육으로 아이티의 미래 밝힌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지난해 유치원·초등학교 과정 50명 졸업...2021년 초·중·고 종합학교 완성

▎아이티 카라콜 산업단지에 위치한 세아중학교는 지난 3월 24일 개교식을 가졌다. 사진은 세아중학교 외관 모습
지난 3월 24일 아이티 세아학교 강당에는 한국의 가곡 ‘고향의 봄’이 울려 퍼졌다.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세아학교에 다니는 아이티 학생들이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아이들이 한국 가곡을 부른 것은 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이 학교 건립자인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김 회장은 물론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미주개발은행(IDB)·한국국제협력단(KOICA) 관계자 등이 모두 감동했다.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은 “세아의 헌신 덕에 아이티의 교육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며 “세아초등학교, 중학교, 앞으로 세워질 고등학교에 재학할 700여 명의 학생이 이곳에서 사회 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받길 기대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아이티 진출 후 희망 나눌 수 있는 방법 고민


▎세아중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티 학생들. / 사진:세아상역
김 회장이 아이티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1년이다. 아이티는 북중미 카리브해의 섬나라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이곳에 2010년 1월 12일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진도 7.0의 대지진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주변 지역을 강타한 것이다. 수도는 거의 폐허로 변했고, 30만 명의 사망자와 1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아이티 인구(1000만 명)의 무려 3%가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었다. 어려움에 빠진 아이티를 돕기 위해 미국 정부와 미주개발은행(IDB) 등은 공단을 조성하고 발전소를 짓는 ‘아이티 재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현지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외국 기업도 찾았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가 긴요한 아이티 입장에서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봉제공장은 안성맞춤형 사업이었다. 이 점에 착안한 미국 정부는 글로벌 의류수출 기업을 물색했고, 세아상역을 낙점했다. 세아상역은 한국과 미국, 인도네시아 등 총 9개 국가에 24개 현지법인과 41개 공장을 운영하는 의류 제조 및 수출 기업이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제안을 받고 수락하긴 했지만 김 회장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미국 수출분에 대해 2020년까지 무관세 혜택을 받는 조건(현재 2025년까지 연장)을 감안하더라도 전기·도로·항만 등 제조 여건이 극히 빈약한 아이티에 투자하는 건 모험과 다름없어서다. 고심을 거듭하던 김 회장 눈에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아이티의 처참한 풍경이 들어왔다. 빈곤에 시름하던 1950~1960년대 한국의 모습이 떠올랐다. 김 회장은 아이티에 투자하는 것은 비즈니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카라콜 산업단지에 첨단 봉제공장(S&H글로벌)을 설립했다.

S&H글로벌에서 생산된 옷은 월마트·타깃·갭·콜스 등 미국 대형 유통·의류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미국에 100% 수출한다. 2012년 10월 문을 연 S&H글로벌은 1억4000만 달러(2016년 기준)의 수출 실적을 거둔 아이티 최대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김 회장은 아이티 진출 이후 이곳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거듭 고민했다. 그러다 교육을 떠올렸다. 김 회장은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이티는 초등학교 진학률이 50%, 대학 진학률이 1%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 세아상역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을 잡고 2014년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세아학교를 건립했다. 세아학교에 입학한 300명의 학생은 아이티 언어인 크레올어와 더불어 프랑스어·영어 수업을 받는다. 아이티의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교육은 물론, 건축·회화·조각 등 시각예술 교육도 받는다.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한 영양가 있는 급식도 무료로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50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삼고초려 끝에 뉴욕 초등학교 교장 영입

김 회장은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렸다. 졸업생들이 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세아중학교를 건립한 것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세아중학교는 9월부터 중등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3년 간의 중등 교육 과정 후를 대비한 고등학교 건물도 짓는다. 2021년이면 초·중·고등 과정(1~12학년)을 모두 갖춘 아이티 최고 수준의 종합학교(700명 규모)가 완성된다.

세아학교에는 현재 교사를 포함해 40여 명의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아이티 최고의 교육기관을 만들겠다’는 슬로건에 걸맞게 최고의 교육을 할 교사와 교장 선택에 공을 들였다. 특히 교사를 통솔하며 수업 커리큘럼을 개발할 교장 선정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교장 선정을 위해 세아상역 미국 법인장은 주변 교수들에게 도움을 청해 적합한 인물을 추천받았다. 바로 장 멀빌(Jean Mirvil)씨다. 그는 아이티 출신으로 고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하버드 대학교, 프랑스 소르본대학교를 졸업하고, 영어와 프랑스어, 아이티 현지어 크레올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재원이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브롱스(Bronx) 초등학교 교장도 10여년 간 역임했다.

멀빌씨는 세아학교 교장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지만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우선 무상교육으로 진행되는 세아학교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교장 처우를 제대로 해주기 어려웠다. 또 아직 ‘건축 계획’인 학교를 맡는다는 것 역시 상당한 책임과 위험부담을 수반했다. 멀빌씨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이티 현지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뉴욕에 거주하던 가족을 데리고 올 수가 없어 떨어져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법인장은 ‘아이티의 미래를 만들자’며 설득했다. 아이티 투자에서 이익이 나면 처우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끈질긴 설득 끝에 멀빌씨는 기존 학교에서 받던 급여를 반으로 낮춰 세아학교에 합류했다. 합류 후 그는 교실 구조부터 배치, 교사들에 대한 채용 인터뷰와 커리큘럼 회의까지 모든 일을 도맡았다. 노력 끝에 개교 후 3년이 지난 세아학교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이티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멀빌 교장은 “세아학교는 인근 지역의 교육 관계자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1순위 학교”라며 “학생들을 보면 교장직을 수락한 것이 너무나 잘한 일 같다”고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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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호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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