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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4차 산업혁명 이끌 디지털 신기술] 의무교육시장은 IT공룡의 새로운 전장 

 

박종민 딜로이트 경영연구원 연구원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치열한 경쟁...규모 작지만 미래 고객·인재 유치에 도움

▎미국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구글 크롬북과 구글 교육용 앱으로 공부하고 있다. / 사진:뉴욕타임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첨단기술 대기업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의무교육(K-12) 시장에 들이고 있는 노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이들 빅3뿐만 아니라 아마존 또한 교육시장의 주도권을 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교육 분야에 대한 기술 대기업들의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전문 교육기업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의무교육 관련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콘텐트 시장의 규모는 최대 83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대형 기술기업이 적극 참여할 동기가 될 만큼 큰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진정한 가치는 사용자를 조기에 자사 상품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고객 충성도를 키울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여기가 있다. 특히 고급 인력의 확보가 중요한데, 교육시장을 선점하면 장기적으로 인재 채용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구글이 압도적 선두


현재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구글로, 특히 학생들의 성과 개선에서 교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1000명의 교사와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에드위크 마켓 브리프(Edweek Market Brief)의 지난 5월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한 최고의 솔루션 기업”으로 구글을 꼽았다. 애플은 2위를 기록했는데 단지 13%만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큰 격차를 보였다. 구글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한 첨단 기능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교사들의 업무를 단순화시켜주고 교육당국이 직면한 관리업무의 부담을 줄여 주기 때문이다. 구글이 제공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사용하기 쉽고, 가격이 적절하며, 혁신적이고, 쉽게 교체가 가능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교육시장을 목표로 2011년 개발된 구글 크롬북(ChromebooK)은 비용을 낮추기 위해 하드웨어 요건을 저사양으로 설정했지만, 필요한 기능만을 갖춘 가벼운 전용 운영체제인 크롬 OS를 제공해 원활한 프로그램 실행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클라우드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데이터를 저장하게 해서 대용량 저장장치의 필요성을 없앴다. 또한 PC 제조업체들에게 무료로 OS를 공급해 200달러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크롬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크롬북은 가벼운 OS 덕분에 부팅시간이 수초 내로 짧고, 1번 충전에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으며, 샌드박스에서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 한편 전용 OS를 사용하고 크롬 앱스토 어를 통해서 소프트웨어를 제공받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다양성이 떨어지지만, 학생들이 게임처럼 학습과 관계없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어 오히려 교육시장에서는 장점이 된다.

구글의 교육용 소프트웨어 패키지인 G 스위트(G-Suite)는 다양한 형식의 문서 작성 기능을 제공하는 앱의 묶음이다. 사용 편의성과 강력한 협업·상호작용 기능 때문에 전 세계에서 6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클래스룸(Classroom) 앱 또한 교사들에게 학생별 맞춤관리를 위한 단일 대시보드 기능과 개인 및 집단에 대한 과제 할당, 관리 및 피드백 기능을 제공해 구글의 교육시장 주도권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

이렇게 앞서가는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다른 기술 대기업도 교육시장에 대한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교육시장에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시장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지난 5월 교육시장을 겨냥한 윈도10S를 공개하면서, 다수의 디바이스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189 달러에서 시작하는 윈도10S 기반 교육용 노트북 PC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윈도10S는 기존의 윈도10 운영체제를 크롬OS의 장점을 벤치마킹해 간소화한 버전이다.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의 다양성과 편의성을 제한하는 대신 보안성과 관리 편의성을 높여 교육시장에 적합하게 OS를 수정한 것이다. MS는 가장 대표적인 생산성 도구인 오피스 365를 학생과 교사에게 무료로 제공해 강력한 기능으로 사용자를 유인하고, 필기용 앱인 원노트의 교육용 기능(실시간 자료 공유 및 협업 기능, 장애 학생 지원 기능 등)을 강화해 구글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교육시장의 절대강자는 애플이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의 공세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퓨처소스 컨설팅(Futuresource Consulting)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아이패드(iOS)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26%에서 2016년 14%로 떨어졌고, 맥OS 또한 8%에서 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구글 크롬OS의 점유율은 38%에서 58%로 상승했다.

애플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하드웨어 가격이다. 아이패드의 평균 가격은 499달러로 평균적인 크롬북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

애플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신형 아이패드를 교육기관에 최소 299달러로 제공하고 경쟁사와 유사한 학업관리·기기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클래스룸 앱, 스쿨 매니저(school manager) 앱을 추가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생산성 도구를 강화하기 위해 ‘페이지(Page)’ ‘키노트(Keynote)’ ‘넘버스(Numbers)’ 등의 다양한 문서작성 프로그램이 포함된 아이웍스(iWorks) 스위트를 무료화 했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창출

이처럼 치열한 경쟁에 아마존 또한 합류했다. 아마존은 기존 기술 대기업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의 지배자라는 장점을 살려 교육용 콘텐트와 학용품 공급과 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프라와 온라인 장터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아마존은 미국 교육기관의 물자 구매·조달을 총괄하는 US 커뮤니티스(US Communities)와 5년 간의 협력 계약을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육기관이 교과서·사무용품·학습기자재 등의 물품을 온라인 장터를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빠르게 조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오픈된 디지털 교육 콘텐트의 검색·발견·공유를 위한 온라인 포털인 인스파이어(Inspire)를 시험 운영 중이며, 이북 및 앱 등의 교육 관련 유·무료 콘텐트에 대한 접근, 교육 콘텐트의 출판 및 공유, 교과 과정의 맞춤화와 배포 등을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는 아마존 위스퍼캐스트(Whispercast)를 개설했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도 창출되고 있다. 학교와 교사들이 정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학생들의 성과를 향상시키고, 효율적으로 학습을 관리하며, 큰 투자 없이 막대한 규모의 콘텐트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 또한 혁신적인 새로운 교육기술을 통해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디지털 기술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게 됐다. 미래 고객·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대기업들의 경쟁이 교육 현장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 필자는 딜로이트 경영연구원 연구원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와 디지털 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산업 변화의 시사점을 연구하고 있다.

1403호 (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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