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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구도 자체가 메시지다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
이미지 요소의 위치·방향에 따라 의미구조 달라져

▎[사진1] 비상, 2014
구도는 사전 설계의 개념입니다.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의 비례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모양내기’ 즉 아름다움과 관계가 있는 개념입니다. 사진은 프레임의 제약으로 인해 취사선택이 자유롭지가 않습니다. 사진은 구도 대신 좀 더 동적인 개념인 ‘프레이밍’이라는 말을 씁니다.

구도의 개념이 전혀 쓸모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후 분석의 개념으로는 여전히 효용가치가 큽니다. 사진을 촬영한 다음 구도의 개념에 입각해 크로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크로핑을 ‘제2의 창작’이라고 합니다. 구도는 ‘모양내기’에만 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의미구조가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표현성을 중시하는 현대예술의 경우 구도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술사가인 뵐플린은 “그림을 거울에 비추면 외양도 바뀌지만 그 의미도 상실된다”고 말합니다. 사물을 거울에 비추면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뀌어 나타납니다. 이미지의 방향성은 단순히 모양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의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3대7 가르마, 거울에 비친 7대3 가르마

일상에서도 이런 경험을 흔히 하게 됩니다.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고 깔끔하게 3대7 가르마를 한 다음 거울을 보면 뭔가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얼굴은 좌우대칭이지만 가르마가 7대3으로 비율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는 머리 비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진1]은 맑은 봄날 두물머리에서 찍은 하늘입니다. 부채살 모양의 구름이 오른쪽 아래서 왼쪽 위를 향해 펼쳐져 있습니다. 때마침 그 옆에 비행기 한 대가 구름과 비슷한 선을 그리며 날아 오릅니다. 봄기운 때문일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도 둥실 날아 오릅니다. 기분 좋은 해방감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좌우로 뒤집어 보았습니다. 전작에 비해 경쾌한 비상감이 상실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점·선·면입니다. 점과 점이 만나 선을 만들고, 선과 선이 만나 각을 이루며 이 각은 방향성을 갖게 됩니다. 이 방향이 상하좌우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화가이자 미술이론가인 칸딘스키는 그의 저서 [점선면]에서 좌우 방향성이 주는 효과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왼쪽을 향한다는 것(밖으로 나감)은 먼 곳을 향한 움직임이다. 인간은 자신의 익숙한 주변으로부터 벗어나 멀어져 감으로써 거의 변함없는 분위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을 방해하지만 그를 짓누르고 있는 습관의 형태로부터는 해방된다. 그리고 그는 점점 더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게 된다. 그는 ‘모험’을 향한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 방향을 왼쪽으로 두고 있는 형태는 이를 통해 ‘모험적인 것’을 지니게 되고 이 형태의 ‘움직임’은 점차 그 강도와 속도를 증가시킨다.”

사각형 프레임 안의 좌우상하 공간이 갖는 무게감이나 밀도도 이미지에 영향을 미칩니다. 칸딘스키는 사각형을 사 등분 했을 때 위와 왼쪽의 공간은 ‘유연성, 경쾌감, 해방감, 자유의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사진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가 오른쪽을 향하는 이미지는 어떤 느낌을 줄까요. [사진2]는 해질녘 철 지난 겨울 해변을 걸어가는 남녀의 모습입니다. 바다와 갯벌에 노을 빛이 드리워집니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해변입니다. 그럼에도 두 젊은 남녀의 모습에서 쓸쓸하고 무거운 적막감이 듭니다. 왠지 모를 피곤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두 남녀는 오른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고, 사각형 끝부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칸딘스키는 오른쪽을 향하는 방향성은 ‘집으로 향하는 움직임’이라고 요약합니다.


▎[사진2] 해넘이, 2015
“가장 좋은 구도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오른쪽을 향한다는 것(안으로 들어감)은 집으로 향하는 움직임이다. 이 움직임은 피곤함과 일맥 상통한다. 이것의 목적은 휴식이다. ‘오른쪽’에 가까워질수록, 이 움직임은 더욱 더 지치고 느려진다. 이와 동시에 오른쪽으로 나가는 형태들의 긴장은 점차 약해지고, 움직임의 가능성도 점점 더 제한된다.”

글을 읽고 다시 사진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특히 ‘피곤함’ ‘집으로 향하는 움직임’이라는 표현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구도에 관한 이론은 보편적인 미의식을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바둑의 정석 같은 것으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는 개념입니다. 사진가 스티브 맥커리는 ‘삼분할의 법칙’을 비롯해 구도에 관한 팁 9가지를 제시한 뒤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가장 좋은 구도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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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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