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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강국 꿈꾸는 중국의 ‘로봇굴기’ 

 

김재현 칼럼니스트
3년 연속 세계 1위 로봇시장 기록...생산인구 감소, 농민공 노령화로 수요 급증

▎중국 가전기업인 메이디가 인수한 세계 3대 로봇 업체 쿠카가 만든 팔 형태의 로봇이 지난 4월 열린 ‘2017년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맥주를 따르고 있다.
중국 로봇시장이 3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대 로봇시장 지위를 굳혔다. ‘중국 로봇산업 발전보고’에 따르면 올해 중국 로봇시장 규모는 6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업용 로봇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은 31.3% 성장했는데, 세계에서 판매되는 산업용 로봇 중 약 30%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산업용 로봇시장 성장을 이끄는 국가들은 모두 제조업 강국이다. 미국·독일·일본·중국·한국을 합친 수요가 세계 산업용 로봇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약 63억 달러로 예상되는 중국 로봇시장에서도 산업용 로봇시장이 약 42억2000만 달러로 67%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 다음이 서비스 로봇(13억2000만 달러), 특수로봇(7억4000만 달러)이다.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 규모는 2012년 우리나라를 넘어섰고 2013년에는 일본과 북미시장을, 2014년에는 유럽을 따라잡은 후 줄곧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산업용 로봇 30% 중국에서 팔려


중국 로봇산업이 급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로봇 하면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나라는 일본이었다. 고령화가 심해서 일손이 부족하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담감으로 로봇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14억 인구대국 중국에서 사람이 모자란다는 건 좀 의외다. 그런데 중국도 2015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왔던 인구 보너스가 점차 소실되자, 생산현장에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제조업의 스마트화 추세를 따라가기 위한 노력도 중국 로봇 수요를 증가시킨 주요 요인이다. 그 결과 2001년 700대에도 못 미치던 중국의 산업용 로봇 판매대수는 올해 11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의 인구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자. 2010년 이후 중국 제조업 근로자 수가 줄기 시작했다. 특히 공장 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민공의 고령화가 진행됐다. 농촌 출신 20대 근로자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나 사무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만 41세 이상 농민공 비중이 2008년 30%에서 2015년 45%로 높아지는 동안, 만 30세 이하 청장년 농민공은 같은 기간 46%에서 33%로 비중이 떨어졌다.

가파른 임금 상승도 로봇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중국 농민공의 월 평균 임금은 3000~3500위안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50만~60만원에 달하는 금액인데, 매년 10% 가까이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 이와 달리 기술 진보 및 시장 확대에 따라 산업용 로봇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수입하는 산업용 로봇의 평균 가격은 2006년 약 32만 위안에서 2015년 약 17만 위안으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산업용 로봇 한 대의 감가상각비를 포함한 연간 비용이 약 5만 위안으로 떨어져 공장 근로자 1명의 연간 임금과 비슷해졌다. 로봇 1대로 노동자 3~4명의 작업량을 처리할 수 있으니, 산업용 로봇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독일의 쿠카(KUKA), 일본의 화낙과 야스카와전기, 스위스의 ABB 등이다.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이들 글로벌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특히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한 용접 로봇이나 고급차 생산라인의 외국산 로봇 점유율이 높다. 중국산 로봇은 화물 운반이나 적재, 자재 상하차 같은 단순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점차 바뀔 전망이다. 중국은 대대적으로 로봇산업을 키우고 있다. 2015년 중국이 발표한 산업구조고도화 계획인 ‘중국제조 2025’와도 연관된다. ‘중국제조 2025’에 따라면 1단계로 2025년까지 제조업 강국 단계에 진입하고, 2단계로 2035년까지 제조업 강국 가운데 중간 수준까지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한다. 마지막 3단계는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글로벌 제조업 강국의 선두가 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폐막한 19차 당대회에서도 2049년까지 미국을 넘어서는 초강대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듯이, 2049년은 중국에게 중요한 시간적 의미가 있다.

산업용 로봇산업 육성은 ‘중국제조 2025’가 목표로 하는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산업용 로봇산업 발전추진에 관한 지도의견’ ‘로봇산업발전계획(2016~2020)’ 등 로봇산업 육성 계획을 계속 내놓고 있다. ‘중국제조 2025’에서는 중국산 산업용 로봇의 시장점유율을 2020년까지 50%, 2025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또한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50%, 2025년까지 80%로 높인다는 목표도 포함돼 있다. 현재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의 수입 비중이 80%에 달하는 등 핵심 부품 대부분을 유럽·일본에서 수입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아주 과감한 목표다. 산업용 로봇기업 방면에서는 연간 생산능력 1만대 이상, 매출 규모 100억 위안 이상의 선두기업 2~3개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책보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 기업의 과감한 인수합병이다. 2016년 중국 가전기업인 메이디는 세계 3대 로봇 업체인 독일의 쿠카(KUKA)를 45억 유로에 인수했다. 1898년 설립된 쿠카는 산업용 로봇,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강점을 갖춘 로봇 업체다. GM·크라이슬러·포드·BMW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중국 가전공룡인 메이디의 쿠카 인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쿠카의 중국 사업 확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쿠카는 북미와 유럽시장 의존도가 높았다. 또한 자동차 분야에 치우쳐 있는 쿠카의 사업구조를 컴퓨터·통신·가전기기 분야까지 넓힐 수 있다. 메이디의 제조업 스마트화 추진전략도 가속화될 것이다. 메이디는 쿠카인수를 통해 로봇기술 R&D와 응용기술 제고를 꾀하고 있으며 올해 2월에는 이스라엘 로봇 자동화 업체인 서보트로닉스(Servotronix)도 인수했다. 메이디 때문에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의 경쟁구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로봇 업체인 ABB·화낙·야스카와전기는 만만찮은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

글로벌 로봇기업 인수로 경쟁판도 흔들어

중국 로봇 업체들의 단점도 분명하다. 터무니없이 낮은 핵심 부품 국산화율이 대표적이다. 일부 핵심 부품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아직 안정성과 신뢰성이 낮기 때문에 생산라인에서 중국산 산업로봇을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결국 시간의 문제다. 중국산 산업로봇의 판매가 점차 증가하면서 중국산 핵심 부품의 품질과 안정성도 개선될 것이다.

2011년 독일이 ‘인더스트리4.0’을 내세우면서 세계 국가들이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발 빠르게 ‘중국제조 2025’를 내놓으면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다. 고령화와 임금 상승 문제에 직면한 중국은 로봇을 이용해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 로봇산업의 급성장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특수한 지위 때문에 세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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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호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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