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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33) 그래도 노후자금이 모자라면] 더 일하고 ‘플랜B’ 가동하라 

 

서명수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
욕심내지 말고 저축·절약 등 전통 수단으로 타개 … 행복 위한 최소 조건 따져야

▎사진 : GETTY IMAGES BANK
우리나라에서 노후자금을 만들지 못한 50대 이상은 25%에 달한다. 이들에겐 5년 만에 노후준비를 끝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소리다. 나머지도 노후준비를 끝냈다고 큰 소리치지는 못할 것이다. 노후준비는 고령화의 진전으로 최근 화두가 됐을 뿐, 이들 세대에겐 그리 심각한 주제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이 원하는 노후생활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준비 상황에 고개를 떨군다.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면 해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퇴직 후에도 일을 더하는 것이 첫번째다. 사람에겐 인적 자산과 물적 자산이 있다. 인적 자산은 배운 지식과 노동력으로 돈을 버는 것을 말하고, 물적 자산은 금융상품과 부동산을 의미한다. 퇴직은 인적 자산이 휴식에 들어감을 뜻한다. 물적 자산은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지만 노후자금에 보탬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인적 자산을 놀리지 말고 재활용하라는 이유는 그래서다. 직장에서 물러났다고 기 죽지 말고 같은 직장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찾아보든가, 이게 여의치 않으면 직종을 바꿔 재취업을 해보라는 이야기다. 인적 자산은 저금리 시대일수록 빛을 발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후 파트타임으로 비슷한 일을 찾았다고 해보자. 만약 월 200만원을 받는다면 금리 2% 기준 12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인적 자산의 가치가 뛰어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퇴직 후 남은 인생 전부를 일에 갖다 바치라는 얘기는 아니다. 은퇴 후 10년 정도 소비가 가장 왕성한 활동기 동안만이라도 인적 자산을 활용해보라는 것이다.

노후자금이 부족하더라도 더 이상 일하기 싫다는 사람에게도 방법은 있다. ‘플랜B’를 가동하는 것이다. 앞서 노후 부족 자금을 메우기 위해 지출 통제를 통한 저축금 늘리기가 ‘플랜 A’였다면 플랜B는 이미 세운 노후계획을 축소해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지혜를 짜내는 것을 말한다.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노후의 삶을 예상치 않았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저축한 돈이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원하는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은퇴생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이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면 인생 후반부의 삶은 결코 고달프지 않다.

하지 말아야 할 것: 노후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더 준비해야 할 것의 상세내역을 알아 보기 전에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은퇴를 눈앞에 둔 사람은 불안하게 마련이다. 직장 상실로 인한 좌절감이 밀려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돈은 절대 조급한 마음 안에서 싹을 틔우지 않는다. 은퇴 초년병이나 예비 은퇴자 주변엔 사기꾼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이들은 조급증에 걸린 은퇴자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힌다. 적당한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감언이설로 녹이면 넘어가지 않는 은퇴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한탕을 노리고 주식을 잔뜩 사모으는 경우도 있다. 카지노에서 도박판을 벌이듯이 말이다. 물론 운이 따라줘 목표로 한 시점에 계획대로 은퇴를 할 만큼 돈을 버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시장이 침체에 빠지거나 예상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부자가 되는 길은 보통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비밀도, 마술도 없다. 투자의 귀재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그런 행운이 나에게 오리라고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확률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큰 플랜을 세우는 것이 훨씬 낫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재산 증식에 나서라는 이야기다. 덜 쓰고, 더 저축하며, 돈이 새끼를 칠 시간을 버는 것이다.

일자리에 열린 마음으로: 달갑지 않은 옵션이긴 하지만 자신과 약속한 은퇴시점을 지나 몇 년 더 일하는 것은 노후소득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우선 노후자산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시간을 벌게 해준다. 노후자금 인출도 늦출 수 있어 곳간이 바닥날 가능성을 줄여준다. 투자자산이 복리로 불어날 시간이 더 생긴다. 회사의 단체보험 혜택을 누리면서 건강보험료 납부도 연기할 수 있다. 은퇴자는 지역보험으로 넘어가는 데 재산 상태에 따라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 뿐만 아니라 소득공백기 기간 단축도 가능해 진다. 쉴 나이에 일을 더 한다는 것이 우울하긴 하다. 그리고 나이 들어 재취업을 한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럴 때 일단 현직에서 물러나 얼마간 휴식을 취한 다음 근로소득을 버는 방안에 관해 머리를 굴려보자. 전 직장에서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이 방법은 은퇴 후에도 생활비를 벌어 재정문제를 해결해주고 심리적 안정감도 누리게 해준다. 수입은 전보다 많이 줄지만 소속감이 생긴 만큼 크게 늘어난 자유시간을 맘 편히 즐기는 여유도 가지게 된다. 회사로서도 퇴직자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 윈윈 게임이다. 사회 분위기가 정규직 고용보다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선호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 파트타임 일자리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관건은 일자리에 대한 열린 마음이다. 은퇴의 삶을 즐기기 위한 소득을 올릴 묘책을 짜내는 데 열중해 보라. 아마 훨씬 젊어지고 정력적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른 수건 짜듯이: 은퇴 후 소득흐름 만들기와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은 플랜B 가동이다. 은퇴설계에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은 저축과 소비다. 저축금이 부족하다면 지출예산에서 감축할 수 있는 대목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순서다. 우선 노후 부족 자금을 계산해보고 이를 메우기 위한 월별 저축 계획을 세운다. 아울러 실행 지출 예산에서 삭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 방법은 아주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차 두 대를 한 대로 줄인다든지, 아니면 사는 집 사이즈를 줄이고 외식을 절제할 수도 있다. 이들 예산을 감축한 돈이 바로 저축 재원이 된다. 이같은 플랜B를 실행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매달 들어오는 수입을 토대로 지출계획을 세울 때 ‘내 자신의 노후를 위한 돈만큼은 가장 먼저 빼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도 생활수준을 낮추기를 원치 않지만 이 같은 희생이 은퇴 후 어떤 보상을 가져다 줄지 생각한다면 참을 만하다. 낮춰진 생활수준에 익숙해지면 은퇴 후 돈 소비에 여유를 갖게 된다. 지출 감축은 지금까지 필요하다고 여겨왔던 많은 것이 실제로는 불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만든다.

아무리 마른 수건을 쥐어 짜듯 해도 노후 부족 자금을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저축금과 앞으로 저축할 금액을 기준으로 은퇴 후 연간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고, 이걸로 인생 후반전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말하자면 노후 재설계다. 노후생활의 기대수준을 확 낮추고 꼭 필요한 것만 지출하는 방향으로 다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적인 행복을 지키기 위한 최소의 조건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노후의 삶에 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은 현재의 소비습관에 변화를 줄 자극제가 될 것이다. 플랜B는 뼈를 깎는 지출 감축의 고통에 대한 마음 가짐을 단단히 하고 최악의 은퇴 상황만은 피하자는 것이 취지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의 이야기다. 그는 은퇴하기 전까지 충분한 노후자금을 모으지 못했다. 거기다 은퇴 시점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보유 자산의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은퇴생활 10년 째인 그는 부인을 잃었지만 생활수준이 비슷한 은퇴자들과 어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는 쉴 수 있는 작은 공간과 넉넉한 음식, 그리고 읽을 책만 있으면 부러울 게 없는 생활이라고 말한다.

※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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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호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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