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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기에 커지는 법률시장] 경제범죄 엄단에 3조원대로 덩치 쑥쑥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김앤장·광장 등 대형 로펌 쏠림 심해 ... 공정거래법·노동법·M&A 자문 수요에 외국계도 기웃

▎1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그룹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한 물품을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부영그룹의 탈세 및 횡령 의혹과 관련해 부영주택을 비롯한 부영그룹 계열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시장 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기업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월 2일 신년사에서 “부정부패 근절이 검찰의 사명”이라며 경제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권력을 쥐고 있는 대기업의 탈세와 일감몰아주기 등 위법적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사람중심 경제’를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의 사법적 실천 의지다.

이런 사법당국의 강도 높은 기업 개혁 의지가 의도치 않게 법률시장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너의 비리 수사부터 회계 부정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기업의 법률 수요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첫 검찰 사령탑을 맡은 문 총장은 취임 이후 특수부의 활동 반경을 줄이는 대신 형사부 인력을 늘리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특정 기업을 손 보는 식의 수사에서 벗어나 공정거래법 위반이나 탈세·분식회계 등 개별 혐의를 밝히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기업으로서는 대응해야 할 법률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은 2017년 매출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아메리칸로이어의 집계에 따르면 김앤장의 2016년 매출은 7억4100만 달러(약 7945억 원)였다. 세계 로펌 중 54위. 2017년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정부를 상대로 한 기업 소송과 자문을 싹쓸이하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법률사무소는 회계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세금 등을 토대로 매출을 추산한다. 매출이 대폭 늘면서 김앤장의 변호사 수도 2014년 8월 544명에서 지난해 11월 654명으로 불어났다. 늘어난 수임 건수만큼 변호사가 더 필요해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의 매출도 2016년 2400억원대에서 지난해 3000억원대로 늘어났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0년간 2조7000억원대에서 정체됐던 국내 법률시장도 2016~17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과 공정거래법·노동법 개정 등으로 3조원 규모로 커졌을 전망이다.

김앤장 1조원, 광장 3000억원대 매출


법률시장이 성장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이른바 ‘갑질’ 근절 등 경제정의를 실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이다. 분배구조 및 재벌 개혁을 주장해온 장하성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20여년 간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온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각각 앉힌 것에서 정부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정책 방향은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를 이유로 재벌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던 사법당국의 스탠스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실제 검찰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검찰은 1월 9일 탈세·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부영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벌였다. 수사 칼끝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향하고 있다. 이 회장이 가족명의 회사를 이용해 수십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다. 또 부영그룹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내면서 친척이 운영하는 계열사 7곳의 차명지분 현황을 고의 누락한 혐의도 잡고 있다.

2016년 4월 국세청 고발로 처음 제기된 이 의혹은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지검장으로 발탁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특수1부에 배당했던 이 사건을 지난해 8월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재배당하고, 공정위 고발건과 병합 조사를 시작했다. 부영그룹은 김상조 공정 위원장이 취임 후 첫 고발한 대기업 총수이기도 하다. 앞으로 부영그룹의 경영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고발 건 이외에도 횡령·임대주택 불법 분양 이슈 등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에 부영그룹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강찬우전 수원지검장 등 특수통이 다수 포진한 법무법인 서평에 이번 사건을 맡기는 등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 밖에도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조사하고 있으며,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는 효성그룹 비자금·배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미뤘던 기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형제의 난 이후 검찰의 다음 타깃이 어디인지 설왕설래했다”며 “경제 검찰인 국세청과 공정위의 고발 안건부터 차근차근 처리하며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검찰이 일부 대기업을 겨냥해 대대적인 사정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검찰이 직접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을 수사해 기소할 수 있게 돼서다. 일반 시민단체들의 고발도 가능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통상임금 재판을 비롯해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하도급법·대규모유통업법 등 노동관계와 공정거래법 개정 및 강화와 맞물려 법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규제 당국으로서는 계약 관계의 부당함을 입증해 짧은 시간에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하도급법과 프렌차이즈 부당계약 등의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며 “처벌도 과거에는 과징금부과처분 및 시정명령 등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고발 조치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편 M&A 자문 시장도 급성장


▎문무일 검찰총장은 1월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가진 시무식에서 “부정부패 근절이 검찰의 사명”이라며 경제범죄를 엄단하자고 당부했다. / 사진:연합뉴스
특히 공정거래법 강화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과 주력 사업 변경 수요가 늘면서 인수·합병(M&A) 법률자문 시장도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M&A 거래 규모는 2000년 13조1000억원에서 2015년 96조2000억원으로 7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7년에는 롯데·현대중공업·CJ 등 대기업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하만 카돈 인수 등 굵직한 M&A가 성사됐다. LG화학의 LG생명과학합병, 제너럴일렉트릭(GE)의 현대카드 지분 매각, 사모펀드 TPG 컨소시엄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 금호홀딩스의 금호고속 M&A 등도 메가딜로 꼽힌다. 재계의 커진 불안감과 궁금증에 법률시장이 커진 만큼 유능한 로펌에 자문을 받으려는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앤장·광장·율촌·태평양·세종·지평 등 상위 10개 로펌의 M&A 법률자문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99.1%(완료 기준)에 달했다. 특히 김앤장은 전체의 37.7%로 1위를 차지했다. 17.1%로 2위를 차지한 광장을 압도했다. 김앤장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카버코리아 매각 등에 관여했다.

특히 김앤장은 기업과 정부 간 송사에서도 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5년 디젤게이트가 터지자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은 광장을 법률자문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내서 2016년 7월 서류조작 파문이 불거지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김앤장을 법률자문으로 추가 선임했다. 당시 폴크스바겐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최대 1만 달러 등 심한 보상금 압박을 받아왔다. 한국 원고 측은 북미의 보상금 수준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김앤장은 이를 100만원권 쿠폰으로 방어하는 한편 임원진의 불구속 기소를 이끌어냈다. 김앤장은 아우디 폴크스바겐코리아을 거치지 않고 독일 본사를 직접 접촉해 법률자문을 수임했다는 후문이다.

국내 법률시장이 성장하면서 해외의 공룡 법무법인들도 속속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 법무법인인 리팡 등 2~3 곳이 현재 법무부를 통해 국내에 법인 설립 인가신청을 낸 상태다. 2015년 12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중국 법무법인의 국내 설립이 가능해졌다. 한국 전체 법률 시장과 맞먹는 규모의 매출을 자랑하는 세계 1위 로펌 ‘레이텀 앤 왓킨스(Latham & Watkins)’는 2016년 한국에 들어왔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법무법인은 27개사며, 외국 로펌 변호사(외국법 자문사)는 147명이다.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외국계 법무법인은 2015년 1개에서 지난해 3개로 늘어나는 등 날로 성장하고 있다.

뇌물·일자리 내걸고 수사관 포섭도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 / 사진:연합뉴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법무법인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건·법률자문을 수임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빼돌리거나 수사관과 결탁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과당 경쟁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서울고검은 지난해 12월 말 국내 최대 규모의 A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이 지난해 초 수사한 주가조작 기업 사건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서다. 피의자·피고인 보호 의무와 비밀보장 권리가 있는 법무법인을 검찰이 압수수색 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A법무법인이 서울남부지검 소속 6급 수사관 B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대가로 일부 수사 기록을 빼돌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B씨는 이미 구속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A법무법인이 전화 변론 등을 통해 피의자에게 검찰 수사 내용을 전해줘 결국 불구속 기소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형 법무법인들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 수사관들을 관리하던 관행이 결국 탈이 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롯데그룹 수사가 한창이던 2016년 신동빈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C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C법무법인이 신 회장의 탈세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확인할 목적에서다. 당시 C법무법인은 피의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정당국이 거칠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형 로펌으로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경쟁 로펌이 수임한 사건을 가로채기 하거나 사건의 전체적인 틀보다는 의뢰인의 입장에 짜 맞춤식 변론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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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호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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