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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의 ‘CEO를 위한 생태학 산책’(20) 살아가는 힘, 어떻게 만들까?] 이질적 존재와 역할 나누며 공생하라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
생명의 역사 바꾼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 강요·착취 아닌 수평관계 정립해야

▎사진:© gettyimagesbank
지금까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생각이나 주장이 나올 때 세상은 어떻게 반응할까? 박수를 칠까? 놀랍게도 어느 시대, 어느 분야에서나 비슷하다. 외면하거나 비웃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이다. 1967년 미국의 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가 다세포의 기원은 ‘일반적인’ 자연 선택이 아니라 세포 내 공생이라는 ‘사건’에서 시작했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저명한 학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웃어넘겼다. “점잖은 학회에서 언급하기에는 너무 환상적”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사실 환상적이라고 할 만하기는 했다. 두 단세포가 서로 만나 ‘같이 살자’고 한 것도 아니고, 마치 큰 가게 안에 작은 가게가 들어서는 ‘숍인숍’처럼 한 세포 안에 다른 세포가 들어가 자리를 잡고 공생했다는 게 아닌가. ‘속’으로 들어간다는 건 ‘소화’인데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어쨌든 이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따르면 우리 몸 속 세포 안에도 있는 미토콘드리아나 식물에 있는 엽록체는 원래 세균의 한 종류(박테리아)였는데 이게 고세균의 안으로 들어와 한 식구가 됐다. 하지만 믿음이 사실을 이길 수는 없는 법, 1980년대 유전자 서열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환상’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고, 불과 20여년 만에 세기적인 학설이 되었다(혁신이란 이런 것이다! 당시 시대와 사고의 테두리를 뛰어 넘기에 쉽게 인정 받지 못한다).

인체의 발전소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

도대체 미토콘드리아가 뭐길래 학계를 뒤집어 놓고 세기적인 학설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이 정도 주인공이 되려면 엄청나게 중요한 것이어야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이제는 생물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름께나 알려진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의 핵심 기관이긴 하다. 보통 ‘핵심’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숫자가 적은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세포 하나에 수백 수천 개씩 들어있다. 흔하다. 우리 몸의 세포가 모두 40조개쯤 되니 얼마나 될까? 굳이 수치를 밝힌다면 1000조개쯤 된다. 1억개를 모아 봐야 모래 한 알 정도 밖에 안 되니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 원래는 ‘외부인’이었는데 옛날 옛적 어느 날에 ‘우리 조직’에 들어와 ‘핵심 인재’가 됐다는 것이다. 아니 뭘 하길래 인해전술을 벌이고도 남을 만큼 많고 많은 숫자가 핵심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보다 먼저 우리가 이걸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있다. 한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가 되면 그 조직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야 하고, 또 어떻게 하면 더 큰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리더란 조직을 성장시키는 사람이고, 조직의 성장은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어 내고 확보하느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것도 미토콘드리아 덕이 크다.

미토콘드리아를 설명할 때 흔히 붙는 수식어가 있다. 우리 몸의 발전소라는 게 그것이다. 그런데 그뿐이다. 웬만한 뉴스는 모두 여기서 그친다. 가끔 좀 더 친절한 설명이 붙을 때도 있지만, 그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간단한 설명에 그친다.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 없다. 화력발전소는 석탄이나 석유를 투입해 전기를 만들어 내고, 수력발전소는 물을 이용해 그렇게 하는데, 미토콘드리아라는 우리 몸 안의 발전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없다. 웬만한 전문 서적이나 전공 서적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이유는 있다. 대단히 미세하고 정교한 화학적 과정이어서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 머리가 아파지기 쉽다. 1억개를 모아야 모래 한 알 정도 될 정도로 작은데 그 한 개 한 개마다 엄청나게 정교한 장치가 작동하고 있으니 설명을 안 하는 게 서로를 위해 낫다. 그래서 ‘우리 몸의 발전소’에서 그치고 마는데, 오늘은 이걸 한 번 ‘간단하게’ 들여다 보자. 여기서 ‘간단하게’란 물론 머리가 아프지 않을 만큼이다. 이 과정에 리더들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원리가 들어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돈이 에너지고 힘이듯 우리 몸에도 비슷한 게 필요하다. 요즘 비트코인이 부각되고 있으니 일단 이걸 ‘코인’이라고 해보자(원래는 ATP라는 것인데 이렇게 하는 게 머리 아픔 방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머리가 좀 아파도 괜찮다면 [박스 기사]를 참조하길). 돈을 벌어야 하는 것처럼 ‘코인’도 만들어야 한다. 만드는 과정은 단순하다. 축구가 공을 우리 쪽에서 다른 쪽 골문 안에 ‘정확하게 전달’하면 되듯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양분에서 뽑아낸 전자를 산소로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공 한 번 뻥 찬다고 골인이 되지 않듯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패스가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징검다리를 껑충껑충 건너 강을 건너는 것으로 표현하는데, 이렇게 표현하자면 전자는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징검다리를 15번 정도 껑충껑충 뛰어 산소에게로 간다(이 징검다리 사이의 거리는 100억 분의 10m(10옹스트롬)쯤 된다. 실제 산화환원 반응 과정은 좀 더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나타내면 이렇다).

자, 무사히 도착했으니 끝일까? 세상 일이 그렇게 쉬울 리 없다.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이 동안 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끊임없이 산소에 도달하는 전자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만 이동하는 게 아니라 양성자(수소 원자핵)를 미토콘드리아 바깥으로 이동시킨다. 미토콘드리아를 감싸고 있는 막은 두 겹, 그러니까 이중막인데, 이 두 막 사이의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유가 있다. 이걸로 중요한 일, 그러니까 코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제까지의 작업은 이 일을 시작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전자가 양성자를 이중막 사이 공간으로 쉼 없이 퍼내면 안쪽 막을 경계로 안팎은 농도가 달라지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막 바깥쪽이 안쪽보다 더 많은 양전하를 띠게 되는데, 이 전하량의 차이가 전위차(電位差)를 만든다. 전위차란 쉽게 말해 전압 볼트(V)로 표현하는 전기적 힘이다. 아니 이걸로 어떻게 힘을 만들어낸단 말인가?

간단하다. 미토콘드리아의 안쪽 막은 쭈글쭈글 주름이 져 있는데 오래되고 낡아서 그런 게 아니라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안에는 중요한 장치들이 들어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이 수력발전기의 터빈을 돌리면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듯한 과정이 여기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퍼올려진 양성자들이 앞에서 말한 전위차에 의해 여기를 통과하면서 ‘코인’을 만드는 것이다. 1억개가 모여야 모래 한 알 정도 되는 작은 미토콘드리아 하나하나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이 일을 해내는데, 현대 과학은 이 과정이 간단하지만 굉장히 정교하다는 것만 알뿐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 과정에 참여하는 수많은 부품(아미노산) 하나만 어긋나도 큰 일이 벌어진다는 것, 그리고 양성자 10개가 ‘터빈’을 통과하면서 ‘코인’ 3개를 만든다는 것을 알뿐이다. 이 코인이 바로 에너지,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다. 양성자를 이동시키는 과정을 통해 힘(force·동력)을 만들어내는 이걸 양성자 동력(proton-motive force)이라고 한다.

우리가 하루 세 끼 식사를 하고 호흡을 하는 건 바로 이걸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우리가 움직이고 걷고 달리고,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할 때 필요한 힘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흔히 극약의 보통명사가 된 청산가리가 치명적인 건 바로 이 과정, 그러니까 양성자를 퍼내는 과정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중요한 살아가는 힘을 미토콘드리아가 24시간 내내 쉼 없이 일하면서 만들어 주고 있으니 이게 없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확실히 핵심 기관이 맞다.

린 마굴리스가 이 미토콘드리아와의 ‘동거’를 ‘사건’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지구상의 생명은 세 영역(domain)으로 분류된다. 세균과 고세균, 그리고 진핵생물이다. 앞의 두 세균은 완전히 다른 ‘족보’를 가진 멀고 먼 관계지만 다른 건 비슷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으며 핵이 없다. 그래서 원핵생물이라고 한다. 또 하나, 거의 40억 년 전에 생겨났음에도 지금도 거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마지막으로 진핵생물은 우리가 아는 생명체들, 그러니까 식물과 동물 등인데, 셋 중 가장 나중에, 그러니까 15~20억년 전쯤 이 둘의 (세포 내) 공생으로 생겨났다. 그런데 좀 궁금하지 않는가? 왜 20억년 밖에 안 된 진핵생물은 더 다양하고 커지면서 지구 생태계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앞의 두 생명체들은 이런 성장을 하지 못하고 지금도 옛날 옛적 그대로일까? 무려 40억년 가까이 살아오고 있을 만큼 유구한 역사와 생명력을 자랑하는데 말이다. 린 마굴리스의 말대로 하자면 공생 덕분인데, 공생의 무엇이 생명의 역사를 이렇게 완전히 바꾸었을까?

진핵생물이 진화 거듭한 까닭은


▎세포의 ‘보일러’인 수많은 미토콘드리아(붉은 색). 노란색이 세포의 핵, 푸른색이 세포의 골격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역할 전문화를 바탕으로 한 전면적 혁신 덕분이다. 예를 들어 공생을 시작한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4000여개 정도의 유전자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원래의 1%도 안 되는 13개만 갖고 있다. 이 유전자는 한 가지 용도에 맞춰져 있다. 앞에서 말한 에너지 생산이다. 이 일 이외의 다른 모든 능력을 버렸으니 다시 독립세포로 돌아갈 수 없다. 혹시 ‘더부살이’를 하느라 모든 걸 빼앗긴 채 노예처럼 일만 하게 된 걸까?

아니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를 받아들인 숙주세포는 ‘갑’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수평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모든 걸 버리고 헌신하듯 숙주세포도 이전의 자신에 머무르지 않고 엄청난 변화를 했다. 그래서 숙주세포 역시 이제는 미토콘드리아 없이 살 수 없다. ‘내가 너에게 머물 곳을 주었으니 모든 걸 바치고 충성해!’ 하면서 강압하고 착취하는 관계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양쪽 모두 양보하며 헌신해온 관계다.

이게 ‘사건’의 전말인데, 원핵생물이 만들어 내지 못한 새로운 생명체를 진핵생물이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것이었다. 역할 전문화를 통해 에너지 생산능력을 비약적으로 올린 덕분에 다양하고도 새로운 생명체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런 시도와 노력, 즉 ‘사건’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원핵 생물은 지금까지 40억년 동안 예전 그대로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생화학자 닉 레인에 따르면 진핵생물은 원핵 생물에 비해 유전자당 에너지가 최대 20만배 이상 많다! 20배도 아니고 20만배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에너지 생산 전문가가 하루 24시간 쉴 새 없이 헌신해주는 덕분이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일하도록 모든 걸 지원해주고 컨트롤해 주고 있는 세포핵 덕분이다.

살아있다는 건 뭘까? 살아있음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 다시 말해 살아가는 힘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몸 안에서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에너지 생산 과정은 중요한 교훈 세 가지를 알려준다. 우선 생각할 수도 없는 이질적인 존재와 역할 전문화를 통한 협력이야말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킬 정도로 잠재력이 큰 생존법이라는 점이다. 둘째, 강요하고 착취하는 관계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수평적인 것일수록 효과가 좋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에너지 생산능력이 있어야 덩치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지구 생명의 역사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생명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우연을 엄청난 가능성으로 만든 공생

이런 생명의 원리를 우리 조직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현재 우리 회사의 에너지는 어디서, 어떻게 나오고 있을까?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려면 어떤 이질적 공생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이 두 생명체의 공생은 딱 한 번 있었다. 거의 우연이랄 수 있는 딱 한 번의 만남이 완전히 새로운 생명을, 더 나아가 지구의 새로운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우연을 엄청난 가능성으로 만든 공생이었던 셈이다.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이런 능력 아닐까?

[박스기사] 1초 동안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의미하는 ATP란 아데노신3인산(adenosine triphosphate)이라는 물질을 말한다. 본문에 언급한 것처럼 미토콘드리아는 이걸 만들어 내기 위해 양성자를 쉴 새 없이 이중막 안으로 퍼올리는 일을 하는데, 수치로 나타내면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매초 1021개 정도의 양성자를 퍼올린다(매 분이 아니라 매 초다). 영국의 생화학자 닉 레인에 따르면 이 숫자는 우주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별의 숫자와 맞먹는다. 우리 몸에 있는 세포 하나는 이렇게 만든 ATP를 ‘매 초’ 약 1000만개씩 소비한다. 1분이면 6억개, 하루에는 8640억개나 된다. 우리가 멍하니 보내고 있는 1초 동안에 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러니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막대한 에너지 낭비인가? 우리 몸이 하는 걸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열심히 살 필요가 있다.

※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

1421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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