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9) 레이니스트] 디지털 자산관리 대중화 목표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금융 서비스 불편함 해결 위해 창업에 도전 …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하는 ‘뱅크샐러드’ 호평

▎1월 22일 서울 논현동의 레이니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훈 대표가 뱅크샐러드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창업 이유는 다양하다. ‘사회에 영향을 주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어서’라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창업자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에 도전했다. 기존 금융 서비스를 보면서 ‘왜 이렇게 불편할까’ ‘이렇게 해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 것이다. 그가 생각한 해결책은 테크 기술을 이용해 고액의 자산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던 프라이빗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성과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50억원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다. 6명으로 시작했던 식구가 벌써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이 스타트업에 합류할 있을 정도로 인지도도 높아졌다. 주인공은 한국핀테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훈(33) 레이니스트 대표다. 김 대표는 “기존 자산관리를 디지털로 바꾼다는 게 우리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서태웅 호떡’으로 대학생 때부터 유명

그는 궁금증이 생기면 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바로 실행해보는 실행력 또한 창업의 원동력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04학번으로 학창 시절부터 유명했다. ‘서태웅 호떡’ 덕분이다. 만화 [슬램덩크]의 서태웅이 아니다. ‘서강대의 태훈이와 주웅이’의 준말이다. 가장 친했던 친구와 함께 만든 호떡이라는 뜻이다. 그 험하다는 노점을 시작한 계기는 자신이 배운 수업이 경영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배운 것을 직접 실행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05년 7월부터 12월까지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6개월 동안 노점상을 했다. 고향 부산에서 유명했던 ‘씨앗 호떡’을 벤치마킹했다. 노점상협회의 거센 반대를 이겨내면서 장사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하루에 500~600장의 호떡을 팔만큼 성공했다. 이후 서강대 경영학과에는 학생들이 노점상을 해보는 게 전통처럼 굳어졌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그의 성적표에는 146학점이 찍혀 있지만, 직접 들은 과목은 180학점 이상이다. “서강대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난 과목은 한 번씩 다 들어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컴퓨터공학부터 정치외교, 커뮤니케이션 전공까지 학교에서 소문난 명강의 리스트를 뽑아서 학점 여부와는 상관없이 들었다. 그는 “물리학과의 강의를 들으면서 양자 물리학의 재미를 느꼈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한 것도 ‘그냥 궁금해서’였다.

대학 시절부터 몸에 베인 궁금증을 풀기 위한 빠른 실행력은 4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레이니스트를 운영하는 밑바탕이다. 그는 “대학 시절 부모님에게 돈 한번 받은 적이 없다”며 “아르바이트, 호떡 장사, 고액 과외 등으로 혼자 벌어서 다 해결했다”며 웃었다.

창업을 생각한 것은 2012년 초였다. 불편하기만 한 금융 서비스가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는 “금융의 불편함을 해결하면 어떨까. 많은 사람이 열광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설명했다. 누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직접 해결해야만 했다. 금융 서비스에 관련된 아이디어 2~3개를 마련했다. 창업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당시 중소기업청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을 이용했다.

수익원은 뱅크샐러드에서 계약 맺은 상품 수수료

그곳에서 ‘뱅크샐러드’라는 서비스를 구체화했다. 카드 추천 서비스였다. 쉽게 말해 개인의 지출 특성에 맞는 카드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시점에서 모교에서 진행한 창업경진대회에서 1등도 차지했다. 그는 “당시 3000여종의 카드와 혜택 정보는 각 카드사 사이트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카드를 추천하는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3년 졸업 후 오피스텔을 마련해 김 대표를 포함해 6명이 일하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노가다’부터 시작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카드 정보와 혜택을 직접 정리했다. 김 대표는 “카드사는 자신들이 비교를 당하는 것 같았는지 협조하지 않았다”면서 “3000여종이 넘는 카드와 혜택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드는 데 2년 정도 걸렸다”며 웃었다.

뱅크샐러드라는 이름의 웹 서비스를 2015년 론칭했다. 효과가 나타났다. 뱅크샐러드를 통해 추천받은 카드 사용자의 충성도가 훨씬 높았던 것. 카드 사용액이 일반적인 카드 사용자보다 훨씬 많았다. 카드 혜택을 1원 단위까지 계산하는 정교한 데이터 분석 기술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자 카드사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카드사들이 뱅크샐러드가 좋은 카드 상품을 마케팅해주는 서비스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사용자의 금융 정보를 한데 불러와 자산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앱도 론칭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6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카드 추천 서비스는 시작이었다. 현재 뱅크샐러드 웹과 앱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뱅크샐러드에서 추천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은 카드부터 예·적금, 보험 등 다양하다. 카드 상품이 3614개, 예·적금 종류가 1019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3개, 보험 93개, 대출 11개가 있다. 금융회사는 레이니스트와 속속 손잡기 시작했다. 은행 20곳, 제2금융권 은행 81곳, 카드사 11곳, 증권사 및 종금사 21개사, 생명보험사 14곳, P2P 대출 3곳 등이 현재 레이니스트와 손을 잡고 있다. 김 대표는 “금융사의 상품이 좋으면 뱅크샐러드 고객이 적극 추천해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에는 재무설계사·경제부 기자·재테크 서적 저자 등이 참여한 칼럼과 카드 뉴스를 론칭해 인기를 끌고 있다. 레이니스트는 뱅크샐러드 웹과 앱을 통해 계약을 맺은 상품 수수료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구체적으로 매출을 밝히기 어렵지만, 매출은 수직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으로서 기존 금융사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집중하는 게 있다. 바로 데이터 분석 능력이다. “데이터 분석 능력이 우리의 핵심”이라고 말할 정도다. 40여 명의 임직원 중 15명이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은 다양한 알고리즘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 기술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금융상품 데이터에 다양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추천 엔진 ‘셰프(Chef)’는 그의 자랑거리다. 김 대표의 올해 목표는 ‘디지털 자산관리 원년화’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꿈꿨던 것을 이루느라 구성원이 많이 고생했다”며 “올해 모바일 앱 다운로드 300만건을 기록해 대학생부터 모든 계층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자산을 늘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1421호 (2018.02.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