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 시장 성공 노하우 배우러 덴마크행한국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던 그가 어떻게 덴마크 공과대학으로 유학을 갔는지 궁금했다. 심지어 수업을 받을 당시 유일한 한국인이었단다.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풍력에너지공학 전공이 있는 대학”이라며 웃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그가 택한 것은 에코프론티어라는 에너지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2번 떨어지고 3번째 만에 취업했다”고 말할 정도로 에너지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물리학을 전공한 이유를 묻자 “물리학은 운동 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만드는 과학적 원리를 배우는 학문”이라며 “에너지 쪽에 관심이 많아서 학부 졸업 후 에너지 관련 분야 기업 취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입사한 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나갈 수 있었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라는 국제기구(GGGI)를 설립했는데, 이때 그가 컨설턴트로 참여하게 됐다. 그는 “당시 GGGI 설립에 필요한 펀드에 덴마크가 500만 달러 정도 펀딩했다”면서 “그때 처음으로 덴마크를 알게 됐다”며 웃었다.덴마크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덴마크로 떠나고 싶었다. 덴마크는 독일과 함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된 대표적인 나라다. 덴마크의 발전 사업 중 50~70% 정도는 시민이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규모만 해도 100조원 가까이 된다. 한국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이 열린 셈이다. 윤 대표는 “덴마크나 독일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수익이 나기 때문”이라며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해서 성공한 모델이 없으니, 대기업 중심으로 모듈 생산 같은 제조업에만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 대목이 그가 덴마크 공과대학을 택한 이유다. 그가 대학원에 다닐 때 학교에 아시아인은 그를 포함 단 두 명이었다.윤 대표는 덴마크 공과대학의 유엔 산하 기관인 유엔환경계획(UNEP)이 운영하는 에너지 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했다. 연구소 덕분에 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는 덴마크에서 재생에너지 전문가로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한국 소식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2013년 밀양 송전탑 문제가 터졌다”면서 “한국이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낙후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덴마크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었다”고 귀국 이유를 밝혔다. 2013년 10월 한국에 돌아온 그는 2개월 후 바로 루트에너지를 창업했다.그러나 그의 우려대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무척 적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부터 높여야 했다. 에너지 빈곤층에 태양광을 지어주는 프로젝트인 ‘에너지 히어로’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후에는 연립주택 위에 태양광을 지어주는 퍼즐이라는 이름의 비즈니스도 펼쳤다. 지난해 7월 재생에너지 플랫폼을 선보였다. 덴마크처럼 시민이 직접 재생에너지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윤 대표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지을 수 있는 땅 소유자, 건설사와 시공사, 그리고 시민 투자자를 맺어주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루트에너지가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부지와 건설사를 구하고, 발전소는 시민들의 직접 투자해 건설하는 방식이다. 펀딩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후 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팔고 남은 이익금 일부를 통해 수익을 올리게 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은 공공성까지 얻게 된다. 그동안 힘들었던 지자체나 정부의 인허가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지을 땅이 부족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공공부지가 전국 토지의 30%를 차지하는데, 버려지고 방치돼 있다. 또한 민간인이 소유한 땅도 주인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동·포천시 이어 올해 부산에 태양광 발전소 건설 펀딩그는 경기도 지역 곳곳에 있는 창고 옥상을 예로 들었다. 이런 옥상을 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드는 데 제공하고, 건물주는 대신 임대료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공공부지는 일반 기업이 사용하는 데는 특혜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사업은 특혜 시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일반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통해 나온 이익을 모두 독차지했다”면서 “이에 반해 루트에너지는 시민들이 이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출발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 7월 서울 목동에 지었던 태양광 발전소 투자자 모집이 55분 만에 마감됐다. 목표액은 1억 8000만원이었다. 2호 시설은 경기도 포천시에 세웠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초에는 부산시와 손을 잡고 부산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 펀딩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부산 시민이 투자를 하면 투자금의 7.2% 수익을 매년 얻게 될 것”이라며 “외부인은 지역민보다 0.5% 정도 낮은 수익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