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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김재현 칼럼니스트
시진핑 주석 장기 집권 작업 속 미국 추월론 부각 … 1인당 GDP, 교육 등에서 뒤져

▎지난 3월 3일 중국의 연례 최대 정계 행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막했다. 시진핑 주석(앞줄)이 베이징에서 열린 정협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의 개헌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이번 개헌은 국가주석을 두 번만 지낼 수 있게 한 규정을 삭제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국가주석은 최장 10년만 역임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15년, 20년도 가능해진다.

이번 개헌을 둘러싼 논쟁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나 벌어졌지, 사실 중국에서는 개헌을 둘러싼 논쟁이 전혀 없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대신 ‘시(習)비어천가’ 분위기다. 최근 중국의 수퍼 베스트 셀러는 2014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시진핑 주석이 발표한 담화·연설·지시 등을 모은 [시진핑이 국정운영을 논하다(習近平談治國理政)] 제2권이다.

장기 집권 정당화에 필수인 경제 성장


중국 정부는 일사불란하게 시진핑의 집권을 공고화하기 위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정치인의 지지율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체감할 수 있는 대표 정책이 필요하다. 시진핑 주석의 대표 정책은 뭘까. 중국 내에서는 취임 후부터 지속되고 있는 반부패 사정정책,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이다. 중국의 대국굴기, 에너지굴기, 유라시아 지역협력 등 모든 대외 전략과 팽창전략이 일대일로에 집결돼 있다. 그리고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이기 때문에 중국은 역량을 총동원해서 정책을 추진 중이며 대외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려면 경제 성장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지금 중국은 그동안 거둔 성과를 찬양하는 선전활동이 한창이다. 지난 3월 2일에는 [대단하다, 나의 나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중국 극장에서 개봉했다. 중국 중앙방송(CCTV)과 차이나필름이 공동 제작한 이 영화는 지난 5년 간 중국의 발전상을 다루고 있다.

영화뿐 아니다. 중국 학계에서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초월해서 글로벌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중국 정부가 반색을 하며 반길 주장을 한 사람은 바로 후안강 칭화대학 교수다. 지난해 후 교수는 한 포럼에서 중국이 각각 2013년 경제실력, 2015년 과학기술, 2012년 종합 국력에서 미국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6년 기준 중국의 경제실력은 미국의 1.15배, 과학기술은 1.31배, 종합 국력은 1.36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인들이 ‘중국이 세계 최고’라는 주장을 막무가내로 좋아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미국의 압도적 위치를 실감하고 있다. 후안강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비판이 쏟아졌다. 일례로 중국 동씽증권이 중국과 미국 간의 경제 격차를 자세히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경제 규모, 생활의 질, 기업실력, 대학교육의 네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우선 경제 규모 비교다. 2016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1조2000억 달러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GDP는 18조6000억 달러에 달했다. 동씽증권은 중국이 미국을 초월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나마 10년 후 중국이 미국을 초월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된다고 가정해도 1인당 GDP는 한참 뒤처진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중국과 미국의 1인당 GDP(2010년 불변 가격 기준)는 각각 6895달러와 5만2195달러다. 미국이 중국의 7.6배 수준에 달한다. 세계은행은 2050년 중국과 미국의 1인당 GDP가 각각 3만7300달러와 8만7800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히 중국이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중국 인구가 미국보다 4배 이상 많기 때문에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더라도 1인당 GDP는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개인이 느끼는 생활의 질은 어떨까.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인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 Human Development Index)는 기대수명, 교육수준 및 실질소득으로 구성된다. 2015년 188개 조사 대상국 중 중국의 HDI는 0.738로 90위를 차지하는 데 그친 반면, 미국은 0.920으로 10위였다(참고로 우리 나라는 0.901로 18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HDI는 1990년 0.499에서 2015년 0.738로 50% 가까이 상승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삶의 질이 미국보다 떨어지는 건 예상했던 결과다. 그렇다면 중국 기업의 실력은 미국 기업과 비교해서 어떨까. 2017년 포춘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109개, 미국 기업은 132개에 달했다. 수치로 봐서는 중국이 미국과 대등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가 난다. 중국 기업은 금융·에너지·정유·부동산 업종에 편중돼 있고 국유 기업 비중이 크다. 중국 최대 기업은 국가전력망, 그 다음은 정유회사인 시노펙과 페트로 차이나다. 4대 국유은행도 10대 기업에 포함돼 있는 등 평안보험을 빼고 9개가 국유기업이다. 포춘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은 국유기업 비중이 기업 수(55%), 매출액(72%), 자산(86%)에서 민간기업을 훨씬 초과했다.

미국은 달랐다. 월마트가 1위를 차지했고 버크셔 해서웨이, 애플과 액슨모빌이 뒤를 이었다. 에너지 외에 유통·전자·통신·자동차 업종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미국 기업의 영향력이 중국 기업을 능가한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중국 10대 기업 중 제조업은 9위인 상하이자동차 밖에 없었다. 포춘 500대 기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포함되지 않았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역시 시가총액은 페이스북에 육박하지만, 영향력이 중국 시장에 국한된 점이 미국 인터넷기업보다 아쉬운 점이다.

장기 집권이 국가 매력도 떨어뜨릴 가능성

마지막으로 대학을 살펴보자. 고등교육기관인 대학 분야는 인재의 블랙홀 역할을 하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중국을 앞선다.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대학 39개가 ‘세계 1000대 대학’에 포함됐으며 칭화대학이 25위에 랭크했다. 미국은 157개 대학이 ‘세계 1000대 대학’에 포함됐다. 미국 대학교육의 우수성은 중국 지도층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시진핑 주석의 딸이 하버드대에서 공부했고, 리커창 총리의 딸도 미국 유학 후 모교인 베이징대로 돌아왔다. 베이징대·칭화대 교수도 대다수가 미국 유학파다. 현 시점에서 볼 때, 대학교육 분야도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어려운 분야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시 주석의 업적 홍보에 전력하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으려면 아직 멀었다. 더구나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은 해외에서 느끼는 중국의 국가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김재현 zorba00@gmail.com...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 (공저) 등이 있다.

1425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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