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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적 마케팅 펼치는 국산 맥주 기업들] 광고 앞세워 점유율 높이기 경쟁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성장세 가파른 수입 맥주에 반격 … 올림픽·월드컵 이벤트 십분 활용

맥주의 계절은 여름이다. 각종 이벤트와 광고도 이때 쏟아진다. 2018년은 조금 다른 분위기다. 봄 바람 솔솔 부는 춘삼월에 때아닌 맥주 광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오비맥주·롯데주류는 경쟁하듯 새로운 방송 광고를 선보이며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대형 마트 할인행사, 주점 판촉 지원 확대에 이어 사장의 개명 이벤트까지 벌이며 홍보에 나서고 있다. 수입 맥주의 공세에 대한 반격, 동계올림픽, 여름 러시아 월드컵 이벤트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먼저 치고 나온 곳은 하이트진로다. 3월 2일, 새로운 방송광고를 선보였다. tvN의 인기 프로그램 [윤식당2]에서 화제를 모은 이서진과 박서준이 광고 모델이다. 새 광고 캠페인은 2010년부터 계속 진행한 ‘맥주 맛에 눈뜨다’의 후속 격이다. 타이틀은 2018년 버전 ‘맥주 맛도 모르면서’다. 광고에 출연하는 두 사람은 [윤식당2]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녹여 캠페인의 의미를 전달한다. 스페인어 잘하는 박서준 편과 경영학을 전공한 이서진 편 등 2편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광고와 함께 한정 ‘윤식당 스페셜팩’도 선보인다. 3월 중순부터 355㎖ 6팩에 적용, 전국 대형마트에서 2개월 동안 한정 판매한다. 주점이나 일반 식당에서 맥주를 주문할 때 ‘그냥 아무거나 달라’는 고객이 많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공략하길 원했다. 윤식당2의 친근한 이미지를 활용해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자 광고를 기획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편의점에선 수입 맥주에 밀리고 있지만, 식당과 주점은 쉽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며 “이곳에서 인지도를 높이며 점유율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오비맥주·롯데주류, 잇따라 새 광고


3월 5일에는 오비맥주의 새 광고가 나왔다. 주인공은 영국 셰프 고든 램지. 그는 지난해 한식과 라거 맥주의 궁합을 주제로 한 카스 광고에 등장한 바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다채로운 한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카스 맥주만의 강점과 우수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평가해 고든 램지를 재기용 하기로 했다”며 “광고에 사용한 ‘카먼(CA-MON)’은 ‘카스 먼저’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상대방을 격려하고 독려하는 상황에서 쓰는 영어 표현 ‘컴온(Come On)’과 유사한 발음으로 청춘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자는 의도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광고 론칭 다음 날인 6일엔 사장이 직접 홍보에 나섰다. 브루노 코센티노 오비맥주 사장은 최근 ‘고동우(高東佑)’라는 한국식 이름을 지었다. 작명은 한 명리철학원에서 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오비맥주의 성장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한국 이름을 적은 명함을 들고 다니며 한국에서 사업을 이끌 계획이다.

3월 7일은 롯데주류 피츠 슈퍼클리어의 새 광고가 방송을 탄 날이다. 지난 여름부터 함께 해온 배우 조정석이 특유의 캐릭터를 살려 피츠의 맛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롯데주류가 지난해 개발해 적극적으로 홍보 중인 맥주다. 롯데 광고의 주제는 ‘레드 카드 캠페인’이다. 고객들이 어떻게 맥주를 선택하고 주문하는지를 상황별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 스스로가 ‘맥주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제안하는 내용이다. 레드 카드를 떠올리는 휘슬 소리를 ‘피츠’ 제품명과 연결시켜 직접적으로 브랜드가 각인되도록 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출시 초기 피츠의 깔끔한 맛이 어느 음식과도 어울리는 푸드 페어링을 강조해 제작했다면 새 광고는 브랜드를 콕 집어 주문하는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3월 첫주에 광고와 마케팅 이벤트가 쏟아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수입 맥주의 성장세를 꼽는다. 2017년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2억6309만 달러(약 2818억원)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1월에만 2512만 달러의 맥주를 수입하며 전년 동기 대비 51% 성장률을 보였다. 이와 달리 국내 맥주 출고량은 2015년 204만KL에서 2016년 198만KL로 3% 줄었다. 업계에선 2017년에도 국내 맥주 출고량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국내 맥주 시장에서 국산 맥주의 점유율이 해마다 줄고 있어 업계의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수입 맥주의 성장을 이끈 장소는 편의점이다. 편의점 CU 자료에 따르면 2월 기준,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매출 비중은 각각 60.2%, 39.8%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 수입 맥주 점유율 50%를 돌파했는데 7개월 만에 70%로 올라섰다.

수입 맥주의 인기는 맥주 문화 확산에도 영향을 받았다.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는 맥주 인구가 늘며 수입 맥주의 인기가 높아졌다. 여기에 파격적인 마케팅까지 더해졌다. 국내 맥주 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만원에 수입맥주 여섯 캔을 제공하는 마케팅까지 등장했는데, 정작 국산 맥주사들은 세금에 발이 묶여 이를 손 놓고 지켜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맥주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돼 수입 맥주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산 맥주가 파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기 어려운 배경엔 과세 구조가 있다. 맥주에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모두 112.96%에 달하는 세금이 붙는다. 여기까지는 국산과 수입 맥주 모두 같다. 하지만 국산은 ‘출고가격’,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수입 맥주는 가격을 높게 붙인 다음 편의점에서 대폭 할인해 팔 수 있다. 국산 맥주는 공장에서 편의점까지 도착하기까지 들어간 비용이 세금에 따로 붙는다. 운송·관리비와 판매 이윤에 세금이 연동된 탓에 마케팅에서 크게 불리하다. 한 국산 맥주 제조사 관계자는 “수입 맥주는 관세청에 수입 가격만 신고하면 끝이지만 국산은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에 세금이 붙는다”며 “생산자가 할인 마케팅을 벌이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세금 구조에 발목 잡혀 파격 할인 어려워


▎사진:각사 제공
시장 사수에 나선 맥주사들은 연초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마침 평창 올림픽이라는 호재가 있었다. 여름엔 러시아 월드컵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기다린다. 국가대표 축구팀 경기가 열리면 승패에 관계 없이 맥주 소비량이 크게 늘어난다. 4년 만에 ‘큰 장’이 열리는 기회를 잡기 위해 연초부터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 맥주 브랜드에 호재인 국제 스포츠 대회가 있다 보니 업체 간 경쟁이 예년보다 조금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 맥주에 밀리고 있는 국내 맥주사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하나 있다. 수출 증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맥주 수출액은 1억1245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 늘어났다. 역대 최대 수치다. 한류 확산의 덕에 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성장 한계에 도달했기에 해외에 눈을 돌려야 할 시기”라며 “국가별 수출 전략을 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426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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