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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호의 직장인 밥값론(5) 밥값하는 직장인의 일하는 법] 일 근육·청소력·정보력 고루 갖춰야 

 

장중호 경영컨설턴트
일에 치여 허덕이지 말고 일을 다스리는 사람으로 자리매김 해야

나는 결코 인사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관련 공부를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직장인으로서 정말 부끄럽지 않은 밥값을 하고 싶고, 또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나를 따르는 내 직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 주고 싶다.


▎사진:© gettyimagesbank
직장인을 두 유형으로 나눈다면 ‘일을 다스리는 사람’과 ‘일에 치여 허덕이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을 다스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고, 일에 치이는 사람은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일을 다스리는 사람이든 일에 치이는 사람이든 그들에게 일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을 다스리는 사람은 크고 작은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판단해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상사나 동료들의 요구에 맞게 최적의 결과를 낸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여유가 있다. 한 가지 일을 단 시간에 처리해야 할 때는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답을 내고, 일이 끝나 잠시 한가한 시간이 오면 장기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면서 미리 준비한다.

이와 달리 일에 치이는 사람은 불평을 입에 달고 살며 늘 안절부절 못한다. 상사는 A라는 보고서를 급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엉뚱하게 다른 일에 매달려 있고, 일의 우선순위는 뒤죽박죽이 돼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한 가지 일이라도 몰두해 빨리 끝내야 하는데, 도무지 집중하지 못한다. 일 속도가 느리고 대충 처리하다 보니 보고서는 늘 퇴짜를 맞고 마무리가 되지 않으니 그 위에 다른 일이 또 쌓여 집중력은 더 떨어진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이며 당신 주변 사람들은 어떤 유형인가? 누구도 일에 치여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평사원으로 근무하는 3~4년 동안은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지만 연차가 쌓여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면 역량 차이는 커지기 시작한다. 누구나 같이 일하고 싶은 대리가 되고, 자기 부서로 데려오고 싶은 과장으로 포지셔닝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업무 능력 차이가 서서히 사람들 눈에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은 늘 끊임없이 밀려들게 마련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조직을 개편하기 위해 팀원을 선정, 발굴해야 할 때가 있다. 이 때 팀장이나 리더에게 대리나 과장급 사원의 평판을 물어보면 사람에 따라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아, 그 과장은 무조건 우리 팀으로 데려와야 합니다. 그런데 아마 그 팀에서 절대 안 놔줄 걸요.” 이와 딴판으로 “상무님, 그 대리는 아예 없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돼요. 차라리 사원급을 데려와서 처음부터 가르치는 편이 나아요.”라는 평을 듣는 사람도 꽤 있다.

물론 사람마다의 주관적인 평가일 수 있지만 몇몇 사람이 일관되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 그가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당사자 앞에서 직접 그런 표현을 하지는 않으니 정작 본인은 그런 상황을 잘 모를 것이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를 몇 번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에 대해 선입견이 생긴다. 반대로 누구나 자기 팀으로 데려가고 싶어 탐 내는 과장을 보면 왠지 관심이 가고 ‘얼마나 유능하길래’라는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같이 일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어떻게 하면 일에 지배 받지 않고, 일을 다스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모든 직장인의 숙제다. 어느 누구도 일에 치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 숙제에 대한 답을 단순히 몇 가지로 정리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동안의 직장경험을 바탕으로 크게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바로 ‘일 근육’이다. 운동을 잘하려면 체력을 기르고 근육을 키워야 하듯이 일도 마찬가지다. 일 근육을 키워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체력이 갖춰지고 결과적으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일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어떤 과제가 주어지고 아무리 많은 일이 몰려도 타고난 일 체력과 근력을 바탕으로 지구력과 순발력까지 발휘하며 일을 잘 다스리고 처리한다. 하지만 일 근육이 발달하지 못하면 조금만 일이 많아지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당황하고 우왕좌왕하기만 할 뿐 성과를 내지 못한다.

젊을 때 일 근육 길러야

일 근육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원리는 단순하다. 우리 몸의 근육과 마찬가지다. 평소에 운동하고 끊임없이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열심히 일 근육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늘 고통을 수반한다. 걷거나 뛰는 유산소 운동과는 달리 근육 운동은 무거운 바벨을 들어야 하고 내 몸의 한계를 느낄 때까지 운동기기를 힘껏 밀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팔과 다리와 복근에 반복적으로 긴장과 무리를 줘서 피곤이 와야 근육 사이에 또 다른 근육이 생기면서 근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힘든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해 단기간에 답을 내는 경험을 반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보고서를 도와주고 보조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책임지고 밤을 꼬박 새워 아침에 팀장 책상 위에 올려놓아 본 경험이 있어야 집중력이 올라간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속담처럼, 직장생활에서 사원 시절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다른 입사 동기들은 일이 많아 매일 야근하고 고생하면서도 상사에게 혼나기 일쑤인데 자신은 좋은 부서에 배치받고 성격 좋은 팀장을 만나 적당히 일 배우고 칼 퇴근한다고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몇 년 지내게 되면 일 근육이 생길 기회가 없어진다. 그러다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면 다른 부서로 배치돼 책임감을 갖고 몰려오는 일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 길을 잃게 된다.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시간에 쫓기며 ‘고통의 보고서’를 자주 써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일 근육을 길러야 한다. 일부러 고생하는 부서에 들어가 연일 야근하며 다양한 종류의 일을 처리해 나가는 시간을 보내봐야 한다. 성격 나쁜 팀장이나 선배 밑에서 일하며 스트레스 받아 술도 마셔봐야 하고 때로는 억울하게 일을 도맡게 되어 주말 내내 혼자 회사에 나와 음악 크게 틀어 놓고 일도 해봐야 한다. 그러는 사이 일 근육이 자라고 일 체력이 길러진다. 나는 첫 직장생활을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시작하게 된 점을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경영 컨설턴트는 ‘을 중의 을’이이서 늘 시간에 쫓긴다. 전략 프로젝트의 경우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내 완료해야 하는데 워크숍이나 수많은 중간보고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클라이언트들은 늘 ‘내일까지’ 완료해달라며 보고서를 채근하고, 밤 새워 작성해 발표하면 내용에 오류는 없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

컨설턴트 초기 시절 내가 다니던 회사는 포스코 전체의 경영혁신을 주도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거의 2년에 걸쳐 포스코 업무 프로세스를 다 뜯어고치고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의 중요도도 매우 높았지만, 군대식 문화로 신화를 창조해온 포스코의 업무 스타일은 직접 겪어보니 과연 세계 최강이었다. 벌써 20년이 지난 일이기 때문에 포스코 문화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당시는 위에서 하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군대 스타일로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특히 매일 진행된 실무 담당자들과 컨설턴트들과의 업무 미팅은 살인적이었다.

매일 저녁 6시쯤 그날의 업무 성과에 대한 미팅을 했는데 그 내용을 주제로 8시나 9시까지 ‘이 부분은 맘에 안 든다’ ‘이것이 말이 되느냐’ 하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어느 정도 의견이 수렴되면 ‘논의된 내용을 다 수정해서 내일 아침 8시에 다시 회의를 하자’고 말하며 실무자들은 퇴근한다. 그때부터 컨설턴트들의 일은 다시 시작된다. 따로 저녁 먹으러 나갈 시간도 없어 샌드위치를 사다 먹으며 새벽 1~2시까지 보고서 정리작업을 마친다. 잠깐 집에 들어가 4시간 정도 눈을 붙인 후 다시 출근해 아침 8시에 맞춰 회의자료를 준비해 회의를 한다. 정말 집중력과 체력이 없으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다. 그런 날이 매일 이어지는 생활을 약 3개월 정도 하게 되면 사람이 약간 비정상적으로 변해가는데, 그쯤 되면 회사에서 알아서 일을 빼줬다. 힘들었지만 나는 그때의 경험이 일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양의 일을 해내고, 우선 순위를 정해 거기에 집중해 짧은 시간 안에 보고서를 완성하는 것, 이렇게 늘 시간에 쫓기며 스트레스를 이겨냈던 경험이 그 이후 아무리 과중한 업무를 맡게 되고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몰려도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두 번째는 ‘청소력’이다. 청소력이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일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청소도 잘한다. 여기서 말하는 청소란 물리적으로 방을 치우고 책상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 마음과 몸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정리를 말끔하게 하고 핵심에 집중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일에 치이는 사람을 관찰해보면 주변은 온갖 서류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고 머릿속도 뒤죽박죽 돼 있다. 그중 무엇이 핵심이고 지금 이 순간 무엇에 전념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책상 위에는 현재 작성하는 보고서부터 이전 프로젝트 자료와 보고서에, 참고해야 할 자료로 너저분하다.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웹하드에는 각종 문서가 디렉토리 정리도 안 된 상태로 저장돼 있어 자료 하나를 찾으려면 이 파일, 저 파일을 일일이 열어봐야 한다.

‘청소력’이라는 용어는 환경정리 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한 일본의 마스다 미츠히로라는 사람이 동명의 책을 쓰면서 많이 알려지게 됐다. 이후 환경정리 컨설팅은 단순한 청소 서비스가 아닌 기업의 경영 컨설팅의 한 주제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 경영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경영자 눈으로 기업을 보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지저분해 보인다. 업무들은 꼬여 있고, 프로젝트들은 이전에 진행하다가 흐지부지된 것부터 최근 새롭게 시작해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것까지 모두 엉망이다. 각 부서의 조직원들은 하나같이 과거에만 매달려 있고 성과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싹 쓸어버리고 깨끗이 청소한 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을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꿈과 희망이 희미해지고 현실에 부딪혀 마음 속에는 많은 상처와 앙금이 남아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무엇이든 준비해보려고 이것저것 손대지만, 결과는 없고 주변엔 많은 것이 쌓여만 있게 마련이다.

직장 업무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하던 일과 주변을 정리해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일을 위한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 일에 치이는 사람이 잘 못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야 할지 구분하지 못한다. 일을 다스리는 사람은 과감하게 버릴 것을 알고 행동한다. 지금 이 시간에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회사와 부서가 돌아가는 맥락 파악해야

세 번째는 ‘정보력’이다. 나만의 CIA가 필요하다. 일을 다스리는 사람은 회사가 돌아가는 분위기와 사장의 관심사항, 팀장의 심리상태와 고민거리에 민감하다. 회사와 부서가 돌아가는 맥락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 내 모든 사람에 대해 민감하다. 누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특기와 역량이 있고, 무슨 성격인지도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업무에 필요한 자료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료를 잘 찾아낸다. 상사 입장에서 실무직원의 보고를 받다 보면 제일 황당하고 화가 나는 경우는 옆 부서 동료나 주변 사람에게 간단히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알 수 없다거나 진행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업무에 대한 의지나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 정보력도 없는 것이다.

※ 장중호... 인공지능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경영컨설팅 업계에 뛰어들어 많은 기업의 사업전략 및 마케팅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후 이마트와 GS홈쇼핑의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일하면서 유통 업계의 마케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저서로 [마케터가 알아야할 21가지 이야기] [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가 있다.

1425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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