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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 될까] 남북 해빙 무드에도 산 넘어 산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남북 합의해도 유엔 대북 제재 등 남아…손실 커진 입주 기업들 일단 지켜보기로

2016년 2월 10일, 군사작전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떨어졌다. 정부의 방침이었고, 신속히 진행됐다. 북한이 한 달 전 진행한 4차 핵실험이 기폭제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한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4곳은 하루 아침에 공장을 잃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은 당시를 눈앞이 캄캄했다고 회상한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은 당시 상황에 대해 “물건을 많이 가져와야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예고도 없이 정부가 1사 1인 1차량으로 제한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입주 기업들은 공장을 수습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쫓기듯 개성공단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기업들은 이후 2년 간 공단 근처도 못가고 있다. 공장의 설비나 시설 점검을 위해 정부에 4차례 방북을 요청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남북관계가 전쟁 위기설까지 도는 등 악화일로를 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매섭게 한반도를 몰아치던 한파가 물러가고 봄이 오고 있다.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의 제의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는 깜짝 놀랐다. 외신들은 ‘대사건’ ‘중대 변화’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접촉과 회담 결과에 따라 비핵화에 이어 65년 간 이어져온 한반도 휴전 상태를 종식시키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결이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과도 같던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비대위는 논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군사회담 등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경협 분야에서는 개성공단 문제가 먼저 거론되리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재개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법적 지시에 가동 멈춰


개성공단은 현대아산과 북한이 2000년 8월 개성과 강원도 통천·신의주 등 3곳에 공단을 건설하자는 ‘공업지구개발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사업이 시작됐다. 2003년 6월 330만㎡ 규모의 1단계 공단이 착공했고, 이듬해 4개 업종 15개 기업이 시범단지에 입주했다. 같은 해 말 개성공단 첫 제품으로 ‘통일냄비’가 생산되기도 했다. 이후 2005년과 2007년 각각 24개, 183개 기업이 입주 신청을 했고, 2012년 공단 내 북한 근로자가 5만 명을 돌파하는 등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2016년 2월 개성공단은 가동을 멈췄다. 군사작전을 하듯 전격 진행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해 말 통일부 정책혁신위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혁신위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초법적 통치행위”라고 규정했다. 공식 의사결정 체계의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이 결정된 것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입주 기업들은 휘청거렸다. 애초 정부의 투자 권고와 사업 보장을 믿고 입주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4곳 가운데 현재 휴업 중인 곳은 10여곳에 이른다. 국외에 대체 생산시설을 마련한 곳이 30여곳이고, 국내에서 기존 공장을 증설하거나 대체 생산시설을 확보한 업체는 80여곳이다. 국내외에서 공장을 돌린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협회에 재무제표를 제출한 108곳의 2016년 매출은 2015년 대비 평균 26.8% 감소했다. 매출이 50% 이상 떨어진 기업(사실상 휴업·사업축소)도 23%인 25곳이었다. 2015년에 비해 영업이익에서 영업손실로 전환된 기업은 40곳,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26곳, 영업손실이 증가한 기업은 14곳이었다. 생존이 불가한 폐업 직전의 입주 기업은 지금까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폐업을 하면 당장 대출금을 반환해야 하고, 추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출이자만 쌓아가면서 세월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입주 기업 한 곳은 공단 폐쇄 직후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했지만 개성에 자산(공장)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재가동’ 기대감 솔솔

그럼에도 입주 기업들은 2년 간 공장의 설비나 시설 점검조차 못했다. 입주 기업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 다음 날인 2월 26일 다섯 번째로 정부에 방북신청서를 제출했다.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컸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평창올림픽이 무사히 끝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3월 15일 방북 신청을 유보했다. 기업인들이 방북하려면 북측의 초청장이 필요한 데 이와 관련 북측의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통일부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큰 틀에서 국면이 전환되고 어떤 요건이 정리되면 다른 길이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주 기업들도 4월 남북 정상회담까지 다시 방북신청을 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3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4월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 사업이 의제로 다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언제쯤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까. 재계에서는 남북, 북미 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올해 안에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의제에 민간교류 확대에 대한 부분도 포함될 텐데 당연히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북이 함께 참가한 동계올림픽도 잘 끝났고, 올해 초 1년 11개월 만에 판문점 연락채널이 재개된 만큼 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 가동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실제 재가동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엔의 북핵 제재와 연계된 상황으로 남북이 합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2년 간 가동을 중단한 만큼 기계설비나 시설 등을 보수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공조시스템이 작동하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며 “연이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대화가 열리고 낮은 단계에서라도 의미 있는 합의가 나와야 경제협력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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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7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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