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백인 노동자 표심 관리용 … 북핵 해결과는 별개의 문제
▎※ 박인휘 교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이자 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다.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미국 경제의 4% 성장을 장담한 바 있다. 미국처럼 자발적 실업자가 많고 일종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시장 환경에서 4% 경제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인의 고질적인 과소비 성향이나 경제의 체질적인 구조개선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개선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시간을 요하는 과제들이다. 결국 국제사회의 많은 사람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과 같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조치를 동원해 미국인의 경제적인 이해를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관세를 대폭 올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는 간결하다. 미국은 지금까지 자유무역질서와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희생양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과 이와 연동된 국제사회의 평화는 미국의 희생과 비용을 전제로 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대폭적인 관세 인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품고 있는 이러한 생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조치는 이미 예고된 바 있다.지난해 3월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대통령 통상정책 의제(President’s Trade Policy Agenda)’에서 밝힌 10대 목표를 근거로 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각종 행정명령 발표 등 수순을 밟으며 일련의 조치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미국발 무역전쟁이 가지는 국제정치적 의미 역시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무역관계를 재조정하겠다는 미국의 의지 탓에 세계가 더 무질서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오래 전부터 패권국이 존재하는 것이 더 평화롭고 안정적인지 혹은 특정 강대국이 리더십 역할을 담당하지 않아도 국제사회가 자발적으로 평화와 안정을 찾아가는지에 대해 논쟁을 전개해온 바 있다.무역관계에서 관용을 포기하고 미국의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타국에게 치명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존재는 국제사회에 또 다른 불안정 요인을 제공할 것인가에 외교 전문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관세 인상으로 실제로 수혜를 입는 지역은 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니아 등과 같은 지역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들 주(州)는 통상 ‘스윙 스테이트’로 알려진 곳이다. 선거에서 표심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가는 성향을 보이는 곳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중한 승리를 안겼던 곳이다.즉,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무역전쟁은 미국의 국내 정치와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무엇보다 오는 11월이면 트럼프 행정부로는 절체절명의 시험대가 될 중간선거를 치러야 한다. 백인 노동자라는 매우 보편적인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함은 불문가지인 셈이다.관련해서 우리는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게 된다. 한·미 간 통상 분쟁이 악화된다면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북한 문제가 그야말로 백척간두와 같은 상황이고, 한·미 간 정책 공조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인데, 무역 분쟁이 북한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런 우려는 조금은 지나친 걱정이다. 한·미 간에 얽히고설킨 국가 이익은 그야말로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다. 어느 한 영역에서의 위기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느냐의 문제는 개별 영역마다 차별화된 고유한 외교 역량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다. 1990년 무역전쟁이 심각했던 미국과 일본이 당시 탈냉전기를 맞이해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안보협력을 추진했음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경쟁에서 우리 스스로 어떻게 준비하고 힘을 키우느냐의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