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무역전쟁은 변수 아닌 상수…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
▎※ 최순권 교수는... 한국국제경영관리학회 회장,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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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미국발 국제 무역전쟁은 근래 생겨난 특별한 사건이나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간 무역전쟁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상존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존재할 무역전쟁이 현재 세계화 시대의 국제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이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이는 기업과 국가 간 경쟁과 협력의 결과물인 통상문제가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의 기업 간 경쟁은 단순히 기업 사이의 세력 경쟁이 아닌 지역 간, 국가 간, 그리고 대륙 간 세력 경쟁으로 점차 범위와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과 고객 만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기업 간 경쟁이 지역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치열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이나 국가에서 차지하는 기업의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큰 속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역전쟁은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적·사회적 공동체가 그들의 이익을 확대 재생산하고자 하는 국가·사회 간 경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글로벌 무역전쟁은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 감수해야 할 숙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본 자격 요건인 것이다.글로벌 기업이 현지 정부와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기업은 일방적으로 현지 국가의 통제와 관리를 받아야만 하는 수동적·피동적 존재인가? 아니다. 과거 상대적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절대적 열세인 시절에는 일방적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글로벌 기업은 어느덧 일정 규모의 지역 국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상호 호혜적 파트너로 성장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2017년 매출액 규모(240조원)가 뉴질랜드나 포르투갈 국내총생산과 맞먹는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하고도 덜 다듬어진 정책으로 유독 부각된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선의 대안은 무역전쟁을 촉발한 미국이 자국 이익 우선의 일방적 보호무역 정책이 결코 자신에게도 무조건적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호 호혜적인 통상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월적 힘을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에 이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우리 기업은 미국발 무역전쟁에 대해 일시적이거나 단편적 대응이 아닌 체계적이고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왜냐하면 무역전쟁은 기업에 우발적으로 나타나는 일시적 환경 변수가 아닌 상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현지 국가의 정치 이념이나 정책의 변화로 야기되는 통제와 관리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첫째, 시장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특정 시장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않고, 다양한 대안 시장을 확보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의 현지화 노력이다. 현지 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현지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대표적인 방법으로 생산공장의 현지 이전을 들 수 있다. 셋째, 모방할 수 없는 기업 경쟁력의 확보다.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현지 시장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지역기업이 참여하고 싶은 높은 수준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면, 현지 기업 역시 이 생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을 희망하게 될 것이며, 그들 스스로 자국 정부의 무역전쟁을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우월적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무역전쟁은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파괴적 활동이다. 글로벌 기업이 창출한 혜택이 국제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에 골고루 돌아갈 때, 우리는 전쟁이 아닌 상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