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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 판도 바꾸는 로봇] 2020년 연 52만대 … 로봇이 공장의 주인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인력난 해소,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선진국·신흥국 너도나도 도입 확대

생산계획 수립과 제조, 운반,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도맡아 처리하는 지능형 공장인 ‘스마트팩토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피 말리는 원가 절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조 업체로서는 인건비 감축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 도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 로봇 못지 않게 산업용 로봇도 각광받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2020년 52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산업용 로봇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은 로봇 제조 강국으로도 발돋움할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을 대체하고 산업지도까지 바꾸고 있는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을 살펴봤다.


▎포르셰의 생산 거점인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는 대부분의 공정을 조립 로봇이 맡고 있다 / 사진:사진 포르셰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에서 3월 8일 이색적인 경기가 열렸다. 세계 최초로 인간과 로봇 간 컬링 경기를 치른 것이다. 시합에 출전한 인공지능(AI) 컬링로봇 ‘컬리(Curly)’는 고려대 컨소시엄이 지난해 개발했다. 소프트웨어 ‘컬브레인’과 스톤을 던지는 ‘투구로봇’, 스톤의 위치와 방향 등을 파악하는 ‘스킵로봇’으로 구성됐다. 스킵로봇이 스톤의 위치와 각도 등 경기장 상황을 인식해 전송하면 컬브레인은 상대팀 스톤을 피할지 밀어낼지, 얼마만큼의 강도로 던질지 판단한다. 컬브레인이 세운 전략에 맞춰 투구로봇이 스톤을 던진다.

이날 경기 결과는 인간 대표 강원도 춘천기계공고 컬링팀이 이겼다. 컬리가 스위핑(얼음을 솔로 문지르는 행동)을 못하는 점을 잘 이용했다. 그렇지만 시범경기에서는 컬리가 1대0으로 승리하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였다. 설상훈 고려대 전기전자 공학부 교수는 “많은 관람객으로 경기장의 온·습도와 빙질 등이 변해 데이터 부족으로 패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앞으로 컬리가 딥러닝을 통해 경험(데이터)을 더 축적하고 스위핑 기능을 추가한다면 인간 대표팀의 실력을 압도할지도 모른다.

인간 vs 로봇 컬링 경기 박빙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16년 3월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만 해도 단지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물리적 활동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렇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환경에 맞춰 인간에 버금가는 운동능력을 보여주는 로봇이 불과 2~3년 전부터 쏟아지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지난해 공중제비 묘기를 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을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로봇의 이족보행 기술이 안정되기 시작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고 각종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의 경우 이미 군사화·상용화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로보틱스의 요시다 켄이치(吉田健一) 사업추진본부장은 “서비스용 로봇은 이미 인간의 노동력을 대부분 대체할 만큼 발전했으며 산업용 로봇도 빠른 기술 발전을 통해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 통계국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13만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이 팔렸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68.1%나 늘었다. 중국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을 산업용 로봇 발전의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2018년은 중국 정부가 2015년 발표한 ‘로봇 산업 발전 계획(2016~2020년)’의 중턱에 해당하는 해라서다. 올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느냐 여부가 앞으로 로봇산업의 발전을 판가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오프위크 업종연구센터 관측에 따르면 앞으로 3년 간 중국 산업용 로봇 양산은 2배 이상 증가한다. 2020년에는 25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도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2020년 52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피 말리는 원가 절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조 업체들로서는 인건비 감축을 위해 로봇 도입이 불가피하다. 생산계획 수립과 제조, 운반,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AI와 로봇이 도맡아 처리하는 지능형 공장인 ‘스마트팩토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현재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에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BMW 등이 주주로 참여해 스마트팩토리 연구를 벌이고 있다. DFKI는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 개념을 처음 제시한 데틀레프 쥘케가 소장으로 몸담고 있으며, 독일 정부가 대주주로 참여한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이곳에서는 제품에 따라 생산비를 낮추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화된 생산 체제를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 개발한 솔루션을 세계 모든 공장에 적용해 궁극적으로 세계적으로 생산성을 올리겠다는 포석이다. DFKI는 최근 AI 검증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로봇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이미지센서 등 관련 기술의 급속한 발달도 로봇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연평균 15% 이상 성장


기업들도 스마트팩토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는 암베르그 공장의 설비·부품에 1000여개의 센서를 부착해 기계 이상을 사전에 감지하고 매일 수천건의 공정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다임러도 최근 독일·헝가리 공장 생산라인에 무선인식(RFID) 기술을 도입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할 서킨 선임파트너는 “로봇을 활용하면 시스템 비용을 낮추면서 생산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산업용 로봇 시장이 앞으로 15~20년 동안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제조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이런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주도로 스마트팩토리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비용 절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2015년 5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을 시범팩토리로 선정한 이후 불량 제품과 설비 이상 발견으로 157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포스코는 국내에만 1000개가 넘는 고객사에도 스마트팩토리 성공 노하우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도 용접 공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서 부품별 작업을 유기적으로 맞물릴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했다.

LG도 제품의 소재와 공정에 따라 제조시스템을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제품의 소재가 하나 바뀌는 것만으로 생산 체제를 전면 재구축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그만큼 제품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들도 공장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신흥국의 가장 큰 장점인 낮은 원가 메리트가 사라질까 봐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로봇 밀도(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가 높은 나라는 631대의 한국이었다. 싱가포르와 독일·일본·미국은 각각 488, 309, 303, 189대. 이에 비해 중국은 68대에 불과했다. 글로벌 제조 업계의 평균인 74대 보다 낮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중국의 산업용 로봇의 밀도를 150대로 높일 계획이다. 중국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IFR은 2020년까지 산업용 로봇 수요 증가분의 55%가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용 로봇 수요 중국이 절반 차지


미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 정책과 기업들의 자동화 설비를 도입으로 산업용 로봇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과 일본도 앞으로 산업용 로봇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라 보급이 더울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산업용 로봇의 보급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특히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증가 잠재력이 크다”며 “일본의 공작기계 주문은 아시아 지역 수요 증가로 2017년부터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공작기계 주문은 산업용 로봇 수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1월 1543억9100만엔(약 1조55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48.8% 급증했다. 호황·불황의 기준점인 1000억엔을 15개월째 웃돌았다. 월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 수준이다. 산업별로는 자동차 분야가 지난해 전체 산업용 로봇 판매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전기전자업종·금속업계 등 순이었다.

이런 로봇산업의 발전은 전통 제조산업의 지형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공작·기계 제조사들이 쇠퇴하고 전자·사물인터넷(IoT) 및 로봇 원천 기술 보유 회사의 부상이 예상된다. 특히 그래픽스처리장치(GPU) 개념을 처음 꺼내든 비주얼 컴퓨팅의 강자 엔비디아가 가장 주목 받는다. 엔비디아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정보처리와 AI 영역을 포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로봇 택시에 쓰이는 AI 컴퓨터 ‘페가수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완전자율주행차량에 적용될 전망이다.

일본의 하모닉드라이브는 로봇 구동의 핵심 부품인 감속기를 생산한다. 모터로 움직이는 로봇 관절을 제어하는 장치다. 감속 장치는 산업용뿐만 아니라 서비스용 로봇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6월 발표한 신성장 전략을 통해 로봇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로봇산업의 강자로 산업 지형 변화에서 중심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야스카와·유타카 등 중소·중견 기업의 약진도 예상된다. 이 밖에 군사 분야에서도 로봇 기술이 폭넓게 적용되며 미국의 노스롭그루먼 등의 회사도 주목받고 있다. 노스롭그루먼은 글로벌호크 등 무인정찰기의 항공모함 이착륙, 공중 급유 등을 성공시켰다.

원천기술 보유 기업 각광받을 듯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GE ‘혁신 작업장’에서 자율 로봇이 작업 중이다. 혁신 작업장의 엔지니어들은 가스터빈 제작 공정에 3D프린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 사진:GE파워
서비스용 로봇도 우리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로봇청소기나 AI스피커뿐만 아니라 실생활과 밀접한 로봇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의료 등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심이 된 로봇이 중심이다. 로봇이 공간각을 갖고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맞춰 움직이는 하드웨어는 개발하기 어렵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이에 비해 단지 사용자의 질의에 대응하는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술은 음성인식 기술 등의 발달과 함께 이미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놨다. 산업용 로봇에 비해 보급이 빠를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용 로봇은 의료·군사·물류용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20~25%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실제 국내 대형 종합병원들도 수술용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이 수술을 대신하면 좀 더 정교하고 빠른 수술을 기대할 수 있다. 의사들은 연구·개발(R&D)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인건비가 높은 의사를 대체하자는 목적도 있다. 고려대·경희대 등 다수의 대학병원들이 도입하고 있는 다빈치 Xi의 경우 로봇의 팔과 카메라가 환자 몸속에서 수술하는 최첨단 수술 시스템이다. 집도의가 외부 조정석에서 3차원 입체영상으로 로봇 팔을 조작해 수술을 진행한다. 절개 부위도 작아 흉터도 작고 출혈·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연간 1500여건의 로봇 수술을 수행하고 있다. 다빈치의 개발사 인튜이티브서지컬(ISRG)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로봇 회사로 거듭났다.

일본의 경우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AI 로봇 페퍼(Pepper)가 은행과 호텔·음식점·병원 곳곳에 배치돼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심지어 교육용 페퍼까지 제작해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페퍼를 앞으로 의료·개호(介護) 분야로도 분야를 넓힐 계획이다.

1428호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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