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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이기는 고부가가치 창출 공식 4가지] ‘콜라보·한정판·포장·캐릭터’로 차별화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구매욕 자극하려면 희소성으로 승부…협업은 전혀 다른 강점의 브랜드와

저성장 시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뚫으려는 소비재 기업들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특히 고가품보다는 저가의 대량 생산용 소비재일수록 생존 경쟁이 치열해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어떻게 자극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콜라보·한정판·포장·캐릭터’의 4가지 포인트가 고부가가치 창출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중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매년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해 고급 이미지를 더하면서 고부가가치 창출을 노린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선보인 ‘유니클로 & J.W.앤더슨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상품들. / 사진:myfatpocket.com 제공
국내 소비재 기업에게 올해는 한층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소비재 중 하나이자, 통상 경기 불황에 민감한 산업 분야인 패션이 한 예다. 한국섬유연합회는 올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가 약 43조원으로 전년 대비 0.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필수적인 소비재에 가까워 불황에 강하다는 속설이 붙은 식음료 분야도 최근엔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음료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4246억원으로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황에다 인구 감소 여파까지 겹쳐 시장 규모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같은 소비재더라도 고가품과 중저가품으로 나눠서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시장 분위기가 또 다르다. 패션 업체 LF의 한 관계자는 “고가품은 꾸준한 호황, 저가품은 평균보다 더 심한 불황인 소비시장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국내 백화점들은 최근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도 지난해 해외 명품(의류 등) 매출이 전년 대비 10~20%대가 증가했다. 소수의 고가 식음료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유지 중이다. 이는 대다수 중저가 생활소비재의 경우 고부가가치(생산 과정에서 새롭게 부가된 높은 가치)를 창출할 만큼 차별화에 성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내 생활소비재들은 같은 국산품은 물론, 다양한 수입품과의 무한 경쟁이라는 험난한 환경에 처해 있다. 해외 ‘직구(직접구매)’ 같은 새로운 소비문화까지 자리 잡으면서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임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생활소비재는 중국엔 가격, 유럽연합엔 품질·디자인·브랜드, 미국엔 연구개발(R&D) 면에서 각각 경쟁력이 뒤처져 있다”며 “재도약을 위해선 ‘고부가가치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단순히 가격을 더 낮춘다거나, 품질을 개선한다는 막연한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네 가지 차별화 포인트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을 조언한다. ‘콜라보’ ‘한정판’ ‘포장’ ‘캐릭터’가 그것이다.

콜라보(collabo) |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줘라


▎식음료 업계에서도 협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배스킨라빈스가 4월 들어 한국야쿠르트와 협업해 선보인 얼려먹는 야쿠르트 콘셉트의 다양한 아이스크림들. / 사진:배스킨라빈스 제공
콜라보는 협업·합작·협력을 뜻하는 영단어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의 한국식 줄임말이다. 대중음악에서 각자 활동하는 가수 김동률과 이적이 잠시 ‘카니발’을 결성했던 것처럼, 주로 일시적인 협업일 때 쓰는 용어다. 언제부턴가 산업계에서도 낯설지 않은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중저가 생활소비재에서 잘 짜인 콜라보가 얼마나 위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예가 2000년대 글로벌 패션 업계에 새바람을 몰고 온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2009년부터 질 샌더(독일), J.W.앤더슨(영국) 등 유럽의 내로라하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질 샌더와의 ‘플러스 제이 컬렉션’부터 지난해 선보인 ‘유니클로 & J.W.앤더슨 컬래버레이션 컬렉션’까지 대부분이 출시 첫날 ‘완판(완전판매)’됐다. 지난해 9월 J.W.앤더슨 콜라보 상품 출시 첫날 서울의 유니클로 신사점과 명동 중앙점에서는 수백 명의 소비자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토퍼 르메르, 샤넬의 모델로도 활동했던 디자이너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 등과 그사이 선보였던 콜라보 상품들 역시 호평 속에 완판됐다. 유니클로를 보유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8월 기준 연매출이 1조8600억엔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60억엔으로 39% 급증했다.

관련 업계는 유니클로의 콜라보가 전략적으로 고급 이미지의 브랜드들과 진행된 사실에 주목한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애초 유니클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저가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고가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이를 과감히 탈피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업그레이드하고, 소비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했다. 패스트패션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되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빠른 상품 회전율(빠른 제작과 유통)로 승부하는 전략이다. 유니클로는 기존 인기의 바탕이 됐던 이런 대(大)전략을 유지하되, 강화한 디자인과 재질에도 가격대는 일반 유니클로 의류와 비슷하게 책정한 콜라보 제품 출시라는 소(小)전략을 더했다.

이런 전략으로 전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기존·신규 소비자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았다는 얘기다. 콜라보 전략을 염두에 둔 기업들은 이처럼 ‘전혀 다른 강점’을 가진 브랜드와 협업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선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와 손잡고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인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코리아가 이런 면에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휠라코리아는 꾸준한 신제품과 콜라보 제품 출시를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어가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콜라보는 패션업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식음료 업계에서도 최근 콜라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배스킨라빈스는 4월 들어 한국야쿠르트와 협업해 얼려먹는 야쿠르트 콘셉트의 ‘야쿠르트 샤베트’ 같은 콜라보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롯데제과와 동원 F&B는 올해 출시되는 ‘꼬깔콘’ 과자 3종의 봉지 뒷면에 다양한 레시피를 인쇄하는 콜라보에 나섰다.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을 찾은 소비자가 꼬깔콘과 동원참치를 같이 구입하게 끔 유도하는 장치다. 그칠 줄 모르는 장기 불황에 모두 ‘한 끗 차이’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다.

한정판(limited edition) |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보라


▎모나미가 2014년 1만 자루 한정 출시해 곧바로 완판됐던 회사 창립 50주년 기념 ‘모나미 153 한정판’ 볼펜. 황동 본체에 니켈 도금 후 크롬을 도금했고, 로고는 레이저로 각인했다. / 사진:모나미 제공
시장경제에선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이 오른다. 거꾸로 수요가 줄어 공급이 남아돌면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기업 입장에서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상황을 만들려면, 즉 가격이 올라 더 높은 수익이 나게끔 하려면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줄여 희소성을 부각하거나, 상품 자체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대다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게 만들거나.

한정판 출시는 하나의 기업이 위의 두 방법을 동시에 적용해서 고부가가치 창출을 노리는 전략이다. 단순하면서도 성공률이 상당히 높은 전략이라 불황에 지친, 막대한 돈을 들여 거창한 뭔가를 시도하기 어려워진 기업들로선 염두에 둘 만하다. 한정판은 ‘1000개 한정’ ‘500개 한정’ 등 일부 수량만 한정적으로 만들어서 특정 시기에 판매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자연히 ‘제때 구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긴다. 구입 시기를 놓치면 중고장터에서 웃돈을 줘가며 구하지 않는 한 나중에 아쉬움을 곱씹어야 해서다.

국내 문구 업체 모나미가 2013년 개발, 2014년 선보여 장안의 화제가 됐던 ‘모나미 153 한정판’ 볼펜은 주변에 흔한 저가 볼펜으로 인식되던 기존 상품에 이런 경제 원리와 소비심리를 잘 응용,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다. 1963년 탄생한 모나미 153은 국산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볼펜으로, 출시 이후 지금껏 국내외에서 40억 자루 가까이가 팔린 스테디셀러다. 당시 모나미 측은 창립 50주년을 맞으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대명사이던 이 저가 볼펜을 고급화해보자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이어 자루당 2만원짜리 한정판을 만들어 출시했는데 단 이틀 만에 완판될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지금도 온라인 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 수시로 고가에 거래될 정도다(한때는 30만 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체리블라썸’ 한정판. 올해 출시돼 한 달 만에 총 140만 봉지가 완판됐다. / 사진:해태제과 제공
1만 자루 한정판매된 이 ‘모나미 153 리미티드 1.0 블랙’은 이후 모나미가 ‘153 리스펙트’ ‘153 네오’ 등 고급 볼펜 라인업을 늘리면서 수익성을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아날로그 문구시장 침체로 한정판 출시 직전까지만 해도 영업손실과 순손실로 고전하던 모나미는 201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흑자 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만년 저가품을 고급화한 발상의 전환, 그리고 공급량을 당초 취지대로 유지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모나미는 매진된 한정판 볼펜을 추가로 생산해달라는, 2014년 당시 소비자들의 요청에도 “한정판의 취지와 소장 가치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추가생산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못을 박았다. 수요와 공급 법칙이 이 같은 ‘선물’을 안겨다줬음을 익히 알고 있었다.

잘 만든 한정판으로 재미를 보는 소비재 기업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년 한정판 다이어리·충전카드·머그컵·텀블러 등을 만들어 각 매장에서 판매한다. 그리고 해마다 전체 매출의 약 10%를 이런 기획 상품으로 올린다. 스타벅스 매장을 즐겨 찾는 10~30대의 젊은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희소성으로 구매욕을 자극하는 데 성공해서다. 굳이 한정판이 아니더라도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처럼 출시 당시(2014년) 수요가 공급량을 압도하던 시장 흐름을 잘 읽어내,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수익성을 극대화한 경우도 있다. 해태제과는 2014년 110억원대였던 매출, 24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이듬해에 각각 523억원, 46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회사는 진짜 한정판인 ‘허니버터칩체리블라썸’을 올 들어 출시, 한 달 만에 총 140만 봉지가 완판됐다. 이 상품으로만 매출이 약 15억원 발생한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포장(packaging) | ‘보기 좋은 떡’ 이상의 효과를 내라


▎롯데마트가 1인 가구를 겨냥해 선보인 ‘한우 냉장 간편포장 한 마리 세트’는 한우 등심과 안심 등을 혼자서도 먹기 좋게 한 팩씩 작게 포장했다. / 사진:롯데마트 제공
겉모양새를 잘 꾸미는 것도 필요함을 뜻하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란 속담은 생활소비재 기업 입장에선 포장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계속된 불황에 전문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포장 디자인을 일부 개선하는 등 단순히 ‘보기 좋은 떡’을 만들려는 노력만으론 부족하며,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반적인 포장 기술 연구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놀라울 만큼의 고부가가치가 뒤따르기도 한다.

CJ제일제당이 2015년 4월 처음 출시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햇반 컵반’은 종이컵 모양 용기에다 제육볶음이나 국 같은 음식을 넣고, 뚜껑 대신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스테디셀러 햇반(즉석밥)을 부착한 형태다. 뚜껑 격인 햇반을 떼어낸 다음 컵 안에 있는 음식을 데워서 함께 먹는 방식이다. 특허청으로부터 ‘실용신안’까지 취득한 이 포장 기술은 집 안팎에서 혼자 밥과 다른 음식을 함께 간편하게 먹기를 선호하는 1인가구 소비자가 급증한 추세와 맞물려 대성공했다. 햇반 컵반은 출시 후 지난해까지 5000만개 가까이 판매됐다.

편의성을 대폭 강화해 기존 수요를 만족시켰을 뿐 아니라 전에 없던 수요까지 창출했고, 덤으로 뚜껑이라는 포장재의 낭비를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포장 기술 자체에 대한 R&D와 맞춤형 설비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당시 햇반 컵반의 포장 기술 개발과 관련 설비 투자에 총 50억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HMR 브랜드 매출은 햇반 컵반의 성공에 힘입어 2016년 1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지난해는 이보다 40% 성장한 1조 5000억원가량을 기록했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식품 자체의 신기술과 함께 패키징(포장) 기술 개발에도 한층 주력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2015년 처음 출시한 ‘햇반 컵반’은 종이컵 모양 용기에 뚜껑 대신 기존 햇반을 부착하고 미역국 등의 음식을 넣은 포장 방식으로 최근 급증한 1인 가구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출시 후 지난해까지 5000만개 가까이 판매됐다. / 사진:뉴시스
소비재에서 포장을 바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싶을 땐 이처럼 수요층의 변화나 욕구를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은 1인가구 급증과 편의성 추구라는 HMR 수요층의 변화와 욕구를 잘 파악했기에 햇반 컵반을 만들 수 있었다. 관련 업계에선 이런 사례 연구에 이미 힘쓰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부터 설 선물세트에 부자재(포장 박스와 덮개, 보자기 등)를 없앤 실속형 선물세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포장 용기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포장재 비용을 20% 줄이고, 판매가격을 낮추면서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는 또 1인가구를 겨냥한 소(小)포장 한우 선물세트(‘한우 냉장 간편포장 한 마리 세트’)를 선보였다. 한우 등심과 안심 등을 혼자서도 먹기 좋게 한 팩씩 작게 포장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설에 롯데마트의 5만원 이상~10만원 미만 신선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캐릭터(character) | 친근감으로 다가서면서 매혹하라


▎세븐일레븐은 지난 겨울 국내에서 일본 인기 게임 ‘포켓몬’에 등장하는 캐릭터 ‘피카츄’ ‘잠만보’ ‘몬스터볼’ 모양의 호빵 3종을 개당 1300원씩 45만개 판매했다. /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11일(현지시간)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 당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에선 소비자 사이에서 한바탕 쟁탈전이 펼쳐졌다. 캐릭터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 라인프렌즈에서 만든 곰 ‘브라운’과 토끼 ‘코니’ 등이 들어간 각종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하루 라인프렌즈가 티몰 한 곳에서 벌어들인 돈만 약 46억원.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당시 판매 시작 1시간 만에 매출 20억원을 돌파했다”며 “핸드백용 열쇠고리 인형 1만개, 캐릭터가 그려진 보조배터리 6000개가 각각 팔렸다”고 말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 캐릭터 산업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아이코닉스·오콘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 레트로봇·영실업의 변신 자동차 ‘또봇’ 같은 국산 캐릭터 또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시장 규모는 2005년 2조700억원에서 2016년 11조573억원으로 11년 만에 5배로 성장했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교수는 “그동안 국내외에선 아동용 캐릭터와 관련 상품은 많았지만, 뽀로로처럼 이보다도 어린 영유아를 타깃으로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모바일 메신저를 많이 쓰는 청장년층을 집중 겨냥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은 이런 트렌드가 완전히 바뀐 것”으로 분석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나 직장인 등, 보다 광범위한 수요층이 형성되다 보니 캐릭터가 산업계 전반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카드로 급부상했다는 얘기다.

이들 수요층과 밀접한 생활소비재 기업들도 이 같은 트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캐릭터는 친근감으로 다가서면서 소비자를 소리 없이 매혹한다. 특히 처음 출시된 상품일수록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소비자는 본능적인 의구심에 구매를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저가라고 해서 구매에 거리낌이 덜한 소비문화는 장기 불황과 함께 사라졌다).

이 경우 상품 전면에 나선 친근한 캐릭터 하나가 굳게 닫혔던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다. 한국에도 진출한 일본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한국에서 일본의 인기 캐릭터 ‘피카츄’ 모양으로 생긴 피카츄 호빵을 출시한 직후 13만개가 완판돼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캐릭터는 ‘원 소스 멀티 유스’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라며 “다양한 소비재에 접목되면서 소비재 기업들에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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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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