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Home>이코노미스트>Special Report

[요시다 켄이치 소프트뱅크로보틱스 사업추진본부장] “10년 안에 로봇이 서비스·운송 업무 대체” 

 

도쿄=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하드웨어 기술은 대부분 완성, 인지능력 확보 미흡…“로봇포비아는 지나친 우려”

▎요시다 켄이치(吉田健一) 소프트뱅크로보틱스 사업추진본부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로봇이 서비스업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며, 인간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진:김유경 기자
지난해 11월 유튜브에 공개된 한 영상에 세계가 경악했다. 사람 모습의 이족보행 로봇이 탁자 위로 점프하는 것도 모자라 공중 재주넘기를 선보여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족보행 로봇이 이제는 인간 이상의 운동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생산 현장은 구슬땀 흘리는 노동자 대신 요란한 모터음을 내는 로봇이 주인이 됐다. 호텔·레스토랑의 안내도 도맡고 있다. 요시다켄이치(吉田健一) 소프트뱅크로보틱스 사업추진본부장을 만나 로봇의 현재와 앞으로 발전 방향에 대해 물어봤다. 소프트뱅크로보틱스는 인공지능(AI) 로봇 페퍼를 개발한 회사다. 앞으로 인지능력을 갖고 행동하는 로봇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3~4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로봇 개발이 화두가 된 배경은.

“노동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일손 부족이 심각하다.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1단계 ‘얼굴’ 2단계 ‘다리’ 3단계 ‘팔’로 나눠 볼 수 있다. 얼굴은 커뮤니케이션, 다리는 이동, 팔은 손을 통한 수작업을 각각 뜻한다. 1단계는 호텔·레스토랑에서의 접객 및 단순 영업이다. 일본에서만 이 분야에 수백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2단계는 청소·배달 등 다리를 쓰는 일로 500만~1000만 명가량이 일하고 있다. 3단계는 도구를 사용한 작업으로 현재 2000만 명이 종사 중이다. 각 단계별 로봇이 일손 부족을 메울 수 있다. 앞으로 30~40년 후면 사람 수와 비슷한 로봇이 활동할 것으로 본다. 로봇의 확산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고 안락하게 만들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나.

“지식산업은 곧 거의 대체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은행 창구나 증권사 펀드매니저 등은 지금도 AI로 대체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지식을 가졌지만 AI는 모든 지식을 집대성했기 때문에 더 뛰어나다. 중국에서 개발된 의료 AI인 ‘샤오이’는 이미 중국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했다. 다만 신체를 사용하는 노동은 로봇이 대체하기 상당히 어렵다. 로봇의 지각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50년이 지나도 어려울 것이다. 아마존의 피킹로보틱스챌린지를 보면 로봇은 100개의 물건 중 단 10개만을 사람보다 10배 느린 속도로 처리하는 수준에 그친다. 노인 개호나 어린이 돌봄 등의 일은 먼 훗날에도 사람이 할 것이다.”

2단계인 다리는 언제부터 노동력 대체가 가능한가.

“곧 실현 가능하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자율주행 기능의 레벨 5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2025년부터 실생활 도입이 가능하다. 실내에서도 이 기술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AI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불안·불신은 없겠나.


▎도쿄 하얏트 호텔 로비에 배치된 AI로봇 페퍼. 고객에게 길안내를 해주고 간단한 대화를 통해 무료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사진:김유경 기자
“영화·만화에서 보던 것에 의존해 로봇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다고 본다. 그러나 금융·의료 서비스를 모두 AI가 대체해 실제 편리성과 정확도가 오르면 빨리 안착되리라 본다. 일본인들의 10~20%가 수면무호흡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수면 중 장애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신의 증상을 모른다. 그러나 페퍼는 이를 3분 만에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환자들은 페퍼의 판단의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 AI나 로봇의 확산은 지식산업이 가장 빠를 것이며 그 파장도 가장 클 것이다. 일본의 경우 5000만 명의 노동자 중 3000만 명이 지식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감정이 없는 로봇의 서비스가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나.

“일본의 한 초밥 체인의 경우 전국 500개 점포의 주문 접수를 모두 페퍼가 맡고 있다. 사람을 뽑을 수 없어서다. 레스토랑에서 고객에게 인사하거나 자리 안내 등은 로봇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거부감도 별로 없다. 스마트폰으로 예약하고 점포에서 로봇이 이를 확인해 자리를 안내해 주는 서비스는 짧은 시간 안에 익숙해질 것이다. 실제 전자제품 매장에서 페퍼가 헤어드라이기를 팔았는데 하루에 500명 이상이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가졌고, 그중 100명이 페퍼와 대화를 나눴으며, 10명이 물건을 샀다. 인건비를 고려하면 페퍼의 효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사회·정치적 반발이 로봇의 확대를 가로막을 가능성은 없나.

“의료의 경우 AI가 1차 진료를 맡고 인간 의사가 최종 판단을 하는 등의 제도적 절충안이 나올 것이다. 또 AI로 쉽고 빠르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환자에게 좋은 일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일손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로봇·AI를 서둘러 도입하자는 기류도 있다. 노동조합이 강한 미국·유럽의 경우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는 있지만 이미 누구도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다.”

로봇 기술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중 어느 쪽이 중요한가.

“압도적으로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하드웨어 기술은 완성된 상태다. 로봇이 실제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인지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현재 기술로는 탁자 위의 명함을 명함인지 카드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프로그램 된 사물만 인식할 수 있어서다. 카메라가 사물을 촬영해 인식하고 무게를 재고 판독해 1~2cm의 오차 없이 행동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다. 3단계인 팔이 가장 어려운 이유다.”

영화나 만화 속 로봇을 현실 세계에서도 기대할 수 있나.

“일부 비슷하게 제작한 로봇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얼굴·발·팔이 모두 완성된 형태는 당장은 어렵다. AI의 경우 인류가 쌓아온 지식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칩셋이 나오는 2020년대 후반쯤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실제 개·고양이처럼 행동하는 4족 보행 로봇도 있지 않나.

“프로그램 된 영역 내에서만 행동하는 것이다. 주변 상황에 맞춰 사물을 인식해 행동하는 것은 4족 보행 로봇 역시 현재 단계에서는 무리다”

로봇이 무기화될 가능성은 없나.

“리스크로만 본다면 로봇이 무기를 들고 쏘는 것보다 무기 자체가 자동화되는 것이 더 크다. 로봇이 직접 무기를 작동하는 것은 50년 이상 걸리지만 미사일을 자동 운항하는 것은 곧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로봇을 만드는 회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정부가 만든 규정에 따라 제작하고 사람들이 로봇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전파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로봇에 대한 막연한 불신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테크놀로지의 발전에는 반드시 리스크가 발생한다. 관리 가능 여부의 문제다. 자동차 사고로 매년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자동차를 없애지는 않는다. 이미 기술 개발은 시작됐고,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멈출 수도, 중단할 수도 없다. 로봇보다는 AI가 리스크가 크고 통제가 안 될 가능성이 있다.”

페퍼 다음은 무엇인가.

“페퍼는 1단계 로봇 중 하나다. 앞으로 다리가 있는 페퍼가 나올 수도 있고, 아예 페퍼를 대체하는 로봇이 제작될 수도 있다.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조합과 개발이 가능하다. AI와 로봇의 발전으로 노동에서 인간의 영역은 육체 노동 밖에 남지 않는다. 앞으로 국내총생산(GDP)의 많은 부분을 로봇이 책임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 로마시대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찾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단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예술 등 자신이 희망하는 것을 찾아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1428호 (2018.04.0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