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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한국 사회 뒤흔드는 미투 운동 - 경영학] 리더의 과도한 권력을 통제해야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안정적인 권력 지닐수록 비윤리적 행위 반복…수평적·개방적 조직문화 필요

세계적으로 미투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현상이 국내에서도 연극·영화·검찰·정치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각 분야 권력층의 성폭력에 대한 고발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권력자들의 성폭력과 관련된 미투 현상이 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지 경영학자로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돼 미투 현상의 원인과 상황을 경영학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단초(端初)를 지난해 경영윤리 학술지(Journal of Business Ethics)에서 발표된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AIST 경영학 연구진이 발표한 해당 연구는 ‘안정적인 권력을 지닌 자들은 왜 비윤리적 행위를 반복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미 경영학에서는 비윤리적 행위를 촉발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리더가 지닌 권력(Power)을 꼽고 있다. 권력이 강할수록 성희롱을 습관적으로 하고, 권력이 안정적일수록 타인을 도구로 간주한다는 연구 결과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특히 기업 등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일수록 권력자들이 타인을 도구로 간주한다는 건 일반적인 경영학(조직 행동) 연구의 결론이기도 하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테일러는 체계적인 기업 활동의 필요성을 위해 구성원을 통제하고 훈육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를 위해 기업에는 위계질서가 분명히 존재해야 하고 노동의 분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테일러리즘을 찬양하는 학자들은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의 형태는 급속한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선진국을 빠른 시간 내에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위계질서와 일사불란한 리더의 통제 아래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明)이 있으면 반드시 암(暗)이 따르듯 모든 구성원이 리더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이면에는 리더에게 반드시 충성하고 순응해야 한다는 조직 구성원들의 정신적 피로도가 존재한다. 미투 현상의 근본 배경에 권력 관계가 도사리고 있다는 건 바로 이런 이유이다. 2017년 경영윤리 학술지에서 밝힌 연구에 따르면 권력이 강할수록 리더는 타인의 언행을 통제하고 싶어하고 주어진 권력이 안정적일수록 타인에게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줘서 권력의 달콤함을 느낀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권력이 강할수록 인간존중 의식은 결핍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권력이 강한 리더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지닌 안정적인 속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해당 연구는 주장하고 있다. 실험 연구를 통해 입증된 결과에 따르면 권력을 지닌 리더라고 하더라도 해당 권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느끼면 부하직원이나 동료를 도구나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고 구성원을 통제하기 위해 자주 사용했던 거짓말의 빈도도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의 선진 기업들이 기업의 구조를 조금 더 유연하게 운영하고 개방성을 조직 문화에 정착시키는 이유는 이런 방식이 리더의 권력에서 비롯된 성폭력 등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수직적인 논리를 강조하는 사회일수록 미투 현상은 끊임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자유로운 반론과 논의가 가능한 개방적인 조직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숨죽인 피해자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수십 년 진행된 경영학 연구의 처방은 간단하다.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규제, 투명한 정보 공유만이 미투 현상 같은 리더의 폭력적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 기업,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좀 더 수평적이고 유연하게 변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 권상집 교수는… 한국경영학회 인사조직 편집위원이자 한국지식경영학회 경영혁신 편집위원이다. 2017년 세계 최우수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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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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