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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한국 사회 뒤흔드는 미투 운동 - 법여성학]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의 힘’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공적 공간의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계기…각계 권력의 부조리 시정하는 단초

2018년 한국의 주요한 사회적 흐름으로 기록될 ‘미투 운동’의 시작은 검찰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조직 내 이른바 ‘잘 나가는’ 남성 상사의 성추행 피해 이후 피해자에게 가해진 압력과 불이익, 해결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대한 무시 끝에 피해자는 자신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사회적 고발의 방식을 선택했으며, 언론은 이를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의 첫 시작이라고 명명했다.

미투 운동은 미국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희롱 공론화 이후 2017년 10월 16일부터 SNS를 통해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MeToo)이다. 그러나 ‘Me Too’라는 표현은 2006년 미국 사회운동가인 타라나 버크(Tarana Burke)가 성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성폭력 경험에 대한 사회적 공유와 공감의 경험이 중요함을 이야기한 데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서 급격히 확산된 미투 운동은 피해자들의 치유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치유, 다시 말해 사회 정의의 회복을 위한 사회적 공유와 공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서지현 검사의 첫 번째 미투 이후 문화예술계·정치계·종교계·학계 등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산된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조직 내에서 문제 제기 또는 해결할 수 없었던 피해에 집중됐다. 이른바 ‘권력형’ 성폭력은 조직 내의 권력자가 ‘권력’을 수단으로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권력’에 동조하고 방관하는 주변인들과 ‘권력’에 저항할 경우 예상되는 막대한 불이익으로 성폭력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내포한 개념이다. 2018년 미투 운동은 침묵을 깨고 성폭력 피해를 말해 ‘권력’에 저항함으로써 부정의한 사회를 바꾸어낼 수 있는 시초가 됐다.

2018년 한국 미투 운동의 거대한 흐름이 가능했던 힘은 전에도 존재했고 지속된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에 있다. 2017년 10월 17일 트위터에서 ‘#오타쿠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시작으로 문단·출판계·영화계·운동권·예술학교·미술계 등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발하는 ‘해시태그 성폭력 말하기’가 활발하게 전개됐다. 2016년에는 데이트 폭력 등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젠더 폭력 피해의 공론화가 페이스북이나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1999년 성희롱 법제화를 이끌어낸 시작은 서울대 광장에 붙었던 피해자의 피해사실 고발 자보였다. 2000년대 한국 사회의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 역사는 성폭력 피해사실의 공유가 개인의 사적 관계와 지지의 공간을 넘어서 사회의 공론장으로 이동한 변화의 궤적을 그려왔다.

2018년 미투 운동은 개인의 문제 내지 사적 영역의 문제로 여겨져왔던 성폭력 사건이 공적 공간에서 가부장적인 권력에 의해 여성 전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문제임을 각인시키는 국면이다. 현재 폭발적인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한국 사회 내에 공고히 구축되어온 ‘더럽혀진 정조에 대한 낙인’과 ‘성폭력 피해자의 수치심’ 관념을 넘어 성폭력을 권력의 부정의한 작동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런 변화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가 시민 주체로서 여성들의 발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의 시민 됨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이에 따라 수많은 여성이 여성도 어엿한 시민이며 이와 관련된 권리를 온전히 부여받기 위해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평등사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해왔다. 여성들의 이런 말하기는 이제 2016년 강남역 10번출구, 2017년 촛불현장에서의 성평등 요구를 지나 2018년 미투 운동에 도달했다.

※ 장임다혜 박사는… 법여성학 박사로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이자 한국여성학회 재무위원장이다. 여성의 관점에서 법을 분석·비판·재구성하고자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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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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