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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무역전쟁의 끝은 어디인가?- 경제학] 총리 지휘 통상협상처 만들어 대응할 만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다양한 국가적 현안과 통상 문제 연계 … 특정 부서만으로 대처 어려워

※ 정인교 부총장은...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다. 국회 입법지원위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올해 들어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유럽·중국·브라질 등 다수 국가가 무역보복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지난 1월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적용해 각각 50%와 20%의 높은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3월에는 안보통상규정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빼들어 철강 수출국에게 일괄적으로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내 국방 분야 철강 수요의 20배 정도를 국내에서 생산하면서 안보를 이유로 제조업의 중간재인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관세 부과를 강행한 것은 어떤 분야든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재하겠다는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동맹국의 반발을 고려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알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관세 실행 직전 우리나라도 유럽연합(EU)·호주·브라질·아르헨티나 등과 더불어 부과 대상에서 일시 제외됐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이 수용할 만한 보상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중 통상마찰시 미국 편을 들고 중국식 통상질서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등 5가지 요건의 준수를 약속하면 철강 규제에서 면제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무역질서는 미국이 주도해서 만든 ‘룰’에 따른 무역 관행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1948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 하에서 8차례의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주도했고, 1995년에는 GATT를 세계무역기구(WTO)로 확대·발전시키는 데 미국의 역할이 지대했다. GATT는 1930년대 대공황의 세계 경제 교란과 2차 세계대전의 인적·물적 피해의 참상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만든 인류 최초의 국제통상기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 체제는 물론이고 미국이 이미 이행한 무역협정을 무시하거나 폐기하겠다는 언사를 빈번하게 사용해왔고, 자국이 주도해서 만든 국제통상 ‘룰’보다는 ‘힘(파워)’에 따른 자국 중심의 통상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32조를 근거한 철강과 알루미늄 무역 제재다. 유럽과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무역보복을 공론화시킨 바 있다. 3월 20일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무역전쟁은 두렵지 않다”고 언급했다. G20 회의는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대미 무역보복시 또 다른 무역 규제로 대응할 것이란 점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보호무역주의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2년 후에는 집권 2기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통상정책 구도가 앞으로 수년 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래리 커들로 백악관 경제수석(NEC), 로스 상무장관,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 등 대중국 강경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미·중 통상관계는 더욱더 악화될 것이다. 이미 중국에 대해 600억 달러에 달하는 지적재산권 침해 무역 규제를 발표했다. 미·중 통상 마찰로 우리나라 역시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 통상정책은 다차원의 복잡한 함수를 풀어야 하는데, 마땅한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부활된 통상교섭본부가 인력난과 전문성 부족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고, 미국은 철강 관세폭탄을 이들 협상과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통상정책이 여러 국가적 현안과 연관돼 있는 것이다. 특정 부서만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풀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지켜봤듯이 산업-통산 연계효과가 약하고, 다른 부처에 산재된 통상 이슈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민감한 통상정책을 대통령 직속으로 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무총리 아래 통상협상처로 만들어 범국가적 차원에서 통상 현안을 해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1428호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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