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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추론’ 능력 넘보는 인공지능] 사고하고 유추하고 예측까지 

 

이승훈 L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데이터 속에서 빠르게 답 찾아…금융·제조 등 산업에도 적용

▎사진:© gettyimagesbank
추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판단을 근거로 다른 판단을 이끌어 냄’이다. 그리고 이는 오랫동안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졌다. 인공지능이 많은 정보를 단순히 조합해 검색하고 추천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주어진 정보로 새로운 명제를 도출하는 과정을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습 알고리즘 발달로 문맥까지 읽어내

우선 추론을 하려면 텍스트나 이미지로 주어지는 정보를 인식해 이해해야 한다. 또 같은 정보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문맥적 관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딥러닝 기술, 그중에서도 학습 알고리즘의 발달로 인공지능은 또 한번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인공지능 분야의 혁신 스타트업 중 하나인 메타마인드(MetaMind)는 추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구현한 논문을 발표했다. ‘무엇이든 물어봐(Ask me Anything)’라는 논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스타트업의 인공지능은 텍스트로 제공된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고 조합해 추론 유형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

논문에서는 우유의 위치를 찾는 사례가 예시로 등장한다. 한 집에 5명의 사람이 있고, 각 사람은 각자의 동선으로 이동하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인지한다. 이 중 A라는 사람이 부엌에 있는 우유를 들고 거실로 이동하는 정보도 있다. 이때 인공지능에게 우유의 위치를 물으면 답은 ‘거실’로 나올 것이다. A라는 사람이 우유를 들고 거실로 갔기 때문이다.

사람의 관점에서는 매우 단순한 문제로 보이지만 그동안 기계에게는 이를 추론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텍스트로 주어진 수많은 정보 중 질문과 연관성이 있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인지하고 문맥적 관계까지 유추해야 해서다.

과거에도 이 정도의 인공지능은 가능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과거의 추론 기능 수행 과정에서는 훨씬 더 많은 인간의 개입이 있었다. 구글의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애플의 ‘울프럼 알파(Wolfram Alpha)’, IBM의 ‘Deep Q&A’ 등 거대 IT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추론이 가능하게 한 지능형 서비스가 그 예다.

이들 시스템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질문과 연관성이 있는 정보를 분석하고 조합해서 답을 준다. 데이터상에 질문에 대한 직접적 답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부분 정보를 조합해 답을 찾는다는 점에서 ‘추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인간의 많은 관여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데이터가 구조화된 형태로 저장돼야 하며, 각 데이터 간의 관계를 전문가가 사전에 정교하게 정의해야 한다. 따라서 복잡한 수준의 문제나 미리 정의되지 않은 문제의 유형은 답을 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다르다. 최근 딥러닝 기반의 추론은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이 스스로 정보의 문맥적 의미를 이해해 추론해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데는 크게 세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로 최근의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통해 과거보다 언어 자체를 더 잘 인지하고 이해한다. 특히 더 이상 개발 단어의 단위가 아닌 구문의 단위로 함축된 의미까지도 분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둘째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꼽을 수 있다. 긴 문장이나 여러 문단으로 구성된 텍스트를 처리하면서도 답을 찾기 위해 중요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집중하거나 기억해 추론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추론 과정을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풍부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나 페이스북 등 IT 기업과 스탠퍼드대학 같은 연구기관이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말우바(Maluuba)는 CNN 뉴스를 활용한 추론 형태의 Q&A 데이터 세트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다양한 형태의 추론형 Q&A 데이터 세트를 공개했다. 단순한 연역법과 귀납법부터 경로와 위치 추론까지 가능한 여러 난이도의 데이터로 구성돼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가 공개한 추론형 데이터도 주목할 만하다. 이 대학은 데이터 세트를 공개하면서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의 성능을 경쟁할 수 있는 경진대회도 운영한다. 다양한 연구단체가 참가하고 실시간으로 순위를 집계하면서 스탠퍼드 대학의 인공지능 추론 능력도 점점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는 지난해 6월 ‘관계 네트워크(Relational Network)’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관계형 추론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구현한 논문으로 인공지능 학계에서는 2017년의 가장 혁신적 논문 중 하나로 꼽힌다. 인공지능이 영상이나 이미지, 텍스트 등 인식된 객체에 대해 서로 간의 상대적인 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곧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추론을 할 수 있음을 뜻한다. 관계형 추론이 어려운 것은 인공지능이 개별적인 정보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각 정보 사이의 상대적 관계를 파악해 논리적 결론까지 도달해야 해서다.

모양과 크기, 색깔이 다른 4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가정하자. 단순히 나무의 개수를 묻거나, 색깔을 묻는 비관계형 질문에 인공지능은 높은 정확도로 답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이 차가 가장 큰 나무 중 오른쪽에 위치한 나무의 모양은?’과 같은 관계형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인식된 객체 간의 관계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의 인공지능에서 위와 같은 관계형 질문에 대한 정답률은 68.5%에 불과했다. 인간의 정답률인 92.6%를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딥마인드가 발표한 관계형 네트워크 기반의 인공지능은 단 한번에 정답률을 95.5%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최근 딥마인드는 또 다른 논문을 발표해 단순한 관계형 추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예측까지 가능한 인공지능을 제안했다. 사물의 움직이는 패턴을 학습해 다음 움직임까지 추론하는 것이다. 이런 딥마인드의 두 논문은 인간 수준의 추론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등장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방대한 데이터에서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처럼 사물과 정보에 대해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차선 변경하는 자동차 주행 패턴까지 예측

추론 분야의 발전은 향후 다양한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지능형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인공지능을 보자. 기존에는 단순히 차간의 거리나 속도, 장애물의 위치, 표지판과 신호등 등 비관계형 정보를 기반으로 구현했다. 여기에 관계형 지능을 적용하면 지속적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자동차의 미래 주행 패턴까지 추론하거나 예측해 사고율을 낮출 수 있다. 이런 관계형 지능은 앞으로 인간과 같은 추론 역량을 기반으로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이나 금융, 보안 등 산업 전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본 콘텐트는 LG CNS 블로그와 제휴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과 더 많은 IT 관련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블로그(blog.lgcns.com)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1436호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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