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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투자학] 워런 버핏 “주식, 10년 보유할 생각없다면 버려라” 

 

서명수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
장기 투자와 ‘토끼와 거북이’...원금 손실 위험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

산토끼가 길을 가다가 거북이와 만나게 됐다. 깡충깡총 빠르게 뛰어가던 산토끼는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이를 보고 느림보라고 놀렸다. 그러자 거북이가 산토끼에게 말했다. “토끼야, 그렇게 걸음이 빠르다고 자랑하지 마. 누가 더 빠른지는 경주를 해 보아야 하는 거란다.” 산토끼는 그 말에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좋다”고 대답했다. 마침내 달리기 경주하는 날이 됐다. 거북이와 산토끼는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 산토끼는 당연히 자기가 더 빠르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깡충깡충 뛰어갔다. 산토끼는 목표 지점의 절반까지 달려가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거북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잠시 쉬어가기로 했으나 그만 잠이 깊이 들고 말았다. 그러나 자기 걸음이 느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북이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기어갔다. 얼마후 잠에서 깨어난 산토끼는 깜짝 놀라 거북이가 어디까지 갔는지 찾아보았다. 거북이는 이미 거의 산등성이에 도착한 상태였다. 거북이가 경주에서 산토끼를 이긴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주식을) 10년 간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말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유명한 거북이와 산토끼의 우화다. 능력과 재주가 시원치 않아도 인내와 끈기로 버티면 결국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짓는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증시에선 토끼와 거북이 우화와 같은 투자 게임이 벌어졌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와 헤지펀드인 프로티즈 파트너스 창립자 테드 세이즈 사이에 누가 10년 후 투자수익률이 나은지 승자를 가리는 게임이었다. 각각 판돈 32만 달러를 걸고 승자가 지정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으로 버핏은 인덱스 펀드를, 세이즈는 5개의 헤지펀드를 골랐다. 인덱스 펀드는 힘들게 개별종목을 분석하지 않고, 종합지수에 포함된 종목 전체를 시가총액에 비례해 그냥 사버린다. 이 펀드의 핵심은 확실하게 시장 평균 만큼의 수익률을 얻는 데 있다. 이와 달리 헤지펀드는 막대한 비용과 우수한 인력을 투입해 시장보다 우수한 성과를 낼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면서 단기 매매를 위주로 한다. 이 세기의 대결은 발표되자마자 격한 논쟁을 불렀다. 화려한 개인기의 헤지펀드가 인덱스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초기엔 헤지펀드가 앞서나갔다. 내기가 시작된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증시가 죽을 쑨 해였다. 1년 동안 수익률이 버핏은 마이너스 37%, 세이즈 마이너스 24%로 세이즈의 손실폭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버핏은 여유 만만했다. “거북이가 토끼를 따라 잡는다는 이솝의 생각이 옳았기만 바란다.” 버핏의 인덱스 펀드는 그 후 몇 년 동안 꾸준히 좋은 실적을 보이며, 내기 5년 차에 접어들자 드디어 프로티즈를 따라 잡기 시작했다. 결국 2017년 12월 말까지 인덱스 펀드는 연평균 7.1%의 수익률을 올렸다. 세이즈의 헤지펀드는 연평균 2.2%였다. 올 초 세이즈는 자기가 졌음을 공식 시인해 10년 간의 세기의 투자 게임은 버핏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내기에서 버핏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보나 자금력에서 프로에게 뒤질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투자방법은 저비용 인덱스 펀드에 꾸준히 장기간 투자하라는 것. 사실 버핏은 대표적인 장기 투자 신봉자다. 그가 권하는 주식 보유 기간은 10년 이상이다. 그는 “10년 간 보유 할 생각이 없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말했다. 버핏은 “언제 얼마에 팔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회사의 내재 가치가 만족스러운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 주식을 영원히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배우자를 찾는 자세로 살 만한 주식을 찾아본 후 한번 매수하면 죽음이 갈라놓을 때가지 보유한다”고도 했다.

요즘 주식투자 기대수익률 9%

요즘 강남 아파트가 크게 올라 배 아파하는 사람이 많지만 따지고 보면 주식 수익률에 비하면 저리 가라다. 한번 따져보자. 아파트 수익률은 월세로 평가한다. 서울 서초동의 84㎡형 아파트는 13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의 월세는 보증금 3억원에 180만원이다. 아파트 주인의 연간 수입은 2160만원(180만원x12)과 3억원에 대한 은행이자 360만원(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2% 기준)을 합한 금액인 2520만원(세전)이다. 13억원의 아파트에서 연 2520만원의 임대수입이 생기니까 수익률은 2%가 채 안 된다. 겨우 은행금리를 보전하는 수준이다.

주식투자 기대수익률은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로 환산할 수 있다. PER는 주당 순이익을 주가로 나눈 것이다. 따라서 PER의 역수는 매년 얼마의 이익을 내는 기업을 얼마를 투자해 산다는 뜻이 된다. PER가 10이면 1의 이익을 내는 기업을 10을 주고 사는 것이니 기대수익률은 10%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국내 증시의 PER은 11배다. 주식투자 기대수익률은 9%다. 수익률로만 따지면 주식은 다른 어떤 자산보다 매력적이다. 장기적인 자산운용에서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건 그래서다.

그러나 주식은 원금 손실이란 치명적 약점이 있다.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진다. 주식시장이 생긴 이래 투자자들은 이 위험이란 괴물과 싸우며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투박하다. 시간은 세상의 어떤 어려운 문제도 쉽게 푸는 마법을 지녔다. 위험이라는 것도 시간 앞에선 그 맹렬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게 돼 있다. 한마디로 위험의 천적은 시간이다. 장기 투자를 하면 위험이 흐물흐물해지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전략가인 미국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걸 교수는 2015년 출간한 저서 [주식에 장기투자하라]에서 “보유 기간이 1년이나 2년이면 주식이 장기 국채나 단기 국채보다 확실히 더 위험하다. 그러나 보유 기간이 5년이면 주식의 실질 수익률은 채권보다 약간 더 낮은 정도였다. 그리고 보유기간이 10년이면 주식이 채권보다 최저 수익률도 더 높았다. 보유 기간이 20년이면 주식은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역 동안 주식 사모아 노후자금 마련

주식을 잘 모르는 한 지인의 이야기다. 얼마 전 정년 퇴직한 그는 노후가 별로 걱정 안 된다고 했다. 그동안 꾸준히 사모은 주식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입사하면서부터 회사에서 종업원 사기 진작을 위해 급여와는 별개로 매달 넣어주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기 시작했다. 명절 떡값이나 실적 보너스도 그렇게 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쌓이면 없는 셈치고 주식을 샀다. 당시 인기가 있다면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샀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증권주, 2000년대 초반엔 IT주 이런 식이었다. 한번 사놓은 주식은 팔지 않고 끝까지 보유했다. 자주 주가를 확인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를 28년. 보유 종목마다 부침을 심하게 겪었다. 어떤 종목은 부도를 맞아 휴지조각이 됐는가 하면 어떤 주식은 수백 배의 수익을 남겼다. 퇴직하면서 따져보니 전체적으로 투입 원금의 10배 가까운 수익을 남겼다. 그는 “오래 묻어둘 주식을 여러 개 골라 산 다음 퇴직할 때 결산해 보는 것도 직장생활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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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2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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