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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바이오株 반등할 수 있을까?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빼고 대부분 급락 ... 기대심리만으로 회복 어려워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7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발표한 후 질문을 받고 있다. 회계부정 논란에도 삼성바오이로직스 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바이오 업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주가가 단기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종목별로는 다르게 움직였다. 핵심 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 반면, 내용이 그보다 못한 회사는 크게 하락했다. 신라젠이 대표적이다. 5월초에 기록했던 저점을 뚫고 내려갔다. 연초 바이오 주가의 상승을 이끌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중소형 바이오 기업 중에는 주가가 연중 최고치 대비 50% 넘게 떨어진 종목까지 나왔다.

바이오 주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눠진다. 하나는 단기 하락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바이오 업종에 악재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월 셀트리온 이후 많은 바이오 회사가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과대 처리한 게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회사인 네이처셀의 대표이사가 구속됐다. 주가 하락은 이런 악재 때문인데 악재의 영향이 오래가기 힘든 만큼 주가 하락도 단기에 그칠 거라 보는 것이다. 여전히 바이오의 미래를 밝게 보는 시각이다.

이익 늘어난다는 신호 보여줘야

다른 하나는 바이오가 이미 약세로 돌아섰다는 시각이다. 이 생각은 연초 바이오의 상승이 정상이 아니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당시 바이오는 연매출이 100억원도 되지 않고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이 태반이었음에도 주가가 상승했다. 신약 개발이란 재료에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가 움직임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중소형주 상승이 막바지에 도달해 성장성을 과다하게 반영할 때 주로 나타났다. 기업 내용보다 미래 성장성이 주가를 좌우하기 때문인데, 연초 상승이 그런 형태였다는 거다.

바이오가 추가 상승하려면 빠른 시간 내에 이익이 늘어나는 걸 보여줘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닌 게 지금은 언제쯤 이익이 날 수 있을지 가늠조차 힘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기대로 버텼지만 이제는 그 영향력마저 약해져 주가를 유지하는 게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바이오 주식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속출했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초 주가가 급등할 때는 물론 2, 3월 조정기 때 그리고 부정적 재료가 나올 때마다 하락 가능성이 대두됐다. 그동안은 이런 약세 요인에도 주가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연초에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고점을 친 후 급락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상당수 주식이 고점 부근에서, 그보다 못한 경우는 고점에서 20~30% 내려온 후 횡보하는 형태였다. 지지선 구축에 성공한 건데 주가 급등 과정에서 형성된 기대심리의 역할이 컸다.

주가가 기대에 의해 움직일 때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처음에는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하더라도 해당 주식은 잘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는 건 시장이 추세 하락을 의심할 정도까지 내려온 후이다. 종목도 버티지 못하고 빠르게 하락한다. 종목의 가격이 급등할 때에는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커지기 때문에 종합지수가 하락하더라도 버텨내지만 기대심리가 무너진 후에는 그동안 떨어지지 않은 것까지 합쳐져 오히려 하락이 커진다.

이번 바이오 주가 하락도 기대심리가 무너진 게 원인이다. 당장 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는 상태에서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하자 심리도 얼어붙고 말았다. 바이오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방법이 없다. 실제로 이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당장 가능한 일이 아니다. 주가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난 몇 주 주가 하락이 그런 형국이었다.

바이오 주식의 성장성은 믿을 만한 걸까? 우리 제약사는 그동안 29개의 신약을 개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신약을 개발 후 1, 2, 3년 간 이익 흐름을 보면 전년에 비해 각각 35억4000만원, 41억2000만원, -12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2년 차까지는 이익이 늘어나지만 3년차부터 효과가 빠르게 사라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규모도 문제다. 신약 개발에 따라 이익이 늘어나는 규모가 인상적이지 않았다. 1998년 이전부터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30개 제약사의 영업이익이 연평균 34억원씩 늘어난 걸 감안하면 신약 개발의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개발되는 모든 신약이 아스피린이 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사 실적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재무제표를 획기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기술 수출도 처지가 비슷하다. 2016년 12월에 5250억원의 기술 수출에 성공한 동아에스티의 경우 주가 상승률이 41%에 지나지 않았다. 그마저도 발표가 난 이후 주가가 하락해 짧은 시간에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기술 계약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희귀성이 줄어들고, 맺었던 기술 수출 계약 중 일부가 해지되면서 기술 수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엄격해진 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약해진 원인이었다.

연초 주가 상승이 정당화되려면 시장에서 얘기되고 있는 신약이나 기술 수출이 이미 시행됐던 것과 근본적 차이가 있어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그림이 나온다는 전망이 서야 한다. 아직 바이오 회사들이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와 달리 주가는 이런 기대를 모두 반영해 올랐다. 더 이상 기대만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주식시장이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주가가 일정 수준 밑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300선 밑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하락이 빨라지지는 않았다. 당분간 종합주가지수가 2250~2300선을 바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원화 환율이 올라갔다. 한때 1140원에 육박할 정도다. 이제 더 이상은 원화가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원화를 포함한 비달러화가 단기에 빠르게 절하되자 미국 행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위안화에 대해 불만이 컸는데 그 영향으로 원화 역시 추가 절하가 어려워졌다. 속도도 문제다. 원화가 단기에 너무 빨리 올랐다. 국내 경제가 좋지 않고, 환율에 영향을 많이 주는 금리가 미국보다 낮긴 하지만 이미 원화의 수준이 추가 절하가 쉽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증시 수급은 소강상태 보일 듯

환율 영향 때문인지 상반기 내내 매도로 일관하던 외국인이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 매수를 좌우하는 선진국 시장, 특히 미국 시장이 양호한 상태인 걸 감안하면 현재의 매매 형태가 좀 더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문제는 영향력인데 하락을 막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상태여서 우리 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수급 부분도 소강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이 정체 상태에 빠지면서 투자 종목의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지는 형태가 될 텐데 은행과 IT의 부상이 예상된다. 다수의 은행이 2분기에 최고 실적을 거뒀다. 그동안 주가가 떨어진 걸 감안하면 주가 수준이 부담되지 않는다. IT도 비슷하다. 2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는 못했지만 주가는 그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이제는 일정 수준까지 반등할 수 있는 때가 됐다.

1445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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