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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인프라펀드 보수 논쟁 어디로] “주주 분배금 늘려야” vs “운용·성과보수 적당해”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펀드 운용사 맥쿼리인프라 vs 주주 플랫폼파트너스의 치열한 논리 다툼

▎사진:© gettyimagesbank
증시 상장 이래 연 9.4%(누적 202.9%)의 주주 수익률(현금 분배금과 시가총액 증가 반영)을 기록한 회사 경영진을 보수를 많이 가져간다는 이유로 주주들이 몰아낼 수 있을까?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평균 수익률은 연 6.3%(누적 111.7%), 유사 업종군(群) 평균은 연 -2.9%~3.8%로 나타났다면?

한국판 주주행동주의?


상장펀드의 한 기관투자자 주주가 펀드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기업으로 치자면 경영진에 대한 공격이다. 이 주주는 과다하게 챙겨가고 있는 보수를 줄이라고 요구한다. 보수를 조정하면 주주 분배금도 늘고 주가도 많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운용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기 투자 성격의 헤지펀드가 갑자기 나타나 사실을 왜곡·선동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나 유사 업종을 크게 웃도는 주주 수익률과 분배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보수 수준이 다른 펀드와 비교해 높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이 사건이 시장과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내 최초로 펀드 주주와 운용사 간 싸움이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분 4.99%를 보유한 헤지펀드는 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운용사를 교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는 9월 중에는 주총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둘째, 공격하는 곳이 토종 헤지펀드, 공격받은 곳이 외국계 자산운용사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은 그 반대다. 엘리엇 같은 외국계 헤지펀드가 토종 기업에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배당 확대, 자기 주식(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는 모습이 낯익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꾸로다. 그래서인지 포문을 연헤지펀드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국판 주주행동주의’ 또는 ‘한국의 엘리엇’이라고까지 부른다.

맞대결이 예상되는 두 당사자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 이하 맥쿼리인프라)와 이 회사의 주주인 플랫폼파트너스(이하 플랫폼)이다. 2006년 증시에 상장한 맥쿼리인프라(2018년 7월 19일 기준 시가총액 3조1200억원)의 주주 가운데 70%가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국내 기관 47.7%, 해외 기관 22.3%)다. 일반개인주주는 30% 비중이다. 맥쿼리그룹도 3.6% 정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도로·다리(대교)·터널·항만 등 인프라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회사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간자본 도로인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관리 운영하는 ㈜신공항하이웨이 지분을 24% 보유하고 있다. 신공항하이웨이로부터 받는 주주 배당금이 맥쿼리인프라의 주요 수익이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수익도 일부 있다. 신공항하이웨이가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할 수 있는 근원 수익은 도로 통행료와 휴게소 운영에서 발생한다. 맥쿼리인프라의 투자자산 중에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인천대교, 부산신항만 등 지분율 100% 미만인 곳도 있고, 백양터널이나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처럼 100%에 이르는 곳도 있다. 맥쿼리인프라가 지분(주식) 투자와 대출 등으로 투자한 자산은 모두 12곳(터널을 포함한 도로 11곳, 항만 1곳)이다.

맥쿼리인프라가 이 같은 자산들에 대한 관리운용을 맡긴 곳이 맥쿼리자산운용(이하 맥쿼리운용)이다. 투자대상 인프라 발굴과 투자구조 설계, 시공관리, 운영사(투자대상법인) 재무 관리, 운영과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리스크 등에 대한 전반적 업무를 맥쿼리운용이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맥쿼리운용은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받는다. 맥쿼리인프라 같은 투자회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법인이사와 감독이사를 두어야 하는데, 법인이사를 맡고 있는 곳이 바로 맥쿼리운용이다. 사실상 대표이사격이다. 따라서 주총에서 맥쿼리운용 교체를 시도한다는 것은 경영진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보수 문제제기 위해 지분 매입?


헤지펀드 운용사인 플랫폼이 맥쿼리인프라 지분 4.99%를 확보한 것은 불과 두어달 전 무렵으로 알려졌다. 장기 투자를 하던 중 보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주주행동에 나선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보수 문제제기를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한 셈이다. 플랫폼은 운용 헤지펀드 2곳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 후 6월에 전격적으로 맥쿼리 측에 보수문제를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리고 관련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 매체에 뿌렸다. 플랫폼의 요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맥쿼리운용에 지급하는 운용보수를 낮추고 성과보수를 없애 주주 분배금을 늘리면 주가도 올라 주주 수익률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플랫폼의 주장은 맥쿼리인프라가 창출하는 현금흐름이 맥쿼리운용의 적극적인 경영활동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맥쿼리가 관리하는 인프라 자산은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원리금을 상환받는 채권과 유사하기 때문에 보수 수준이 높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맥쿼리운용에 지급되는 보수는 크게 두 가지다. 순투자가치(맥쿼리인프라 시가총액+순차입금)에 일정비율을 적용한 운용보수가 있다. 매 분기 기준수익(연 8%)을 초과하는 금액의 20%를 지급하는 것이 성과보수다. 성과보수는 과거 10년 동안 세 차례 밖에 지급되지 않았다. 플랫폼 측은 “운용사 역량과 무관하게 단기 주가 변화에 따라 성과보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발생한 성과보수는 장기 투자 주주의 분배금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2015년~2016년 발생한 성과보수가 주가의 추가 상승을 저해하는 천장(Price Ceiling)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이 주총에서 맞장을 뜰 수도 있다는 식의 도전장을 던지자, 맥쿼리 측은 일단 과격한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실관계를 왜곡한 자료를 언론 매체에 제공하고 있다”며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맥쿼리 측은 “플랫폼이 우리를 소극적인 패시브형(passive) 펀드로 규정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산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기대어 보수나 챙겨가는 집단인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현재 운용 중인 12개 투자자산에 대한 투자구조의 수립에서부터 완공에 이르는 복잡다단한 과정을 차치하고라도, 운영 이후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와의 마찰과 재협상, 소송의 진행과 대응, 정부가 요구하는 공공성에 부합하면서도 주주이익을 지키는 사업 재구조화 방안 마련과 실행 등에 대한 노력과 노하우를 플랫폼 측이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예컨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나 용인-서울 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광주제2순환도로 2단계, 서울-춘천고속도로, 마창대교, 인천대교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요구에 맞춰 요금을 인하하거나 MRG(최소운영수입보전)를 폐지하면서도 주주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사업재구조화(채권 유동화, 자금 재조달, 유상감자, 통행료 및 정부 보조금 구조 변경)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 노하우가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분쟁 해소를 위한 소송이나 ICC(국제사업회의소) 중재 요청, 추가 투자를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국내 최초의 펀드 유상증자, 0% 할인율 적용)와 회사채 발행 등의 자본관리 활동도 병행됐다. 그 결과물이 상장 이후 2조5000억원의 총주주가치(현금 분배금+시가총액 증가분, 유상 증자로 인한 증가 효과는 제외) 창출과 국내 시장 코스피 및 유사 업종 대비 우수한 주주 수익률과 분배 수익률로 나타났다는 것이 맥쿼리운용 측의 설명이다. 맥쿼리 측은 “12개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1개라도 망가졌다면 모르겠으나 모두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준의 주주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과도한 운용수익을 주장하며 운용사 교체까지 요구하는 데는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서로 맞서면서도 타협 여지는 남겨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한 인천대교.
일각에서는 주총 전 맥쿼리와 플랫폼 간 타협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둘러싼 플랫폼과 맥쿼리 측의 입장에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서로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플랫폼은 맥쿼리의 현재 보수는 상장 인프라펀드 태동기 단기 주식형 헤지펀드 보수구조를 차용한 것으로, 운용보수 때문에 운용사와 투자자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2014년 이후 자산수익이 급증했는데도 금리 하락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지급보수 금액이 급증하는 바람에 주주 분배금이 감소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가총액에 연동한 보수구조가 주가 흐름의 상한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플랫폼은 분석하고 있다. 회사채(무보증 5년 AA 등급) 가격과 맥쿼리 인프라 5년 간 주가 흐름이 거의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들어, 주가가 운용사 역량보다 시중금리에 좌우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9월 주총 표대결 가능성

맥쿼리는 이 같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맥쿼리 분석에 따르면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모든 액티브형 공모펀드 평균 총보수 및 비용(기본보수+판매 수수료)은 1.63%(순투자가치 대비), 과거 3년 평균 연환산 투자수익률은 3.72%다. 이에 비해 맥쿼리는 기본보수 및 성과보수를0 더해 1.49%, 과거 3년 평균 연환산 투자수익률은 10.03%라고 밝혔다. 맥쿼리 보수는 글로벌 인프라펀드 및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 대비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이면서 투자수익률은 더 높다는 주장이다. 맥쿼리 관계자는 “아무리 금리가 하락해도 총주주수익률을 방어하지 못하면 주가는 오를 수 없다”며 “맥쿼리 운용보수는 시가총액(주가)에 비례하고 성과보수는 총주주수익률이 연간 8%를 초과할 때만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과보수를 없애는 등 보수체계를 조정하면 현 주가 대비 43%의 추가 여력이 있다는 플랫폼의 분석에 대해, 기준수익률을 초과하는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성과보수가 주가 상한으로 작용한다는 가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박한 것이다.

이처럼 양쪽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오는 9월 주총 표 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맥쿼리 측은 성과를 잘 내고 있는 경영진에 대해 기관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표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플랫폼과의 대화 창구는 열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플랫폼 측은 자신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주주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타협의 여지를 열어두는 분위기다. 플랫폼 정재훈 대표는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맥쿼리 측의 아름다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수준의 수수료 인하를 희망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맥쿼리 측은 “이른바 ’한국적 현실’속에서 인프라자산을 운용하며 각종 어려움을 극복해왔고, 앞으로 예상되는 난관도 많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보수구조가 다 공개돼 있고, 3년, 5년 장기 투자자들도 성과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시브 펀드’ 운운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한다.

한편, 증권 업계에서는 “운용사 교체가 주주이익 증대로 이어질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이 대체 운용사로 내세우고 있는 국내 운용사(코람코자산운용)가 정부나 지자체, 언론 매체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맥쿼리인프라의 수익성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한 코람코 측의 입장은 간단하다. 운용보수를 현재 맥쿼리의 8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성과보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용사 교체가 투자자산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의 기관 주주들과 개인 주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운용사 교체 가능성이 필요하다거나 그럴 확률을 높게 본다면 맥쿼리인프라의 주가는 상승해야 할텐데, 아직은 답보상태다.

1444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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