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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아끼던 후배의 배신 갈등 극복] 의도·감정·동기부터 살펴라 

 

후박사 이후경
배신감 삭히고 상배의 마음 점검…친밀하고 두터운 관계에서 배신 생기게 마련

▎사진:© gettyimagesbank
그녀는 대학 후배인 그를 많이 아꼈다. 그는 물론 자녀의 생일과 졸업까지 챙기는 등 신경을 써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고작이지만, 성실하고 능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동료들은 그녀 생각만큼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무뚝뚝하고 대쪽 같은 성격 때문에 평가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거라 두둔했고, 그녀 때문에 그의 평판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회사는 매년 1명을 선발해 1년 간 외국 연수를 보낸다. 열심히 일한 직원에 대한 보상프로그램이다. 인사팀장인 그녀는 절차를 진행했다. 후배를 포함해 8명이 지원했다. 규정대로 인사 위원회를 거쳐 2명을 선발했고, 사장이 그중 1명을 낙점했다. 후배는 3위에 그쳤다. 결과 공표 전 사내에는 이미 내정자가 있다는 헛소문이 돌았다. 하필 소문대로 결정이 되자, 후배는 선발 절차의 불공정성을 주장했다. 인사위원회 과정에 사장의 의사가 개입됐다는 것이다. 근무성적 1위였던 그는 자신의 선발을 확신했던 듯하다. 그녀에게 여러 차례 항의전화를 하고, 인사위원들을 찾아다니며 개입의 증거를 채집하는 등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한다. 근무성적이 다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다.

외국 연구 선발에서 낙방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문제가 제기되면 가장 난감해지는 사람이 바로 그녀 아닌가. 그걸 알면서도 어떻게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할 수 있는지. 지난 10년 간 정말 잘해주고 마음으로 아꼈던 후배였는데, 지금 그의 모습은 언제 우리가 알던 사이었냐는 듯하다. 배신감에 잠도 오지 않는다.

배신은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믿고 의지하는 관계를 끊는 것이다. 배신은 이별과 다르다. 이별은 추억이 그대로 남지만, 배신은 핑크빛 기억조차 흉하게 덧칠한다. 불신(不信)의 시대에 배신은 흔하다. 가정에서 치명적인 배신은 외도다. 배신의 양면성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배신은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끊는 것이다. 배신은 독립과 다르다. 독립은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지만, 배신은 속이 텅 빈 채 껍질만 남는다. 불의(不義)의 시대에 배신은 흔하다. 사회에서 치명적인 배신은 반역이다. 배신의 이중성이 있다. “내편에선 변절자, 상대편에선 영웅이다.”

배신은 누가 하는가? 배신은 친밀한 관계에서 생긴다. 친밀한 관계는 인(仁)으로 맺어진 관계다. 배신은 인을 끊는 것이다. 공자는 인을 강조한다. 인(仁)은 측은지심이다. 어여삐 여기고 사랑하는 것이다. 감성적인 사람은 신뢰를 중시한다. ‘좋다, 나쁘다’에 좌우된다. 감정이입을 잘 한다. 스트레스를 수용해 상처로 받아들인다. 감성적인 사람에게 배신은 충격적이다. 큰 상처를 받는다. 치료되지 않으면 우울증으로 간다. 과거가 송두리째 날라 간다. 사랑이 미움으로 변하고, 행복이 불행으로 바뀐다. 삶의 의미가 한꺼번에 무너진다.

배신은 두터운 관계에서 생긴다. 두터운 관계는 의(義)로 맺어진 관계다. 배신은 의를 끊는 것이다. 맹자는 의를 강조한다. 의(義)는 수오지심이다. 나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것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의리(義)를 중시한다. ‘옳다, 그르다’에 익숙하다. 기분전환을 잘 한다. 스트레스를 통제해 상처가 되지 않는다. 이성적인 사람에게 배신은 충격적이다.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결되지 않으면 불안증·공황증으로 간다. 미래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유일함이 사라지고, 특별함이 깨진다. 인생의 가치가 한꺼번에 무너진다.

배신은 왜 하는가? 손해를 안 보려고 배신한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해에 더 크게 반응한다. 손실회피성향이라 한다. 유다는 은 30냥에 예수를 로마인에게 팔았다. 신념이 달라져서 배신한다. 정치인들은 신념을 바꿔 국민을 당황하게 한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가족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했다. 감정이 작용해 배신한다. 사람들은 은혜보다 상처를 더 오래 기억한다. 섭섭함으로 신뢰를 깨고, 두려움으로 의리를 저버린다. 베드로는 두려움 때문에 닭 울기 전에 예수를 세 번 부인했다.

‘충서(忠恕)의 도’가 있다. 충(忠)은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이고, 서(恕)는 마음을 서로 같게 하는 것이다. 충(忠)은 진정성이고, 서(恕)는 배려심이다. 옛날에 한 처녀가 임신을 했다. 아버지가 딸에게 누구 자식인지 다그쳤다. 겁먹은 딸은 동네에서 존경받는 스님이라 했다. 아버지는 스님을 찾아가 아기를 맡기며 책임지라고 했다. 스님은 아기를 받으며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스님은 아기를 위해 젖동냥을 했다. 사람들은 파렴치한 스님을 욕했다. 1년이 지났다. 딸은 죄의식에 시달리다 푸줏간 남자가 애비라고 털어놨다. 놀란 아버지는 스님을 다시 찾아가 사죄했다. 스님이 아기를 돌려주며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기대한 만큼 섭섭하게 마련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배신감을 삭히고, 후배의 마음을 점검해 보자. 첫째, 의도(Intention)를 살피자. 의도는 의식적인 것이다. 어떤 손해를 피하려고 배신을 감수한 것일까? 그는 외국 연수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예견된 선발에서 탈락했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다. 계획의 차질은 그에게 큰 스트레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계획대로 가야 한다. 어떤 이익을 얻으려고 배신을 선택한 것일까? 그는 근무평가에서 1위를 해냈다. 그런데 당연한 보상에서 좌절됐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이다. 부당한 대우는 그에게 큰 스트레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

둘째, 감정(Affection)을 살피자. 배신할 만큼 화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근무성적 1위인데 선발에서 3위로 밀렸다. 다른 평가는 명확하지 않다. 사장의 개입이 의심된다. 그는 원칙적인 사람이다. 절차의 불공정은 그를 화나게 만든다. 어떻게든 개입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 배신할 만큼 섭섭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선발을 확신했다. 인사팀장이 그를 아끼던 선배다. 그런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둘 사이는 친밀한 관계다. 기대한 만큼 섭섭하게 마련이다. 어떻게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셋째, 동기(Motivation)를 살피자. 동기는 무의식적인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배신한 건 아닐까? 그는 무뚝뚝한 성격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거절에 민감한 성격일 수 있다. 그는 공격적인 사람이다. 공격적인 사람은 남 탓에 익숙하다. 그가 아니라, 그녀가 자신을 배신한 것이다. 배신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건 아닐까? 그는 자기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 그녀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이성적인 사람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상처를 잘 받지 않는다. 그는 배신한 기억이 없다.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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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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