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다가오는 스마트시티4.0 시대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미래 스마트시티는 자기조직화 도시라는 개념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스마트시티의 미래 모습과 우리의 대처방안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2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의 혁명이었다. 도로를 닦고, 건물을 짓고, 가스관과 상하수도를 건설했다. 도시는 오프라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번성했다. 도로와 에너지, 상하수도가 연결된 도시는 한 단계 높은 쾌적한 삶을 보장했기 때문에 도시는 메가로폴리스로 성장했다. 그 결과 거대 도시는 수용 한계를 넘은 인구 집중으로 몸살을 앓게 됐다.

3차 산업혁명을 맞아 도시는 새롭게 진화를 시작했다.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숱한 기기와 시스템이 도시를 똑똑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전광판은 도시의 상황을 알려주고, 인터넷은 인간의 삶을 연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인간들은 이동하지 않고도 엄청난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서 게임 업체들은 심시티(Simcity) 등 가상의 도시를 만드는 단계까지 진입했다.

이제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도시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도시 자체가 생명체처럼 자기조직화하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의 도시와 온라인의 도시가 융합해 현실의 도시와 1:1 대응되는 디지털 트윈시티가 만들어지고, 디지털 트윈에서의 예측과 맞춤의 결과로 다시 현실을 최적화시킨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내비게이터다.

과거에는 어느 길이 빠른 길인지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이제는 도시 전체 교통 정보가 내비게이터에 집중되고, 집중된 정보가 구조화돼 다시 스마트폰에 투영되면서 최적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게 됐다. 그 결과 도시는 정체를 줄이고, 시민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게 됐다. 이제 내비게이터의 부분이 전체를 반영하는 홀론(Holon)적 구조 때문에 도시 교통은 자기조직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명 현상의 양대 요소는 홀론(Holon)과 창발성(Emergence)이다. 인체와 세포의 DNA 관계와 같이 생명체는 부분이 전체의 조직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부분과 전체가 융합하는 홀론적 현상이다. 이와 달리 기계는 부분이 전체 정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수정란이 60조의 인체 세포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이를 총괄 지휘하는 외부 역할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만들어 낸다. 바로 창발성이다. 그 결과 부분의 세포에는 없는 인간의 특성이 발현된다.

3차 산업혁명시대 어느 길이 막히는지 아닌지의 단순 정보 제공은 경우에 따라 오히려 도시의 정체를 유발했다. 사람들이 막히지 않는다는 길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이제 내비게이터는 도시의 상황을 공유하고, 막히지 않는 길을 실시간으로 예측해 준다. 더 나아가 모든 운전자에게 동일한 길을 알려주지 않고, 분산 예측을 해주고 있다. 개인들은 전체 정보를 활용해 개별 최적화를 추구하게 된다. 각 개인이 스스로의 시간과 공간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제 부분과 전체가 융합된 홀론구조에서 도시는 생명을 얻는다.

이와 같이 내비게이터가 촉발한 교통혁명은 창발적 진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별다른 통제 없이 부분과 전체가 정보를 공유해 도시교통은 최적화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차량 정보는 도시 전체 정보에 들어간다. 그리고 우리 주머니 속에는 도시 전체의 교통상황이 들어와 있다. 부분이 전체가 되고, 전체가 부분이 된다. 그리고 왕성한 상호작용으로 각 개인은 최적의 길을 찾아 도시 전체 교통이 최적화하고 있다. 그 결과 막대한 도로 인프라 투자 대신 교통신호 체계 스마트화만으로, 차량의 흐름이 원활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최적의 도로 재구축 안을 제시하게 된다.

이제 도시를 인간 삶의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자 한다. 인간의 삶은 근본적으로 시간·공간·인간이라는 3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이동하고, 일을 하고, 놀이를 즐기고, 만남과 학습을 한다. 이 일련의 삶에서 공통되는 부분을 공유하면 개개인의 삶의 비용은 최소화되고 가치는 극대화된다. 도시는 이런 인간 생활의 공통 부분을 플랫폼화하게 될 것이다.

이 플랫폼은 다층구조로 형성돼 있다. 개인의 소비의 플랫폼인 가정과 생산의 플랫폼인 기업과 이들의 생태계인 도시가 있고 더 큰 단위가 국가와 세계다. 자율주행차는 모두가 미래의 교통 수단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기반인 전기차의 친환경은 탄소제로 에너지원인 태양광 혹은 원자력 발전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태양광의 경우는 자동차의 활동 시간과 일치하는 주간 발전의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최적의 대안은 원자력 발전이다. 전기차의 야간충전을 원자력 발전의 기저에너지로 담당하게 되면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동시에 얻게 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도시의 도로망을 자율주행차에 최적화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보험·교통구조 등이 바뀌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자동차 수는 줄지만 자율주행차의 운행 효율은 높아진다. 국가 전체, 세계 전체로 자원의 효율이 증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이런 자율차나 도로의 필요성 자체를 줄이게 된다. 사람들이 왜 이동하는가. 출퇴근, 쇼핑, 치료, 모임 등이 이유일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공간 이동의 필요성을 줄여 준다. 스마트워크는 출퇴근의 절대량을 줄이고, 자유시간 근무제는 출퇴근 시간의 분산을 촉발해서 러시아워의 정체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다. 주3일 근무제, 유연선택근무제는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도시생활에서 줄어드는 것이 교통량이라면, 늘어나는 것은 개인의 여가시간이다. 여가활동에 필요한 이동은 증가할 수 있으나, 여가활동을 커뮤니티 내에서 즐길 수도 있다. 장거리 여행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단거리 이동은 줄어들고 장거리 여행은 늘어날 것이다. 사람들의 만남도 원격 화상회의 등으로 점진적으로 대체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동량 전체는 인구 대비 단거리 이동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5G 이상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가장 중요한 도시 삶의 인프라다. 5G 통신을 넘어서 이제는 초고속 와이파이망을 도시생활의 공공인프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 업계의 반발은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도시 전체의 삶이 될 것이다.

미래의 최대 산업은 공부하고 즐기는 산업이다. 즉, 창조와 협력의 산업이다. 도시생활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도시는 점점 학습과 놀이의 공간인 과거 광장구조가 온·오프 연계(O2O) 플랫폼으로 확산된다. 이런 도시를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시티4.0라고 명명해보자. 스마트시티4.0 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바로 클라우드·데이터다. 편리성과 보안을 보장하는 블록체인과 스텔스(보안)기술이 도시의 양대 보안 기술이다. 클라우드와 데이터, 그리고 새로운 스마트 서비스를 가속화하는 규제 혁파가 스마트시티4.0의 가장 중요한 3대 인프라다.

1445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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