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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인구만큼 많은 중국식 투자 사기 

 

김재현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
中 금융 전문가 유형별 정리…90만 명이 8조5000억원대 손해 보기도

▎사진:일러스트 김회룡
중국에서 가장 자주 듣던 말 중 하나는 ‘숲이 크면 온갖 새가 다 있다’라는 속담이다. 중국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다 보니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도 많지만, 나쁜 사람도 많다. 특히 사기의 종류와 숫자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을 사기꾼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그들도 사기꾼에게 당하는 피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국 금융감독의 수장인 궈슈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재밌는 말을 했다. ‘재테크 상품 수익률이 6%가 넘으면 의문을 가져야 하고 8%가 넘으면 아주 위험하고 10%가 넘으면 투자원금 전액을 손실 처리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중국에서 ‘로우(Low) 혹은 노(No) 리스크, 하이리턴’으로 중국 투자자를 유혹하는 금융회사를 경계하기 위해서 한 말이다. 높은 수익률에는 높은 리스크가 수반(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되는 게 당연하지만,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중국 금융 전문가인 관칭여우 여시금융연구원 원장이 중국식 투자 사기 함정을 총정리한 글을 썼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라 리스크를 통제하는 것이다. 1만 위안(약 170만원)을 1억 위안(약 170억원)으로 만드는 데는 평생이 걸릴 수도 있지만, 1억 위안을 1만 위안으로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도 금융회사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은행은 ‘AA’등급 이상의 회사채에만 투자할 수 있고 보험회사도 1개 종목에 자산의 5% 이상을 투자할 수 없다. 자산운용사도 단일 종목에 펀드금액의 10% 이상을 투자할 수 없는 등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에 상당히 민감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속칭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관칭여우 원장은 자신이 아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금융에 대해 무지한 한 유명인이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몇 백만 위안을 P2P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날렸다. P2P 플랫폼이 난데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저명한 기업가 한 명은 5000만 위안(약 85억원)을 장외주식에 투자했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전혀 실체가 없는 사기였다.

P2P 불법자금 모집: 중국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투자 사기는 P2P 플랫폼 사기다. 민간 고리대금업자들이 P2P 플랫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흔히 높은 이자를 내걸고 허위 프로젝트를 마케팅하거나 유명 인사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자금을 불법 수신했다.

우후죽순처럼 늘던 P2P 플랫폼은 중국 금융당국이 2016년 P2P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후 추세가 반전됐다. 규제 강화 이후 없어지거나 문제가 발생한 P2P 플랫폼만 4000개가 넘는다. 수많은 P2P 플랫폼이 높은 이자를 주는 투자대상을 허위로 만들거나 후순위 투자자에게 받은 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를 벌였기 때문이다. 투자 자금을 먼저 조달한 후, 나중에 투자대상을 찾는 방식으로 자금을 자체 운용하는 위법 행위를 한 곳도 많았다. 투자자와 투자대상 간의 자금 중개에 그치지 않고 자금을 유용한 셈이다. 심지어 해커가 P2P 플랫폼을 해킹하게 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가로채는 사기 행각도 벌였다. 그야말로 고리대금업자가 P2P 플랫폼이라는 가면을 쓰고 수많은 중국 투자자들을 우롱한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P2P대출 사건이 2015년 발생한 e주바오 사건이다. e주바오는 인터넷 금융이라는 미명 하에 ‘높은 이자, 허위 프로젝트, 다단계 사기, 자체 담보’ 방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불법으로 모집했다. 거래금액이 약 700억 위안(약 12조원), 실제로 수신한 자금이 500억 위안(약 8조5000억원)이 넘었다. 중국 전역에 걸친 피해자 수도 90만 명에 달했다. 중국이 발칵 뒤집힌 건 당연한 일이다.

암호화폐공개(ICO) 함정: 지난해에는 새로운 투자 사기가 생겼다. 바로 암호화폐공개(ICO)와 관련된 사기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전혀 가치가 없는 다단계 사기에 불과했다. 이런 암호화폐 사기는 공통점이 있다. 발행된 암호화폐 수량은 공개하지 않고 발행사가 암호화폐의 보호예수 기간을 준수하는지도 알 도리가 없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중에는 영화 투자에 참여해서 박스오피스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50억 위안(약 8500억원)을 조달했다가, 몇 달 만에 가격이 0위안 근처로 하락한 암호화폐도 있었다. 실제 영화 투자가 불가능했던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외에도 은행 직원이 높은 수수료를 노리고 다른 투자회사의 금융상품을 마치 은행의 상품인 것처럼 속여서 파는 경우도 많다. 일반 투자자들은 은행을 믿고 금융 상품에 투자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투자자들만 손실을 입었다. 부실한 비상장 기업이 곧 상장할 것처럼 과대 포장해서 지분을 파는 사기행위도 빈번했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꿈을 꾸며 투자하지만, 결국 투자한 돈만 날리기 일쑤다. 중국도 투자자에게는 그야말로 지뢰밭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기행각에 당하지 않는 방법은 뭘까. 관칭요우 원장이 제시한 투자 사기의 특징을 보자. 첫째, 고정 수익을 보장한다. 앞서 언급한 금융상품은 대개 원금을 보장하면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연 수익을 약속한다. 중국 현행법상, 고정수익을 보장하거나 원금 및 수익을 보장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원금 보장, 고수익 보장 주의해야

둘째, 수익률이 높다. 터무니 없는 금융상품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금융상품은 25%, 심지어 40%가 넘는 고수익을 보장했는데, 중국 금융시장의 평균 수익률은 여기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 주식시장에서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의 최근 10년간 연 수익률은 5~6%에 불과했고 대형 우량주 지수인 상하이50지수의 연 수익률도 7.2%에 그쳤다. 채권 수익률은 더 낮았다. 국채 수익률은 3.3%, 회사채 수익률은 연 5.3%에 불과했다. 10%가 넘는 수익률을 제시하는 금융상품은 대부분 사기다.

셋째,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이 모호하다. 모든 금융상품도 기초가 되는 자산을 가지고 만들어지는데, 투자 사기에 이용되는 금융상품은 확실한 기초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 특히 중국 P2P 플랫폼은 투자대상을 복잡하게 꼬아서 기초자산 가치를 알아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신용대출, 자동차대출, 소비자금융 등 여러 가지 대출이 투자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마지막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다단계 사기다. 일부 금융 사기의 초기 수익률이 좋은 이유는 후순위 투자자의 돈을 받아서 선순위 투자자에게 주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명심해야 할 건 오직 한 가지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 필자는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zorba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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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6호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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