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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30) 당근마켓] 지역 생활정보 플랫폼 꿈꾼다 

 

최영진 기자
판교장터에서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로 확대…판매자 평가 신뢰도 향상에 집중

▎7월 24일 서울 서초동의 당근마켓 사무실에서 김용현(왼쪽)·김재현 공동대표를 만났다. 카카오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만난 인연으로 당근마켓을 공동 창업하게 됐다. / 사진:전민규 기자
2012년 카카오가 지역 관련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마련한 태스크포스(TF)에는 재미있는 팀원이 모였다. 당시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하기 전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IT 기업이었다. 그런 곳에 TF 팀장을 맡은 이는 삼성물산과 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김용현씨였다. 팀원으로는 카카오가 2012년 6월 인수했던 씽크리얼스 창업가 김재현씨도 있었다. 기획자 출신의 김용현 팀장과 개발자 출신의 김재현씨는 의외로 ‘합’이 잘 맞았다. 팀장이 창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창업 후 엑시트까지 경험해본 팀원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두 사람은 카카오에서 함께 일하다 2015년 6개월 시간을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퇴사했다. 곧 두 사람은 다시 뭉쳤다. 2015년 7월 당근마켓이라는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다. 김용현(40) 공동대표는 “네이버에서 일할 때 ‘친구의 맛집 서비스’를 해보고 싶었는데 개발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면서 “나중에 보니까 비슷한 서비스가 나와 있었고 어떤 회사인가 보니까 김(재현) 대표가 창업했던 씽크리얼즈였다”면서 웃었다. 김재현(39) 대표도 “나는 개발자 출신이어서 김(용현) 대표와 분야가 많이 달랐는데, 큰 그림을 그리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잘 맞았다”고 화답했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

‘당근마켓’이라는 서비스명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사용자의 거주지 혹은 활동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지역을 서울 역삼동으로 지정하면 6km 이내 지역의 중고거래만 이용할 수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생각한 이유가 있다. 카카오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카카오 직원을 위한 사내 서비스 중 중고거래 장터가 있었다고 한다. 김용현 대표는 “사내 장터가 상당히 인기가 좋았고 활성화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현 대표도 “카카오 사내 장터를 보면서 어느 한 지역과 집단을 상대로 하는 중고거래 서비스가 나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를 나온 두 사람은 ‘판교장터’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판교에서 살거나 활동하는 이들을 위한 중고거래 서비스였다. 육아를 하는 주부를 메인 타깃으로 했다. 김용현 대표는 “당시 판교장터를 알린다고 판교에 있는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전단지를 붙이기도 했다”면서 “결론은 전단지로 광고효과를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이후에는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마케팅만 한다”면서 웃었다.

판교장터는 예상보다 인기가 좋았다. 판교장터의 성공을 발판으로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를 넓힐 계획이었다. 당시 판교장터에서는 기업 e메일을 인증 수단으로 사용했다. 두 번째 생각한 지역은 서울의 가산디지털단지였다. 김재현 대표는 “그런데 판교나 가산디지털단지 등을 제외하면 기업 e메일을 사용하는 기업이 모인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면서 “고민 끝에 지역에 있는 주부나 학생 등을 타깃으로 하는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다.

당근마켓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6월 월간 순수 이용자(MAU)가 2만3000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1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용자가 하루에 체류하는 시간이 20분이나 된다. 김용현 대표는 “중고 거래를 위해 당근마켓을 사용하지만,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보는 재미 때문인지 체류 시간이 길다”면서 “당근마켓은 동네 사람이 만든 콘텐트를 소비하는 장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매월 앱 실행 횟수가 평균 27회나 된다고 하니 사용자들은 하루에 한 번 당근마켓을 사용하는 셈이다. 마치 뉴스나 날씨를 보기 위해 앱을 켜는 것과 같다. 지난 6월을 기준으로 23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3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130여 개 시군에서 모두 당근마켓을 이용할 수 있다.

부동산을 제외한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조원 정도로 예측된다. 이 거대한 시장의 강자로는 중고나라가 꼽힌다. 이외에도 번개장터와 헬로마켓 등의 서비스가 버티고 있다. 10여 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이 이 시장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 때는 특별한 경쟁력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당근마켓은 기술을 통해 동네 이웃의 정을 되살리고 중고거래의 신뢰감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용현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예전 동네에서 벼룩장터가 열리는 것처럼, 당근마켓을 통해 동네 사람을 만나고 동네 주민들끼리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거래 서비스의 가장 큰 숙제는 ‘신뢰 확보’다. 중고 물품 거래 과정에서 일어나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사례는 넘친다. 대부분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다. 당근마켓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직거래로 이뤄진다. 김재현 대표는 “동네 주민이 구매자이고 판매자이기 때문에 저렴한 중고 물품이 많이 나온다”면서 “동네를 기반으로 하는 중고 거래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판매자 혹은 구매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상당한 노하우와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매너 평가 및 거래 후기, 느낌 신고 등 다양한 평가 방법을 도입했다. 김재현 대표는 “구매자나 판매자가 같은 동네 사람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평가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기 쉽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논문 등을 참조해 평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예를 들면 활동량이 많은 회원의 평가에는 다른 회원의 평가보다 가중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수수료가 없다. 이 때문에 업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업자를 잡아내는 것도 숙제다. 사람이 매시간 모니터링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했고, 업자의 글을 대부분 걸러내고 있다. 김재현 대표는 “우리는 기술을 이용해서 지역 커뮤니티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 덕분에 당근마켓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99%를 넘어섰다고 한다.

단점도 있다.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 당근마켓의 주거래 층은 주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옷이나 장난감, 여성 의류 등이 자주 거래되는 아이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깃을 넓히는 마케팅을 고려하고 있다.

아직은 거래 물품 다양하지 않아

당근마켓의 최종 목표는 예전 벼룩시장이 맡았던 지역 정보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현재는 중고 거래 서비스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역의 정보와 사람의 소식 등을 당근마켓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시작한 지역광고가 그 시작이다. 동네에서 살아갈 때 꼭 필요한 용달 서비스, 병원 그리고 인테리어 같은 다양한 정보를 광고 형태로 얻을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창업 이후 당근마켓은 8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비즈니스 모델은 지역 광고 유치다. 당근마켓이 인기를 끌면서 지역광고를 희망하는 곳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4000여 곳에 이른다. 김용현 대표는 “현재는 지역 광고에 집중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지역의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지역 Q&A 같은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1446호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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