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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채에 왜 투자할까?] 환율 변동성 큰 데도 고수익 유혹 여전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10년물 국채 수익률 올해만 -20% 수준…불법 권유 등 다룬 연극 [브라질]도 나와

▎지난 7월 막을 내린 연극 ‘브라질’에서도 브라질 국채 투자 불법 권유 문제를 다뤘다. / 사진:극단 두비춤
#1. 치과의사 출신 전업투자자인 A씨는 2016년 브라질 국채 2027년물을 증권사를 통해 샀다. A씨는 2018년 1월 이를 모두 팔아 6개월마다 나왔던 이자 등을 합쳐 35% 정도 수익을 냈다. A씨는 “2011년 브라질 국채 관련 외신 기사들을 읽고 지금은 투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를 사는 사람들이 많아 의아했다”며 “나는 계속 주시하다가 2016년에 투자를 한 게 운이 좋아 큰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BBI라는 필명으로 브라질 국채 및 헤알화 전문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중이다.

#2. 김설호씨는 독일계 회사의 한국지사에서 1990년대 말 30대에 임원으로 승진한 인재다. 그는 외환위기로 명예퇴직을 하면서 당시 상가 몇 개를 살 수 있던 돈을 인터넷 사업에 투자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종합병원 관리이사로 10년을 일하고 최근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금융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에 넣었다가 대부분을 잃었다. 그는 마지막 자산인 집을 개조해 상가를 하나 만들어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 4000만원을 들고 근처 은행을 찾았다가 브라질 국채 투자 권유를 받았다.

비우량등급 해외 채권은 판매 권유 불법


브라질 경제와 헤알화 가치의 급등락으로 자주 화제에 오르는 브라질 국채가 여전히 세간의 관심사다. 2011년 국내에서 처음 판매된 브라질 국채는 10%의 높은 금리와 한국과 브라질 조세협약에 따른 비과세 조치로 인기를 끌었다. 2013년에는 브라질 정부가 해외 투기자금 유출입에 과세하는 토빈세를 폐지하면서 또 한번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다시 한번 붐이 일어나 2017년 한 해 5조원 가까운 돈이 브라질 국채에 몰렸다. 하지만 2018년 7월 말 현재 브라질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 헤알화 약세에 따른 환손실 등으로 연초 대비 약 -20%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7월까지 판매한 브라질 국채는 9000억원어치에 육박한다.

A씨와 달리 김설호씨는 사실 가상의 인물이다. 김설호씨는 지난 7월 중순 막을 내린 연극 [브라질]의 주인공이다. 극단 두비춤의 6번째 연극인 [브라질]에서 대본을 쓰고 주인공 김설호 역을 맡은 사람은 문일수 쿼크투자자문 대표다. 문일수 대표는 외국계 은행을 거쳐 국민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다. 극은 김설호씨가 은행원에게 “브라질?”이라고 묻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이전에 은행원이 브라질 국채를 권했음을 알 수 있다. 연극에서 김설호씨는 부인과 브라질 국채에 투자할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 예금에 2000만원, 브라질 국채에 2000만원을 각각 넣기로 합의하고 은행에 간다. 은행원은 양심에 가책을 받으면서도 실적 욕심에 투자를 권유하고, 김설호씨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민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비우량등급의 해외 채권은 권유는커녕 판매자가 먼저 언급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다. 고객이 물어볼 때만 이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김설호씨처럼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고싶은 투자자들이 고수익에 현혹돼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권하지 않은 상품에 2011년 이후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사를 읽고 먼저 물어보는 경우도 꽤 된다”고 말했다. 이 연극처럼 ‘연극 같은 일’이 지난해 실제로 일어났다.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6월 국내 모 은행 계열사들이 투자 권유 자체가 불법인 브라질 채권을 지역본부에서 강제로 할당한 사실을 보도했다.

2011년 이후 실제로는 굉장히 위험한 자산인 브라질 국채가 여러 차례 찬사와 비난을 반복해서 받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국채에 투자를 시작할 때 금융회사가 먼저 떼가는 선취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직접 매매하지 않고 신탁으로 맡겼을 경우에는 여기에 매년 다른 수수료가 더 붙는다. 원화에서 달러로, 달러에서 브라질 레알화로 환전하면서도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채권 금리를 봤을 때는 꽤 큰 액수다. 지난해 5조원 가까이가 팔렸으니 수수료를 3%로 잡으면 1500억원 규모다. 파는 쪽에서는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 다른 축은 브라질 국채가 사실은 환차익을 노리는 것이라고 표현할 만큼 환율 변동성이 큰 상품이기 때문이다. 달러 상품은 보통 환 헤징을 하지만, 그 외의 통화로 된 상품은 환 헤징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표면 이자율이 10%인 헤알화 표시 국채와 달리 달러로 거래되는 브라질 국채 이자율은 그 절반인 4~5%에 불과하다. 수익이 두 배 수준이라는 얘기는 위험도 두 배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브라질 국채는 주기적으로 큰 손실을 보면서도 항상 팔렸다. 2013년에는 브라질이 외국인 국채에 투자할 때 내야 했던 6%의 세금(토빈세)을 없애면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증권사도 있었다. 토빈세는 해외 투기성 자금의 유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붙이는 세금이다. 2015년부터 불었던 브라질 국채 붐은 국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꾸준히 이어졌다.

높은 선취판매수수료에 판매사는…

중국 칭화대에서 국립금융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행동경제학자 주닝 교수는 2014년 [투자자의 적]이라는 책에서 “투자자는 사모펀드가 떼어가는 높은 관리비용 때문에 최종 순수익에 대한 샤프 비율이 이 수준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샤프 비율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샤프 교수가 만든 개념으로 투자자가 자산의 초과수익률을 변동률로 나눈 값을 통해서 단위 변동률에 따른 각 자산의 서로 다른 수준의 수익을 이해할 수 있는 수치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의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 사용된다. 어느 헤지펀드가 1년 동안 200%의 수익을 냈다면, 투자자는 1%의 변동률을 감수할 때마다 2%의 수익률을 냈다는 얘기다. 미국의 프랭클린템플턴운용에서 리테일영업 총괄을 맡고 있는 마경환 본부장은 올 봄 펴낸 [채권투자 핵심 노하우]라는 책에서 “채권 펀드는 주식과 달리 기대수익이 낮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높은 보수는 투자수익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자수익이 4~6%인데 선취수수료를 포함한 보수가 최대 2%가량 될 수도 있고, 선취판매수수료는 초기 투자금액을 줄이는 부정적 효과도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채권에 투자하라는 투자서에서조차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선취판매수수료는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그만큼 금융회사에게는 당연히 가장 좋은 수익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판매자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1년 정기예금 금리가 2%도 안 되는 시대에서 채권 표면금리 10%가 발휘하는 힘은 크다. 문일수 대표는 이 작품의 기획의도로 FOMO(Fear of Missing Out)를 꼽으며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릴지도 모른다는 심리인 FOMO는 공포와 탐욕의 중간 쯤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기업의 주식에 투기를 했지만, 그것이 온전히 탐욕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엄청난 기회가 왔는데 놓쳐버릴 수 있다는 일종의 공포였다. 무한경쟁과 약육강식, 그리고 FOMO 심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연극에서 김설호씨는 결국 브라질 국채를 얼마나 샀을까? 김설호씨가 브라질 국채를 사면서 ‘모두 내 책임’이라는 문구가 적힌 서류에 사인을 하다가 부인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연극은 끝난다. 김설호씨의 마지막 대사다. “4000만원 다 하라는데,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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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6호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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