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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반도체 주식] 실적 좋은데 주가 낮아 매력도 높아져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KRX반도체 지수 두 달 만에 8% 하락...코미코·원익홀딩스·한미반도체 관심 가질 만

지난 2년 간 반도체 지수는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를 대표하는 반도체·반도체 장비업종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반도체 지수는 지난 2016년 6월 7일 1744.78포인트에서 지난 6월 4일 2773.29포인트로 59% 올랐다. 지수 상승에 시가총액(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도 늘었다. 6월 4일 시가총액은 101조7897억원으로 2년(45조8505억원) 전보다 122% 늘었다. 지수와 시가총액이 늘어난 건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면서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20% 성장한 4390억 달러(약 490조원)를 기록했다. 기존 수요와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에 들어가는 신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글로벌 반도체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시장의 58%를 점유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세계 1, 2위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1위, SK하이닉스는 5위다. 높은 시장점유율로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액 합계는 191조6000억원으로 2016년보다 27.2%, 영업이익은 48조2000억원으로 189.3% 늘었다. 때문에 대장주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선 SK하이닉스는 쉬지 않고 달렸다. 실적을 발표할 때면 주가도 고공행진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25일 장중 9만77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 투자심리 위축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6월 이후 반도체 지수는 하락하고, 시가총액은 줄어들고 있다. KRX반도체 지수는 최근 두 달 동안 8.1% 하락했다. 8월 7일 종가 기준으로 KRX반도체 지수는 2506.81포인트다. 시가총액도 92조8167억원으로 6월보다 9% 감소했다. 하락의 주요 원인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堀起)다. 중국의 국영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하반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32단)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의 수요는 주춤한 반면 공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D램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공급 부족 사태가 해소되고 중국 등 후발주자의 물량 추가, 경쟁 심화 등으로 가격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4분기 D램 출하량을 크게 늘려 경쟁사들을 압박해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메모리카드·USB향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7월 말 5.27달러로 한 달 전보다(5.60달러)보다 5.89% 하락했다. 지난해 9월 5.78달러에서 5.60달러로 3.11% 하락한 지 10개월 만이다. 2015년 12월(-4.66%)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공급 업체와 PC 제조사 등 수요 업체가 통상 분기별로 맺는 계약에 따라 형성되는 반도체 시장의 주요 지표다.

이렇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2016년 하반기 시작된 D램 주도 호황 국면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점진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해외 투자은행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20조5030억원을 기록해 정점을 찍지만, 내년에는 11조6600억원으로 반 토막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올해 48조94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45조3700억원, 2020년에는 43조8600억원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하향 전망에 주가도 휘청였다. 8월 5일 모건스탠리가 “내년을 기점으로 D램 호황이 꺼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 대해 ‘비중 축소(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가 나온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외국인·기관이 동반 매도에 하루 새 4.68% 급락하며 7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8월 9일 종가기준으로 7만8000원이다. 삼성전자 주가도 6월 이후 현재까지 8% 넘게 떨어졌다.

서버용 반도체 수요 늘어


반대로 긍정론에 힘을 싣는 의견도 있다. 7월 26일 발표한 SK하이닉스 실적은 비관론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또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사상 처음으로 10조원과 5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4%로 지난 1분기에 기록한 최대치(50%)를 한 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8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 늘어났다.

이들은 하반기에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 전무는 “업계의 공급 확대 노력에도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기 쉽지 않아 긍정적인 업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도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 확산 등의 영향으로 서버의 고성능, 고용량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업체들이 하반기에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된 신규 스마트폰 출시도 예상되고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 방향성의 지표는 이익 증가 여부가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 평택에서 D램 양산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D램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이익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CT 시장 성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8월 8일 반도체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등에 총 18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시설투자에만 43조원을 투자했다. 때문에 반도체 업황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것인 만큼 반도체 지수 하락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1~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680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도체 지수 오르면 코스피 3000 넘볼 수도

때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3.5배로 세계에서 가장 싼 ICT 종목”이라고 말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배수가 낮아지면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음을 나타낸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올해 기업이익 전망치 기준 PER은 6.4배 수준으로 코스피 평균(9.4배)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두 기업은 코스피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아 향후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형주 중심 투자전략을 추천한다. 성장성은 있어도 당분간은 반도체 시장 변동성이 있을 수 있어서다. 또 실적을 입증한 일부 종목의 수급이 양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기업은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한 만큼 반도체 장비·소재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런 종목으로 원익홀딩스·한미반도체·엘오티베큠 등이 꼽힌다. 원익홀딩스는 원익그룹 지주사다. 주요 자회사로 반도체 장비 업체인 원익IPS와 테라세미콘, 가스공급 업체 원익머트리얼즈 등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삼성전자 투자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 개발 업체인 한미반도체는 중국 반도체 굴기에 따른 중국향 반도체 장비 공급 증가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이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3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8% 증가했다. 반도체장비 정밀세정·특수코팅 제조기업 코미코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코미코는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됨에 따라 세정, 코팅장비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마이크론 등이다. NH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투자의견은 매수(Buy), 목표주가 4만3000원을 유지했다. 코미코 주가는 8월 9일 종가 기준으로 3만1900원이다.

한편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업종 주가가 오르면 내년 코스피 지수는 3000포인트를 넘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한국리서치 헤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만 따지면 PER이 4배 정도이고 SK하이닉스도 4배 수준인데,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은 20배에 거래되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회사의 PER이 코스피 평균 수준인 8배까지만 올라도 코스피는 500포인트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447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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