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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향하는 일본 스타트업] 우주 쓰레기 치우고 소행성 광물도 채취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우주산업 2030년 700조원 규모 전망...日 정부 JAXA 통해 기술·자금 뒷받침

▎일본은 민·관·학 공동으로 우주산업의 성장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은 JAXA와 액셀스페이스가 함께 개발 중인 초소형 위성 1호기 ‘RAPIS-1’의 모습. / 사진:액셀스페이스
일본 스타트업들이 우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주로 정보통신기술(ICT)에 몰려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 스타트업들은 블루오션인 우주산업을 노려 신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테슬라 등 미국의 대형 ICT 기업들도 우주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펼치고는 있다. 그러나 중장기 비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사업 목적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이에 비해 일본 스타트업들은 초소형 위성을 통한 통신망 공유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주 비즈니스가 하드웨어 개발 경쟁에서 최근에는 위성을 쏜 이후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로 초점이 바뀌고 있다”며 “관 중심의 우주산업이 우주 데이터 확보를 시작으로 민간 중심 체제로 많이 바뀌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최근 일본에서 우주의 통신망과 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대한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총액은 2791억엔(약 2조8294억원)으로 2012년 대비 4.3배나 늘었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벤처투자 펀드를 설립했다. 대기업이 이 펀드에 적극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은 최근 ‘제4차 벤처 붐’이란 말이 돌 정도로 스타트업 시장이 뜨겁다.

일본에선 지금 ‘제4차 벤처 붐’


▎아이스페이스는 달 표면에 탐사장비를 쏴 광고판 설치, 달 탐사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사진:아이스페이스
이런 가운데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우주 개발 기업을 지원하기 시작하며 2016년부터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주 개발은 기술장벽이 높고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 않은 업종이다. 그러나 JAXA가 적극적으로 기술 지원에 나서며 부담을 낮췄다. 과거 군사 목적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민간 부문에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JAXA의 지원 속에 우주 개발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위성 발사 비용도 크게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3000억~5000억원이 든다. 지구의 물체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데 1㎏당 약 5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10t의 인공위성이라면 5000억원이 필요하다.

높은 비용에 비해 우주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통신망 확보와 기후정보 획득 정도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우주 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JAXA는 민간 스타트업과 초소형 인공위성을 공동 개발했고, 수익사업 개척도 스타트업에 맡겼다. 초소형 위성은 고도 500∼1500㎞ 저궤도를 도는 500kg 이하 위성을 말한다. 무게에 따라 마이크로위성(10∼100kg)·나노위성(10∼1kg)·피코위성(1kg 이하) 등으로 나뉜다. 개발 기간이 짧고 개발비용이 저렴해 저궤도 위성 이동통신과 우주 과학 실험 등에 많이 쓰인다.

일본의 이런 전략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일본 벤처기업 액셀스페이스가 위성 개발 비용을 10~100분의 1 수준, 개발 기간도 반 이하로 줄인 인공위성 ‘WNISAT-1’을 시장에 선보이는 등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초소형 로켓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서다. 9월 11일에는 직장인·학생이 만든 사단법인 ‘리만새트(Rymansat)스페이스’가 자체 제작한 초소형 위성 ‘RSP-00’을 발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초소형 위성 개발이 일반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달 표면 조사 계획을 내세운 아이스페이스라는 스타트업이 100억엔(약 1014억원)의 투자금을 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세계 우주 분야 벤처기업 자금조달액 중 가장 많은 규모이며, 지난해 일본 전체 벤처기업 중 세 번째로 많다.

하드웨어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하면서 통신망 확대, 데이터 비즈니스 등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도 꿈틀대고 있다. 우주 개발 벤처회사 사쿠라인터넷은 지구 관측 위성을 통해 취득한 이미지 정보에 기존의 지역 정보를 결합해 농수산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표면 온도와 기후 변화 등을 측정하는 한편, 농수산물의 상태를 평가해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 식이다. 액셀스페이스도 지구 관측 시스템인 액셀글로브를 개발했다. 아마존 웹 서비스와 결합해 위성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관리하고 이를 공공데이터화 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위성 사진으로 세계 석유 탱크나 선박의 동선 등을 분석해 석유·물류의 수급 상황과 이에 대한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비즈니스도 준비 중이다.

기존 통신사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일컫는 사물인터넷(IoT)과 세계를 휘감는 온라인 체제, 초연결사회 진입 등을 위해서는 위성 통신망이 깔려 있어야 한다. 미국위성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위성 서비스의 2016년 매출액은 1277억 달러(약 143조원)로 2012년 대비 13% 늘었다. 위성 TV 및 통신 서비스 확대로 매년 3~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스페이스앤젤스네트워크는 글로벌 우주시장 규모가 2030년 6000억 달러(약 67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수요 증가에 맞춰 액셀스페이스는 2022년까지 50개의 초소형 위성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도 위성을 활용한 인터넷 통신망 확대를 목표로 스타트업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위성이 태양광을 받아들여 지구로 보내는 태양에너지 전송 사업도 구상 단계에 있다.

일본항공우주공업회에 따르면 2016년에만 세계에서 160개 이상의 위성이 새로 궤도에 진입했다. 이에 발맞춰 미쓰비시중공업은 JAXA와 공동으로 개발한 초소형 위성의 발사체 ‘H3’ 로켓의 비용을 50억엔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성능 높고 가격을 내린 차세대 발사체가 202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컴퓨터는 정부 주도로 개발됐는데 1950년대 미국 IBM의 등장으로 대중화됐다”며 “우주 장비 산업도 당장 정부 수요에 의존하고 있지만 민간의 성장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초소형 위성 쏘고, 안테나 공유


이런 가운데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스타트업도 생겼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는 약 5조8000억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 개발이 시작된 지난 50년 간 우주로 발사된 위성과 기계, 운용상 방출된 부품, 폭발로 생긴 파편 등이다. 이들 쓰레기는 총알보다 7~10배 빠른 초속 7km 이상의 속도로 돌고 있어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실제 2009년 용도 폐기된 러시아 군용 통신위성 잔해가 미국 인공위성에 충돌한 바 있다. 이에 아스트로스케일은 자석을 이용해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해 대기권에서 태우는 인공위성 ‘ELSA-d’를 일본 중소기업들과 협업해 제작에 착수했다. 내년 발사가 목표다. 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은 보고서에서 “우주 쓰레기를 방치할 경우 30년 후 위성방송·일기예보·GPS 등 우주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현재 유망 비즈니스로 많은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안테나 공유 서비스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설립된 벤처기업 인포스텔라는 인공위성을 운영하는 기업·기관을 상대로 안테나 공유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지상의 안테나가 위성과 통신하는데, 지구의 자전 때문에 안테나와 위성이 실제 수신할 수 있는 시간은 수십 분에 불과하다. 안테나는 위성과 통신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곤,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은 작동하지 않은 채로 있다. 이에 인포스텔라는 스텔라스테이션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세계의 안테나를 묶고 클라우드 방식으로 공유하는 체계 구축에 나섰다. 안테나 설치에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기업으로서는 많은 통신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인포스텔라에는 현재 소니와 유럽 에어버스그룹 등 글로벌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 우주 벤처 업체 아이스페이스는 내년에 달에 우주선을 쏘아서 2020년 달 표면에 특정 기업의 로고가 쓰여진 옥외 광고판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지구에서도 보일 정도 크기의 거대 광고판을 달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일본항공(JAL)과 도쿄방송 등이 투자자로 참여해 현재까지 1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아이스페이스는 구글이 후원하는 민간 최초 달 탐사선 프로젝트 ‘루나X프라이즈’에 참여하고 있다.

소행성 등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비즈니스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계획은 테슬라를 필두로 한 미국 기업들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르면 5년 후에 이런 비즈니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대부분 나라가 가입한 우주조약은 특정 국가의 행성 점유권을 금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미국과 룩셈부르크 등 일부 나라가 이를 허용하고 있고, 일본도 이런 법개정을 준비 중이라 조약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日 정부 “우주산업 2030년 2배로 키울 것”

일본 정부는 우주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5년 간 민관 합동으로 1000억엔(약 1조119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우주 벤처기업에 투자·대출할 계획이다. 일본정책투자은행(DBJ)과 산업혁신기구(INCJ)가 자금을 집행한다. 또 JAXA와 벤처기업 간에 연구인력·기술 교류도 추진한다. 일본 정부는 민간기업의 우주 사업 참여를 늘리기 위해 2016년 ‘우주활동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현재 112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일본 우주산업 규모를 2030년 대 초까지 2배로 키우는 ‘우주산업 비전 2030’도 마련했다. 더불어 민간기업이 발사한 인공위성에 사고가 생겨 손해배상이 필요할 경우 일정액 이상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449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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