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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위기인가 소매종말인가] 온라인 쇼핑 득세 과당 경쟁에 소매업자 흔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美 유통 업체 매장 문 닫자 ‘소매종말’ 주장 대두...돈·일자리 도시로 몰려 지역경제에 치명타

▎문 닫은 미국의 월마트와 토이저러스 매장 / 사진:페이스북 캡처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소매종말(Retail Apocalypse)’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잘 나가던 대형 유통 업체들이 잇따라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다. 이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 우려도 커졌다. 소매업자의 부채, 상가 부동산의 침체, 일자리 불균형, 지방 공동화 등이다. 소매종말은 국내 자영업 위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원인과 현상에서 맞닿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미국의 유명 완구 유통 업체 ‘토이저러스’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줬다. 토이저러스는 1948년 설립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한때 큰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 경영난 끝에 결국 미국 735개 매장, 영국 100개 매장 문을 닫고 폐업했다. 유통산업을 지배하던 전통 유통 업체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 업체 쿠시먼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약 9000개의 오프라인 소매점이 문을 닫았다. 약 50개 체인점은 부도를 신청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숫자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약 1만2000개의 매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월그린·갭·짐보리 등이 3600개의 매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J.C. 페니, 라디오쉑, 메이시스, 시어스 같은 주요 쇼핑몰도 연이어 여러 매장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월마트는 올해 초 269개의 세계 상점 폐쇄를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유통 업체가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매장을 폐쇄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해에는 45년 만에 처음으로 수익이 감소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영국 수퍼마켓 체인 막스앤스펜서는 2022년까지 전국 100개 매장을 줄이기로 했고, 휴대전화 소매점 카폰웨어하우스도 매장 100개를 정리한다. 회계법인 PWC에 따르면 영국 내 5000개가량의 쇼핑 거리에서 지난해 5855개 점포가 폐점하고 2083곳이 새로 생겨 약 1700곳이 감소했다. 2010년 이후 최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보다 수익 부진의 타격이 커 ‘소매종말’이 우려된다고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서 문 닫는 소매점 금융위기 때보다 많아

미국에서 이런 추세에 더 주목하는 이유는 소매점 몰락 현상이 실업률이 낮고 경제가 성장 중인 와중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지금의 경제지표들은) 보통 ‘소매 붐’의 구성요소들인데, 지금 오히려 더 많은 체인점이 파산신청을 하는 등 소매 업체가 금융위기 때보다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해외 언론과 경영계에서 소매종말의 원인을 구조적 변화에서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매 종말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온라인 쇼핑의 시장 잠식이다. 소비자들은 쇼핑하기 위해 예전만큼 점포들이 늘어선 거리로 나가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공구, 도자기, 자동차 용품, 의류, 장난감, 이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하면서 버스 안에서 소파를 사고, 소파나 침대에 누워 디자이너 핸드백이나 새 주방까지 구입하는 시대가 됐다. 소매 종말 얘기와 함께 항상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언급되는 이유다. 아마존은 미국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소비인구 줄어든 영향

시장조사 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는 홀리데이 시즌에 전체 쇼핑의 약 40%를 온라인으로 결제했다. 이 기간 결제액 기준으로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매장을 앞질렀다. 홀리데이 쇼핑 시즌은 보통 미국에서 11월 말에서 1월 초까지 이어지면서 소매 매출이 집중되는 시기다. 빅데이터 조사 기관 리테일 넥스트 조사 결과 지난해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이틀 간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찾은 방문객은 전년보다 4% 줄어든 반면 온라인 판매는 79억 달러로 17.9% 급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 증가만으로는 소매종말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미국의 전체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 비중은 2000년 1%에서 현재 9% 수준까지 급증한 건 맞지만, 여전히 오프라인보다 비중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이에 원인을 소매 매장의 공급 과잉과 인구구조의 변화에서 찾기도 한다. 소비 및 인구 성장은 정체됐는데도 부동산 개발과 상가 공급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일종의 시장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70~90년대 과도한 쇼핑몰 개발 경쟁이 있었다. 자동차 이용이 생활화하면서 교외 지역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다. 현재 미국에는 쇼핑몰이 약 1200개 정도 있다. 글로벌 부동산정보 업체 코스타의 수잔 멀비 수석전략가는 포브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에서 1984 년부터 2008 년까지 연간 약 1486만㎡의 소매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인구 증가율을 앞서는 수치로, 이로 인해 미국의 1 인당 소매 공간은 4.1㎡에서 55㎡로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둔화도 원인이다. 1980년대 초반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지출이 가장 많은 35~54세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들의 노화가 시작되면서 2001년 소비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바통을 이어갈 다음 세대는 인구도, 소득도 부족하다. 멀비 전략가는 “주요 소비층의 소비 둔화로 2001~2013년 소매 매장의 거래액이 1제곱피트당 425달러에서 310달러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일자리 위기 부를 수도


이유가 온라인으로의 전환이든, 상가 공급의 과잉이든 소비자 입장에선 소매종말은 딱히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 소매 매장이 변화하는 추세와 기술이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게 당연하고, 고객 역시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정 들었던 매장이 사라졌다고 감상적으로 보고 슬퍼할 필요 없이, 새로운 채널로 유통이 진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여기서 파급되는 경제적 여파 때문이다.

해외 언론에서 언급하는 가장 직접적인 우려는 소매 업체의 파산이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코너 센은 “많은 소매 업체가 사라지고 일부 프랜차이즈로 통합돼, 쇼핑의 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매상들의 부채도 문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매 유통 업체의 부채는 1520억 달러로 지난 1년 동안 15% 증가했다. 쇼핑몰과 쇼핑센터의 대출 연체율도 증가 추세다. 최근의 흐름에 따라 이들에 대한 신용도 떨어지면서 이들의 져야 할 금융 비용은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서서히 금리를 올리고 있어 이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걱정거리다. 장사가 되지 않아 매장이 빠져나가는 자리엔 상가만 덩그러니 남는다. 코스타그룹이 2016 년에 폐쇄된 185 개 백화점을 조사한 결과, 이듬해에 40%의 공간만 새 입주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몰 내 입주자 찾기 경쟁도 치열하다. 일부 쇼핑몰의 경우 엔터테인먼트·헬스클럽·식당 같은 업종으로 세입자를 새로 채우고 있지만, 많은 수의 쇼핑몰은 세입자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일자리다. 쇼핑산업은 미국인들의 최대 고용주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소매상에서 일하는 판매·계산 직원은 현재 약 800만 명이다. 여기엔 특히 저소득층이 많다. 2009년 이후 이들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올해 들어선 10만1000명이 줄었다. 물론 소매업을 대체하는 전자상거래에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업체들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배송을 위한 유통센터를 추가하고 있다. 문제는 사라지는 일자리와 생기는 일자리의 차이다. 실직한 이들의 대부분은 앨라바마에 사는 여성인데, 새로 생긴 유통센터는 미주리의 남성을 고용하는 식이다.

지역경제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 동네 수퍼마켓에서 거래하는 물건 1 달러는 어쨌든 현지에서 유통된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소매종말의 경우 같은 1달러가 쓰이더라도 그것이 현지에서 지출되지 않는다. 대신 그 돈은 바로 대도시의 아마존 본사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흘러간다. 당연히 사람들은 대도시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지역 인구는 감소하고, 지역 소매상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국내 도소매 자영업자 4만6000명 줄어

소매종말은 국내에서는 아직 큰 관심을 받고 있지 않다. 대형 유통 업체의 극적인 실적 부진이 눈에 띄지 않아서다. 그러나 이를 ‘자영업’으로 치환해서 보면 해외 소매종말 논란이 국내 시장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소매업자와 자영업자를 똑같이 볼 수는 없지만, 실제 생활용품·의류·장난감 같은 공산품 소매 업체는 대형 체인점이나 온라인에 흡수돼 이미 ‘종말’에 가까운 상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도소매업의 1인 자영업자는 최근 1년 사이 4만60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자영업 업종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 그나마 자영업 가운데서도 서비스업처럼 온라인으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 ‘경험’ 위주의 업종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보험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 20% 안팎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13.90%~14.31%)도 올해 들어 플러스(+)와 마이너스(-) 성장을 방향성 없이 오갔다.

소매종말의 징후인 온라인 쇼핑의 습격은 웬만한 선진국보다 거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017년 78조2270억원에 달하는 등 2013년부터 최근 5년 간 연평균 성장률이 19.4%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19년 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한 111조 5000억원을 기록하고, 2022년에는 189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비교해 2.4배 수준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최근 10년 간 연평균 성장률 17.6%를 적용할 경우 2022년에 176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쇼핑의 비중은 2016년 6월 16.4%에서 올해 6월 23%로 증가했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인구구조 변화와 소득, 이에 따른 소비력도 우호적이지 않다. 가계는 부채의 덫에 빠져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고 인구도 곧 감소세로 접어든다. 소매종말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과 증상이 같다.

이후 우려되는 문제도 소매종말의 그것과 유사하다. 먼저 도소매 자영업자의 소득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소상공인 평균 소득이 전국 동종 업계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낮은 비율은 72.3%, 적자 상태인 비율은 7.4%에 달했다. 일자리도 불안하다. 고용쇼크는 대기업보다 주로 5인 미만 영세 자영업의 채용 감소에서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의 취업자는 988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8000명(-0.8%) 감소했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5~300인 미만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취업자가 각각 8만2000명, 6만7000명 증가했음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의 취업자만 감소한 것이다. 이들은 원래 고용 부문에서는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 일자리 창출 계층이다. 7월 전체 취업자 2706만4000명 중 5인 미만 사업장에 취업한 구직자는 988만7000명으로 전체의 36.5%를 차지했다.

자영업 몰락의 영향은 부동산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 자영업 폐업률이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내로라하는 서울 대표 상권의 몰락은 현실화하고 있다.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던 상가 임대료는 최근 하락 전환했고, 빈 점포가 늘면서 거리는 활력을 잃고 있다. 부동산114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 도심 상권 41곳 중 9곳의 임대가격지수가 하락했다. 공실률 상승과 수익률 하락으로 임대사업자의 대출 부실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상가 공실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0.7%, 소규모 상가 5.2%였다. 서울 신촌의 경우 2분기 공실률이 6.8%로 1분기 5.2%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한국감정원은 상가 공실률이 상승한 원인으로 소매업 판매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 등을 꼽았다.

양 많고 질 나쁜 자영업 대출

이들이 지고 있는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신규 자영업자가 은행·보험회사·상호신용금고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은 2009년 8월 25.2%에서 지난해 8월 32.5%로 커졌다. 한은이 지난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파악한 자영업 대출은 2016년 말 기준 480조2000억원이다. 2012년 318조8000억원, 2013년 346조1000억원, 2014년 372조3000억원, 2015년 422조500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해왔다.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과 비교할 때도 자영업자 대출은 증가 속도 면에서 가계부채보다 빠르다. 더구나 이들은 대출의 질이 좋지 않고, 금리와 경기 변동에도 취약하다.

자영업이 추락했을 때의 타격은 지방이 더 크다.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현황 및 위험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의 여신 건전성 측면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자본 대비 비중은 지방은행이 273.3%로 시중은행(241.3%)보다 컸다. 자영업 대출의 절대 규모는 시중은행이 크지만 건전성 악화 등의 위험은 지방은행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는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도 일부 지방에선 지역 산업 침체에 따라 경기 침체가 나타나고 있어 지방은행의 여신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방 소매점의 가장 큰 적 역시 도시의 온라인쇼핑 업체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체 개인신용카드 사용액 가운데 11%가 서울 소재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쓰였다. 더구나 한국은 이미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처지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11개 시군구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사람을 찾기 힘든 소멸 고위험지역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 때문이다. 특히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은 원도심 쇠퇴와 정주 여건 악화로 청년층의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미국 사례에서 지적한 대로, 소매 상점의 몰락과 함께 지역 안에서 도는 돈이 줄어드는 건 이런 지방 소멸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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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0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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