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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프리랜서 vs 지는 프리랜서] 메디컬 라이터·코딩 강사...인플루언서 마케터 주목 

 

이창균 기자
고령화 추세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부상…여행 가이드·소설가는 “아, 옛날이여”

▎인터넷 BJ ‘대도서관’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나동현씨. 엉클대도 대표인 그는 현재 프리랜서보다는 자영업자에 가깝지만, 같은 분야에서 대도서관 같은 성공을 꿈꾸며 프리랜서 인터넷 BJ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의약 분야는 고령화 시대에 산업적 가치가 높아진 만큼 프리랜서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메디컬 라이터(medical writer)’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메디컬 라이터는 특정 질환과 그 치료법,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에 대한 전문 정보를 가공한 글로써 보건 의료 전문가나 일반 의료 소비자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는 직업이다. 자사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해당 기업과 계약한 에이전시 등이 주요 클라이언트다. 소속이 정해진 직장인 메디컬 라이터도 많지만, 업무 특성상 프리랜서로 일하기 좋은 직종이라고 종사자들은 전한다. 프리랜서 메디컬 라이터인 이나래(가명·33)씨는 “전문성이 확실히 뒷받침돼야 할 수 있는 일인데, 늘어난 수요 대비 우수 인력 공급이 많지 않아 프리랜서계의 블루오션이라고 부를 만하다”며 “저녁 시간대만 집중해서 일할 수 있어서 능력이 되면 ‘투잡’ 생활까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루 네 시간 일하고 월 소득 250만원

이씨의 월 평균 수입은 약 350만원. 그를 좋게 본 클라이언트가 몇 군데 있어서 원하면 일감을 더 얻을 수 있지만, 무리하고 싶지 않아 이만큼만 일한다. 몸이 좋지 않아 하루에 평균 네 시간씩만 일한 때도 있었다. 그때도 월 평균 250만원은 벌었다. 투입 시간 대비 고소득이다. 주로 약사나 간호사 같은 의약 분야 전문직 여성들이 프리랜서로 전환하면서 이 일을 많이 택한다. 이씨도 간호사 출신이다. 아는 만큼만 보이는 직업이라 초기 진입 장벽이 어느 정도 높은 편이다. 단순히 그래서 블루오션일까. 다른 이유도 있다. “오로지 의약을 잘 안다고 해서 이 직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메디컬 라이터의 작업물이 ‘마케팅 효과를 얻기 위한 수단’이 확실히 돼야 하는데, ‘아는 것’과 ‘아는 걸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래서 최근엔 전문직 출신이 아니더라도 국내외 제약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PM) 출신 프리랜서가 메디컬 라이터로 두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의약을 두루두루 알면서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를 확실히 이해하고, 이들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나 방향성을 원하는지 한 발 앞서 확인하는데 능해서다. 이씨는 이를 한마디로 ‘통찰력’이라 표현했다. 통찰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거꾸로 제약사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는 약사나 간호사라도 통찰력이 있거나, 평소 마케팅 콘텐트에 관심이 많았던 경우라면 프리랜서 메디컬 라이터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씨도 이런 경우였다. 메디컬 라이터는 요즘 프리랜서계의 트렌드처럼 ‘멀티플레이어’다. 번역가처럼 외국어 콘텐트를 번역해 일반인 관점에서 전달하는 데 힘쓰는 틈틈이 PM처럼 직접 마케팅 아이디어를 클라이언트에게 제시하기도 하고, 때론 컨설턴트나 카피라이터 역할도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뜬 프리랜서 직종도 있다. 의외로 웹툰 작가가 대표적인 경우다. 과거였다면 출판용 만화를 그리는 데만 역할이 한정됐을 직업이지만 직장인 출퇴근길에서나 학생들 쉬는 시간에 짬짬이 웹툰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과 ‘타블렛(PC에 연결해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입력 장치)’ 등 ICT의 발달로, 이 막강한 ‘킬러 콘텐트’를 제공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직업이 됐다. 웹툰 작가는 네이버나 레진코믹스 같은 일정한 플랫폼에서 작품이 연재되더라도 대다수가 해당 플랫폼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다. 플랫폼으로부터 정식 연재 제의라는 ‘발주’를 받기도 하며, 작품 구상 단계에서 일부 조언을 받아 작품에 반영하기도 한다. 아직까진 양극화가 존재하지만 국내 웹툰 시장이 매년 급격히 커지면서 웹툰 작가는 상당한 고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프리랜서 직종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에서 유명 웹툰 ‘마음의 소리’ 등을 연재 중인 조석(35)처럼 인기 있는 작가는 월 평균 수입만 7000만원대에 달한다는 소문이 한동안 나돌았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웹툰 작가 지망생이 급증한 이유다. 다만, 이제 대중적으로 워낙 알려지다 보니 시장 측면에선 레드오션이 됐다는 리스크는 있다.

ICT 발달로 주목되는 또 다른 유망 프리랜서 활동 분야로는 블록체인 전문가, 코딩(컴퓨터 언어를 통한 프로그래밍) 강사, 인플루언서 마케터 등이 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인 블록체인은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화제의 신기술로 거론되면서 관련 연구·개발에 힘쓰는 업체가 늘고 있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인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우수한 프리랜서를 애타게 찾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담론에서 꾸준히 중요성이 제기된 코딩은 올해부터 국내 초·중등학교에서 정규 교육 과정 내 과목으로 도입되면서 교육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지만 강사 인력은 태부족이다. 역시 프리랜서들의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성시대에 인플루언서 마케터도 주목할 만하다. 인플루언서는 SNS 등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을 의미하며, 이들을 통한 마케팅 활동을 전문적으로 기획해 실행에 옮기는 직업이 인플루언서 마케터다. 이 밖에 음악으로 사람 심리와 신체의 치유를 돕는 음악치료사도 프리랜서가 활약하기에 좋은 분야로 꼽힌다. 이 경우는 계속된 웰빙(wellbeing) 열풍과 관련이 깊다. 이들 분야는 웹툰 작가나 BJ와는 달리 공통적으로 우수 인력 공급이 수요를 아직 못 따라가고 있어, 프리랜서 입장에선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으로 볼 만하다. 클라이언트들이 주로 외부 프리랜서를 통해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어서다.

웹툰 작가 등 레드오션 우려도

이에 반해 과거엔 프리랜서들이 활동하기 좋았지만 지금은 아닌 직종도 있다. 예컨대 프리랜서 여행 가이드는 여행업의 급성장으로 국내 여행사들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지면서 ‘갑을’ 관계가 과거보다 심화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행사끼리 시장점유율을 나눠 갖느라 출혈 경쟁에 나서면서 값싼 패키지여행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기 쉬운 마이너스 마진엔 프리랜서 여행 가이드가 벌충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서다. 프리랜서 여행 가이드는 기본 월급 없이 100% 수당제로 보수를 받는다. 수입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아예 업계를 떠날 것을 고민 중인 프리랜서가 급증했다는 후문이다. 사양산업의 한복판에 서게 된 소설가도 프리랜서가 많이 활동하는 대표적 분야이지만, 이젠 업계를 떠나는 식의 극단적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프리랜서가 늘고 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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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2호 (20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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