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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증시·부동산 둘 다 지지부진할 수도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경기 부진에 금리 인상 가능성...증시와 부동산 시장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9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낙연 총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전국이 부동산 때문에 난리다.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돈이 금융시장에서 부동산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초에 있었던 일이다. 분당·일산 등 5대 신도시를 짓고 있었는데 정부가 나서서 중도금 납부를 연기해줬다. 이유가 독특했다. 주식투자를 해야 할 돈이 아파트 중도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주가가 떨어지므로 이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이 조치로 주가가 상승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주식과 부동산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많은 사람이 주식과 부동산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부동산이 주식보다 조금 늦게 오를 뿐 둘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식과 부동산을 움직이는 동력이 같기 때문이다. 주식이 경기가 좋고 유동성이 풍부할 때 오르는 것처럼 부동산도 경기가 좋고 돈이 많을 때 올라간다. 주식은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빠른 반면 부동산은 덩치가 커 움직임이 느리다는 차이만 있다.

대개 증시 먼저 움직이고 부동산 움직여

정부 정책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누르는 정책을 쓰면 주가가 오를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과거 18차례의 부동산 대책 이후 주가 움직임을 보면, 대책 발표 후 1개월 동안 주가가 오른 경우가 9번, 하락한 경우가 9번으로 균형을 이루었다. 가격에 특별한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형태가 된 건 많은 부동산 대책이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나왔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주가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상쇄돼 버렸다.

1975년 이후 부동산이 5% 이상 오를 때 주가가 떨어진 경우가 두 번 있었다. 1990년과 2003년이 그 경우인데, 1990년은 주식시장이 고점을 기록한 후 부동산이 고점에 도달할 때까지 시차 때문에, 2003년은 주가가 부동산에 비해 늦게 움직였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주가와 부동산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초 이후 부동산은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 주가는 2600선에서 2300선으로 후퇴했다. 7월 이후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는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이번이 부동산과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세 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주식시장이 부동산을 따라 올라가기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동시에 약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둘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인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인데 심리 위축으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해졌다. 우리 경제의 성숙도가 높아진 만큼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3%대 중반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유동성이 줄고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점도 걱정이 된다. 미국의 금융정책이 바뀌면서 세계적으로 자금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줄어든 자금마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해 신흥국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배로 늘었다. 우리는 주가 상승이 주춤해지면서 자금이 금융시장에서 부동산으로 움직이는 걸 걱정해야 할 처지다.

금융정책 변화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10년 전에 세계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정책을 택했다. 위기 발생 초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위기 치료가 일단락되고 경기가 본궤도에 들어가자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유동성 규모가 실물이 필요로 하는 수준보다 월등히 커 초과 부분이 자산 시장으로 몰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자산가격 상승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돼 각국 정부가 문제를 삼지 않았지만 추가 상승은 다르다. 또 다른 버블을 만들 수 있어 경계할 수밖에 없다.

현정부는 부동산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올라 곤란을 겪는 걸 보았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정부가 부동산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으면 정부에 대한 비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거란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최후의 수단으로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인데 자산가격 상승도 일종의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보인다. 주식시장이 2250선에서 바닥을 만든 후 의미있는 수준까지 반등하지 못했다. 2300선을 조금 넘은 후 저항에 부딪쳐 후퇴하고 말았다. 주가 움직임을 보면 지금 시장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최저 바닥에서 100포인트도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여서 향후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주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견디는 힘이 더 약해지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된다. 앞선 두 번의 반도체 호황 모두 지속기간이 2년을 넘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세 번째 호황이 시작되고 이미 2년 반이 지났다. 기간 상으로는 반도체 경기가 꺾이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반도체 호황 때 주가 상승이 크지 않아 불황이 되더라도 주가가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일정 수준으로 하락까지 막을 수는 없다.

신흥국 상황도 만만치 않다.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환율 절하가 터키를 거쳐 인도네시아, 남아공, 브라질로 번지고 있다. 최근 신흥국 불안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요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충격 전달 경로가 늘어난 건데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단기 외채가, 남아공은 내수 침체와 원자재 가격 하락이, 브라질은 재정적자 확대가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처럼 많은 나라가 동시다발로 곤란에 빠지는 위험은 사라졌지만 소소하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다. 시장의 에너지가 약해지는 동안 악재가 계속 늘어났다. 당초 예상했던 종합주가지수 2400까지 반등 조차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중소형주 빠른 순환매 예상

대형주에 의한 순환매가 마무리됐다. 시장 에너지가 기대만큼 세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이들의 복귀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소형주를 대안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작은 유동성으로도 가격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주의 많은 테마 역시 이미 주가에 한 번은 반영이 됐다. 새로운 성장테마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과거 지나갔던 얘기로 상승을 끌고 가야 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중소형주도 하나의 업종이나 테마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힘들다. 중소형주 사이의 순환매를 염두에 둬야 한다. 바이오·2차전지를 비롯해 1~2년 사이에 유행했던 테마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나왔던 것도 변화 여부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452호 (20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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