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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된 공공택지 개발] 신규 개발지 지정 5년 후에나 아파트 공급 

 

황정일 기자
지구지정·보상 등 복잡한 과정 거쳐야… 사유지 많아 보상에 난항 겪는 사례 많아

정부가 박근혜 정부가 폐기했던 공공택지 개발 사업을 들고 나온 건 사실상 서울 도심에서 신규 주택을 공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휴부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있다 해도 수천 가구를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는 땅은 없다. 그래서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 대규모 공공택지를 건설키로 한 것이다. 공공택지는 정부(공기업)가 땅을 사들여 대규모로 아파트 등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주택뿐 아니라 도시 기능에 필요한 도로·학교 등 각종 사회 기반시설을 함께 들인다.

수도권에는 이미 적지 않은 공공택지가 들어서 있다. 멀게는 분당·일산신도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부터, 가깝게는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등지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한 공공택지만 전국에 70곳이 넘는다. 정부가 진작부터 공공택지 개발 사업을 벌여왔던 건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주택 부족 문제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신도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역시 당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됐다. 1990년대 1기 신도시 완공으로 30만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1985년 69.8%이던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991년 74.2%로 급증했다. 이후 크고 작은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 이뤄졌고, 주택시장 안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주택 수급 상황이 좋아졌다고 판단한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이름 다르지만 다 같은 공공택지


▎공공택지 개발 사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완공 때까지 보통 10년 정도가 걸린다.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한 곳으로 2001년 사업을 시작한 경기도 판교신도시는 공식적으로 2011년 말 준공했다. 2000년대 초 당시 판교신도시 예정지(사진1)는 비닐하우스 등 논밭이 대부분이었다. 행정구역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백현·삼평·운중·하산운동이었고, 면적은 192만㎡다. 원주민 보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택지조성공사(사진2)를 시작한 건 2004년 이후다. 2006년부터는 아파트 분양과 함께 착공이 이뤄졌고(사진3·4), 2009년 말 첫 입주(사진5)를 시작했다.
공공택지는 보통 면적에 따라 ‘○○신도시’, ‘○○지구’로 불린다. 이름과 크기는 다르지만 모두 공공택지다. 다만 330만㎡가 넘는 공공택지를 신도시라고 부르지만 관련법상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큰 공공택지라고 해서 편의상 부르는 명칭이다. 공공택지는 LH와 같은 토지·주택분야 공기업이나 서울시 산하 SH공사 등 지방의 주택사업 관련 공기업이 사업 시행을 맡는다. 사업은 면적이나 대상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시작부터 완공까지 8~10년이 걸린다. 인기 주거지로 꼽히는 성남 판교신도시는 2001년 개발을 시작해 10년 후인 2011년에 사업이 끝났다. 이 같은 공공택지는, 정부가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는 건 쉽지만 실제로 개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개발 발표 이후 사업이 중단된 곳도 적지 않은데, 가장 먼저 부딪히게 되는 벽은 대상지 내 원주민의 ‘개발 반대’다.

주민 반발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공공택지 개발이 시작되면 예정지의 원주민은 토지나 주택을 강제로 수용 당하게 된다. 보상비는 차치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살던 집은 물론 수십 년 간 농사를 지어왔던 논과 밭을 정부에 내줘야 한다. 삶의 터전을 고스란히 잃게 된 원주민의 반발에다 환경단체 등 지역 단체의 반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여당 일부 의원이 신규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를 유출하는 일이 있었는데, 여기에 포함된 경기도 과천·안산·광명시 주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2곳(237만㎡, 1만6710가구)이 포함된 안산시에서는 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 비판글이 쇄도하고 있다. 광명시 주민들도 집단 반발하고 있다. 예정지 내 주민 40여 명은 박승원 광명시장과 면담을 갖고 개발 계획 철회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경기도 내 다른 주민들과 공동집회를 여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연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주민·지역 반대를 넘어 지구지정을 하면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된다. 예정지 내 토지·주택 소유자에 대한 보상이다. 보상은 공공택지를 개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LH 관계자는 “개발 예정지가 모두 국유지라면 사업을 4~5년 내에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사유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상 문제 때문에 사업 기간이 길어진다”고 전했다. 공공택지 예정지 내 사유지·주택 등은 정부가 감정평가 등을 거쳐 일정 금액으로 사들인다.

이를 보상이라고 하는데, 보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현금보상과 이주자생활대책이다. 현금보상은 말 그대로 감정평가를 거쳐 나온 가격으로 땅과 주택을 현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이주자생활대책은 사업 예정지 내에 살고 있거나, 예정지 내에서 농사나 영업행위를 하던 사람을 위해 아파트를 특별 공급하거나 이주자택지(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생활대책 용지(상가 등을 지을 수 있는 용지)를 원가에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보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감정평가를 거쳐 나온 보상(기준) 가격 때문이다. 보통 보상가격은 공시지가보다 높게 책정되지만 일부 지역이나 사업장에 따라서는 사업기간 지연 등으로 보상가격이 공시지가보다 낮아지기도 한다.

주거환경 쾌적해 주거지로 인기

실제로 2012년 보상이 이뤄진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는 당시 공시지가가 ㎡당 17만5000원이었는데, 보상가격은 ㎡당 16만6666원이 책정돼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보상가격에 개발이익을 반영할 수 없는 데다, 보상가격 자체를 개발 계획 승인 당시인 2008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주변 땅값이 들썩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떤 사업지에서는 보상가격이 시세를 한참 밑돌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는 주민들의 상실감이 커 보상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상이 끝나면 본격적인 택지조성 공사가 시작된다. 아파트 용지를 부동산개발회사(시행사)나 건설사에 분양하고, 용지를 사들인 시행사·건설사는 단계적으로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다. 판교신도시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아파트가 분양됐다. 입주는 아파트 분양 후 3년 정도가 걸린다. 판교신도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됐다. 이렇게 조성된 공공택지는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블루칩으로 꼽혔다. 아파트 분양 때마다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아파트 값도 주변의 구도심을 압도한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에서는 ‘공공택지 투자불패’라는 등식이 생기기도 했다.

판교신도시만 해도 6억원대 분양된 전용면적 84㎡형 아파트값이 지금은 10억~12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공공택지가 인기를 끄는 건 계획적으로 개발된 주거지여서 주거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철저하게 주택·인구 수를 감안해 도로·학교·공원·상가 등 도시 기반시설을 만든다. 이 덕에 공공택지에선 어느 아파트에 살든 학교나 공원 등을 걸어서 갈 수 있고, 인접 도시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공공택지는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게 분양하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공공택지 개발 직전에는 개발 예정지를 돌며 보상을 노린 투기꾼이 몰리기도 한다. 특히 투기를 부추기는 기획부동산(그린벨트 내 토지를 헐값에 매입한 후 웃돈을 붙여 쪼개 파는 업체 등)은 주의해야 한다. 올해 초에도 성남시 금토동 일대 금토지구 예정지와 남양주시 진전읍·연평리, 부천시 원종·괴안동, 의왕 월암동 등지에 기획부동산과 투기꾼이 몰려 땅값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수도권 공공택지 개발 예정지이거나 예정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대개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데 기획부동산은 싼 값에 그린벨트 땅을 사두면 공공택지 개발로 보상을 받아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한다. 하지만 단순히 예정지 내 땅을 갖고 있다고 해서 보상을 해주는 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보상 노린 투기는 삼가야

기획부동산이 현혹하는 보상은 대개 이주자생활대책이다. 현금보상 외에 추가로 공공택지 내 아파트나 땅을 원가에 받을 수 있으므로 시세차익이 큰 편이다. 투자로 따지면 수익률이 꽤 괜찮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나 이주자생활대책 대상자가 되는 게 아니다. 해당 사업지의 주민공람 공고일 이전 1년부터 거주했거나 실제로 농사 등을 지은 경우에만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미 성남 금토지구 등 수도권 8개 지구는 공람이 끝났거나 공람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 지금 땅이나 집을 사서 거주하거나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이주자생활대책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 뒤늦게 땅을 산 경우 소유한 땅이나 주택에 대한 현금보상만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보상가격이 매입한 가격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그린벨트 내 땅 등을 비싸게 산다면 보상가격이 투자 금액을 밑돌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투기 바람이 불어 시세가 갑자기 급등하면 예외적으로 보상 가격 적용 기준을 바꿀 수 있다. 과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개발 당시 그린벨트 투기 열풍이 불며 땅값이 급등하자 급등 전이었던 주민공람공고 시점을 기준으로 보상가격을 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역시 땅값이 급등하면서 사업지와 그 외 지역 가격 차이가 30% 이상 벌어지자 사업지 밖의 땅값을 보상가격 산정 기준으로 정하기도 했다. 자칫 투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 공공택지 사업은 변수가 많아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초 예상보다 보상 시점이 지연돼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속칭 ‘물딱지’로 불리는 이주자택지 거래도 주의해야 한다. 이주자택지는 공공택지 내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인데 이 땅은 1층에 상가를, 2~3층이나 2~4층에는 주택을 들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물딱지는 이주자택지를 미리 사는 형태가 아니라, 이주자대책용지 보상 예정자에게 웃돈을 주고 그 권리를 사들이는 것이다. 대상자인지 아닌지가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사는 것이어서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남수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은 “물딱지는 공급 대상 선정 전 거래여서 막대한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도시개발사업도 곳곳서 진행 - 중대형 등 고급 주택 위주로 개발

아파트 등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공공택지 개발만 있는 건 아니다. 공공택지와 비슷한 성격의 다른 사업도 있다. 공공택지가 공기업 즉, 정부가 주도하는 택지지구라면 민간 업체가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지구도 있다. 도시개발사업지는 아파트 등 주택은 물론 도로·학교 등 사회기반시설을 함께 건설하기 때문에 소규모 공공택지와 비슷하다. 단지 사업 주체가 공공이냐 민간이냐의 차이다. 아파트 분양을 앞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대의 대장지구(성남판교대장도시개발사업지구)가 대표적인 예다. 대장지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시중은행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 사업을 맡고 있다. 민간이 개발하므로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등 고급 주택 위주로 들어선다.

사업 주체가 민간이므로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 대상은 아니다. 다만 사업지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을 수 있다. 혁신도시와 인천의 송도·청라·영종경제자유구역도 대규모 개발지라는 측면에서 공공택지와 성격이 비슷하다. 공기업이 주도해 개발한다는 점과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이 같다. 하지만 공공택지가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이 첫째 목적이라면, 경제자유구역이나 혁신도시 등은 산업·공공기관 유치가 첫째 목적이라는 게 다르다. 도시개발사업지나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은 사업 주체와 목적은 다르지만 공공택지처럼 계획적으로 개발되는 곳이어서 주택 수요자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주거시설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이 함께 들어서기 때문에 공공택지보다 더 인기가 높은 곳도 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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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3호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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