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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10)]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자등록증증명’이 다르다고?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대기업 ‘거래선 등록 신청서’엔 ‘증’만 첨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사업자등록증(왼쪽)과 사업자등록증명은 내용은 같지만 형식이 다르다. 거래할 때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해달라는 곳이 있다.
“법인 인감증명서를 여러 통 떼놓길 잘 했네.” 11월 초에 한 대기업에 가서 법인사업자로서 강의하기로 했다. 그 대기업은 내게 ‘거래선 등록 신청서’와 함께 법인 인감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을 보내달라고 했다. 전에 법인등기를 하면서 여러 통 발급받은 후 몇 곳에 제출하고 남은 법인 인감증명서가 세 통 있었다.

사업자가 법인 인감증명서를 가장 먼저 내는 곳은 대개 은행이다. 법인계좌를 개설할 때 법인 인감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인 인감증명서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할 때도 필요할 수 있다. 법인 사업자가 직접 가지 않고 대리인을 보내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는 경우, 대리인은 법인 인감증명서나 대표이사 등의 신분증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은 사본이 쓰이는 반면 인감증명서는 발급받은 것만 활용된다. 사업자등록증은 복사하거나 스캔한 이미지를 보내도 되지만, 인감증명서는 등기소에서 종이로 출력된 것만 제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본인 인증이라는 목적 때문이다[박스 기사 참조]. 그래서 사업자등록증은 e메일로 주고받지만 인감증명서는 오프라인 우편을 활용한다.

사업자등록증은 원본 대신 사본 송부

기존에 스캔해둔 ‘사업자등록증’ 이미지를 컴퓨터 파일에서 찾아서 보냈다. 그러자 다음 내용이 포함된 e메일 답장이 왔다. ‘보내주신 서류는 사업자등록증이 아닌 사업자등록증명이어서 거래선 등록에 활용될 수 없습니다. 사업자등록증으로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답장을 읽고서야 나는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자등록증명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울러 그동안 나는 강의한 기업에 사업자등록증이 아니라 사업자등록증명 사본을 보내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상대 기업의 사업자증명 서류와 내가 보낸 사업자증명 서류가 모양이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내 사업자증명 서류가 상대방의 것에 비해, 그리고 내가 다른 사업장에서 본 것에 비해 ‘모양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 비교를 할 때면 나는 혼자 ‘1인 회사 사업자 같은 영세한 곳이어서 사업자증명 서류도 간단히 표 형식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사업자등록증명은 내가 세무서의 무인발급기에서 받아둔 것이었고, 그래서 표 형식이었다. 사업자등록증은 세무서에서 직접 받는 것이고, 1인 사업자의 것도 모양이 일반적인 사업자등록증과 같다는 사실을 나는 뒤늦게 배우게 됐다. 그렇다면 나도 세무서에서 처음에 사업자등록증을 받았을 텐데도 새로 사업자등록증을 무인발급기에서 뗀 것이다. 또 그렇다면 나는 사업자등록증을 복사해서 제출해도 되는데도 어딘가에 원본을 제출해버린 것이다.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자등록증명 정보는 동일

사업자등록증을 다시 발급받으러 세무서에 갔다. 대기표를 받아 잠시 기다리다 번호가 떠서 창구 직원에게 갔다. 용건을 말하자 그는 신청서를 작성해 내라고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사업자등록증 재발급은 아주 간단했다. 이렇게 발급받은 글쟁이주식회사의 사업자등록증 중간에는 ‘발급사유: 재발급’이라고 적혀 있다. 나는 이 사업자등록증을 스캔해 그 대기업에 e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컴퓨터의 ‘사업자등록증’ 폴더에 넣어두었다.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자등록증명은 적힌 정보가 동일하고 증명하는 효력도 동일하다. 다른 점은 내주는 곳이 다르고 모양이 다르다는 것뿐이다. 또 대기업이라고 해서 전부 사업자등록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전에 다른 대기업은 내가 뭘 모른 채 보낸 사업자등록증명을 받아줬다.

사업자등록증명이 아니라 사업자 등록증을 받는 이유가 있을까? 창구에서 세무서 직원들에게 물어봤다. 그들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해당 대기업에서 정해진 이후 줄곧 지켜지는 내부 규정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추측이다.

나는 e메일로 받은 거래선 등록 신청서 양식을 출력해 작성했다. 기재할 기본적인 몇 가지였다. 내가 강의료를 받을 계좌의 정보와 법인의 주소와 상호명, 대표자 이름을 적고 법인 인감 도장을 찍었다. 개인정보 수집·제공·이용 동의서도 작성했다.

이제 거래선 등록 신청서와 개인정보 동의서, 인감증명서를 우편으로 보내는 일만 남았다. 제출 서류 안내 e메일의 내용을 다시 확인한 후 거래선 등록 신청서의 주의사항도 재차 읽어봤다. 하나하나 짚어가다 걸리는 대목을 마주쳤다. 인감증명서는 ‘3개월 이내’에 발급받은 것이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보관해온 법인 인감증명서는 지난 2월 14일 법인등기한 날 받아둔 것이었다. 3개월이 아니라 6개월도 더 지난 것이었다.

가까운 등기소에 가서 법인 인감증명서를 새로 떼었다. 법인 인감증명서는 등기소나 지방법원의 종합민원실 등기과에 가서 발급받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는 발급 예약만 할 수 있다. 등기소는 무인발급기에서도 비용으로 1000원을 챙긴다. 반면 세무서는 사업자등록증을 무료로 발급해준다.

1인 회사 경영자는 겪는 일마다 새롭다. 절차를 거칠 때마다 번거롭다. 비슷한 절차를 관청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처리하는지도 절감하게 된다. 전에는 전혀 모르던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게 된다.

[박스기사] 인감과 인감증명서는 무엇인가 - 거래 당사자임을 인증하는 수단

인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인감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곧바로 명쾌하게 설명하는 사람도 많지는 않다. 두산백과는 인감을 ‘대조하여 당사자의 동일성이나 진부(眞否)를 확인하기 위하여 미리 관공서 또는 거래처 등에 제출해 두는 특정한 인영(印影)’이라고 설명한다. 인감은 개인과 법인 모두 중요한 거래에서 본인임을 확인하는 주요 수단으로 쓰인다.

인감이 찍힌 법인계좌의 사본 같은 서류는 대개 법인 인감증명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래야 거래 상대방이 그 인감이 진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서류에 찍힌 인감의 도장은 요즘 기술로는 위조가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가짜 도장을 판다고 해도 그 도장을 악용하지 못하게 막는 장치가 인감증명서다. 개인 인감증명서를 당사자나 그로부터 위임을 받은 사람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법인 인감증명서도 대표이사나 그로부터 위임을 받은 사람만 받을 수 있게 한다. 법인사업자는 대개 무인발급기로 간단하게 법인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다. 무인발급기는 당사자에게만 법인 인감증명서를 내주기 위해 전자적 증명 수단을 활용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한다. 전자증명수단은 법인인감카드(RF인감카드), 마그네틱인감카드, 전자증명서매체(USB 형태)가 있다. 나는 USB로 받았다.

법인인감카드에는 ‘보관 및 관리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유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본인 또는 대리권을 수여받은 대리인임을 확인함이 없이 인감증명서의 발급을 청구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보게 되므로’라고 그 이유가 설명돼 있다. 예컨대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다른 법인의 전자증명수단을 훔치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후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고 위조 인감으로 사기를 벌일 수 있다. 그래서 카드에는 ‘이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때에는 즉시 가까운 등기소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누군가 아예 인감증명서를 위조할 가능성도 있다. 받은 인감증명서의 진위를 확인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문서 하단의 바코드를 스캐너로 확인하거나 문서 오른쪽 하단의 발급확인번호를 인터넷등기소(http://www.iros.go.kr)의 인감증명서 발급확인 메뉴로 들어가 입력해보면 된다.

※ 필자는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1460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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